-
부모를 돌볼 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2. 20. 07:17728x90반응형
<김정현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5년 1월 20일, 월요일. 날씨: 마음은 설을 기다리며 설레지만, 하늘은 자꾸 흐려지고 으슬으슬 춥다
(누가/무엇) 1. 친정 동네 반찬가게 사장님이 설 명절 음식 공지글을 올리셨다.
(내용/의미) 2. 명절이라 안 되는데, 내 심정을 헤아려서 평소처럼 배달해 주셨다.
(생각/감정) 3. 부모를 돌볼 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고마워서 가슴이 먹먹하다.
<확장판>
제목: 부모를 돌볼 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글쓴이: 김정현(안동성좌원, 2024)
휴대폰에서 알림벨이 울린다. 누가 글을 올렸나 열어보니 반찬가게 사장님이시다. 설을 앞두고 오색산적을 비롯해 동태전이며 여러 가지 명절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글과 사진을 올리셨다. 사장님은 전 외에도 곁들여 먹을 콩나물무국과 파김치 등 몇 가지 밑반찬도 먹음직스럽게 찍어 올려 놓으셨다.
반가워서 얼른 음식 사진을 훑어보고 주문글을 쓰려다 공지 내용을 다시 읽어보았다. 음식은 미리 예약받아서 설 하루 전날 만든단다. 주문한 분들은 연휴 첫날인 28일 오후에 찾으러 오라는 안내도 들어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별표와 함께 “설 음식은 배달이 되지 않으니 매장에 직접 찾으러 오세요”라는 붉은 글씨가 굵직하게 적혀있다.
‘아, 어쩌면 좋아. 어떻게 직접 찾으러 간담.’
내가 게시글을 보고 있는 반찬가게는 친정 부모님이 살고 계신 동해에 있다. 몇 해 전 부모님댁에 반찬을 보내드리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이 가게를 찾았다. 음식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가정으로 배달해 줘서 마음에 들었다. 친정부모님께 보내드린다고 말씀 드렸더니 더 신경써 주신다. 친정 가는 길에 매장에 들러서 반찬을 사면 잊지 않고 덤도 챙겨주시곤 한다.
금방 만든 따끈한 전을 드시게 하고 싶은데 세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내가 찾으러 갈 수도 없고 아버지께서 내 설명만 듣고 매장을 찾아갈 수도 없다. 속상하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사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 거래하시는 배달 업체 좀 알려주세요. 친정집으로 음식 배달 직접 신청할게요.”
삼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장님께서 답글을 보내셨다.
“평소 배달비만 추가해 주시면 고객님 댁에는 배달해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점심밥을 뜨던 숟가락질을 멈추고 솟아나는 눈물을 하염없이 닦는다. 간단히 배달업체 번호만 알려줘도 사장님은 아무 상관없을 텐데 이렇게 마음을 써 주신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는데 노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도 마을 전체가 수고해야 한다. 반찬가게 사장님은 깔끔한 음식으로 식탁을 돌보고,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수족이 되어주고 아버지에게 말벗까지 되어주시며 몸과 마음을 다독여 주신다. 동네 슈퍼와 병원, 관리실 직원들도 자식들 대신 손을 보태주신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폭설이 예보된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지만 내 마음에는 따뜻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는 것 같다. 28일 오후가 되면 아버지께서 나에게 전화를 거시겠지.
“김 선생~ 따끈한 동태전이 왔어요. 고구마전도 있고요, 파김치도 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삼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저는 이 대목이 가장 좋았습니다. 멀리서나마 늙으신 친정 부모님을 잘 돌보고 싶어하는 딸 마음을, 점심을 먹다가 눈물을 훔치는 딸 마음을, 반찬가게 사장님이 바로 알아채고 배려해 주셨잖아요. 노부부와 딸 손을 잡은 마을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2. 참 신기합니다. 쉽게 쓰셨는데 내용이 깊습니다. 간결하게 쓰셨는데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시종일관 부드럽게 술술술 읽힙니다. 자연스러운 글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고민하고 준비해서 써야 합니다. 어지럽게 흩어진 생각 조각을 하나씩 집어서 조립해야 합니다. 노력을 인정하면서 박수를 보냅니다.
<참고>
본 포스트에 사용한 글은 김정현 사회복지사께 공식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 받았습니다.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이 어색하다? (0) 2025.03.18 엄마가 구워준 김치전은 항상 따뜻했다 (0) 2025.03.06 신문 칼럼 분석-001 (0) 2025.02.07 글쓰기, 기본 체력부터 기르자 (0) 2025.02.06 쫄쫄이 바지를 입다니! (0)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