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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어색하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3. 18. 10:19728x90반응형
<세 줄 일기>
2025년 3월 1일, 금요일. 날씨: 봄 바람 살랑살랑 내 마음도 살랑살랑
(누가/무엇) 1. 중2 아들과 데이트했다.
(내용/의미) 2. 파스타도 먹고, 사진도 찍고, 차도 마셨다.
(감정/생각) 3. 어색할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딱 필요한 내용까지만, 구체적으로 쓰셔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초점(주제)이 뚜렷해서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퍼즐을 맞춥니다. 총천연색 온갖 피스가 보여도 무조건 맞추면 안 됩니다. 질서를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중심을 잡은 후에 펼쳐야 합니다. 생각 뼈대를 잘 잡으셔서, 이 글은 세 줄 일기만으로서도 좋고, 길게 쓰기 위한 설계도로서도 좋습니다.
<일곱 줄 뼈대 세우기>
[인물]
1. 중학교 2학년 아들과 데이트를 나섰다.
[시련]
2. 친구 엄마가 아들과 데이트를 즐긴다는 소식에 나도 아들과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그런데, 아들과 데이트라니. 왜? 어색하지!
4. 나는 아들과 특별히 뭘 한 기억이 없다.
5.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과 단둘이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6. 우리 아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국어는 제일 싫어하고, 브롤스타즈 게임을 잘 하고 아들이 더 가까이 보인다.
[성장]
7. 어색할 줄 알았던 첫 데이트가 내 마음에 은은한 향을 남긴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이 7줄 글에서는, 세 줄 일기 내용에다가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작은 사건)와 아들과 맺어온 과거사 맥락을 추가하셨네요. 물론, 데이트하며 무엇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쓰셨고요. 세 줄 일기를 일곱줄로 확장할 때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비유적으로 쓰셔서 운치도 살리셨네요. 잘 쓰셨습니다.
<다섯 단락으로 확장하기>
제목 : 아들이 어색하다?
글쓴이: 민경재
첨삭지도: 이재원
아들과 데이트라! 친구 엄마는 종종 아들과 데이트를 즐긴다. 늘 무심코 넘겼는데, 오늘은 어떻게 데이트하는지 궁금했다.
나: “언니, 준이랑 데이트 가면 뭐해?”
친구 엄마 : “뭐 그냥 도서관 가서 책도 읽고 또 산책하다가 점심도 먹고, 다니다가 커피도 마시고,”
나: “그럼, 준이”랑 대화가 잘 돼?
친구 엄마 :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한참 얘기를 듣다가, 나도 아들과 함께 다니는 데이트를 상상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데이트라, 뭔가 어색하다. 가만 있어 보자. 분명히 내 배 아파서 낳았고, 내가 죽고 살고 키운 아들인데, 왜 어색하지!
나는 아들이 태어난지 6개월이 되었을 때, 회사에 복직했다. 아들은 이른 아침 7시 50분에 어린이집에 갔다가, 저녁 7시가 훌쩍 넘어가고 내가 퇴근해야만 집에 올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아들을 돌보느라 급급했다. 숙제하듯 끼니를 챙기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내가 올 때까지 학원에 보내며 살았다. 조금 여유로울 때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지냈다. 그러니까, 나는 아들과 단둘이 놀아본 적이 없다.
어느새 엄마 키도, 아빠 키도 훌쩍 넘긴 아들과 데이트를 나서며 시선을 맞춘다. 아들과 나란히 길을 걷는데 바싹 마른 개나리나무 넝쿨에서 노란 팝콘이 톡톡 터지며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우리는 파스타 가게에서 마주 보며 밥을 먹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평소에 못한 말을 줄줄이 꺼낸다. “엄마, 나는 수학이 제일 좋아요. 어렵게 푸는 재미가 있어요. 영어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국어는 제일 싫어요. 재미없어요.”
첫 데이트 기념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아들은 버블티를 먹으며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점수를 자랑한다. 어느새 커버린 아들. 어색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아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 눈에 내 귀에 아들을 담기에 바빴다. 그냥 아들과 하루를 충분하게 누렸다. 아들과 놀았는데 제대로 엄마노릇한 기분이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딱 ‘민경재스럽게’ 잘 쓰셨습니다. 우선, 문장이 평이해서 읽기 쉽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깔끔합니다. 상술 기술을 잘 구사하셔서 술술술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구조도 좋습니다. 처음부터 본질로 바로 들어갑니다. 대화록을 적절하게 인용해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흥미롭게 소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과거 배경 이야기를 딱 필요한 만큼만 소개한 후에, 현재로 돌아와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합니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땅에 발을 딛고 구체적으로 쓰셔서 좋습니다. 소박하게 그린 설계도를 따라서 딱 떨어지게 지어올린, 예쁜 집을 본 듯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민경재’ 문패가 선명하게 보여서 좋습니다.
2. 이 문장이 눈에 띕니다: “아들과 나란히 길을 걷는데 바싹 마른 개나리나무 넝쿨에서 노란 팝콘이 톡톡 터지며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개나리 꽃을 팝콘에 비유하셨네요. 아니죠. 두 분 마음을 개나리꽃에 살짝 실으셨으니, 엄마와 아들 사이에서 아름답게 터지는 사연을 개나리를 거쳐서 팝콘에 비유하셨죠.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두 단계로 비유하셨다고요. 의미/내용도 좋습니다만, 표현력도 좋습니다. 단락 내 앞 뒤 다른 문장과 자연스럽게 붙어서 좋습니다. 비유가 생생하지만 과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맥락에 잘 스며들어서 좋습니다.
3. 민경재 선생님과 아들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는데도, 또 새롭습니다. 일하는 엄마로서 느낀 죄책감, 미안함, 애틋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래도 잘 커 준 아들에게 느끼는 고마움, 기특함, 놀라움도 잘 느껴집니다. 언젠가 말씀하셨듯, 아들이 참 기특합니다. 흠... 세상으로 눈길을 돌리면, 또 다른 민경재가 얼마나 많겠어요. 말로 이루 다 표현 못할 온갖 이야기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라서 좋습니다.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서 좋습니다.
4. 네, 아주 살짝 고쳤습니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표현상 군더더기를 잘라 냈습니다. 그리고 주제를 고려해서 강조해야 할 부분을 조금 늘렸습니다. 글을 쓰실 때 늘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요약), 중요한 부분을 늘려 쓰는(상술) 기술입니다. 민경재 선생님께선 기본적으로 숨기며 글을 쓰는 스타일에 속하시니, 언제나 독자를 떠올리면서 조금씩 늘려 쓰셔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조금 과하게 표현하셔도 됩니다. 특히 주제를 직접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막 나가셔도 됩니다.
5. 아주 잘 쓰셨어요! 다시 한 번 더 칭찬합니다! (처음에 글쓰기 공부 시작하실 때 실력을 고려한다면, 정말 놀랍도록 성장하셨어요. 선생으로서, 언제나 바쁘게 살아가는 워킹맘 사회복지사도 민경재 선생님처럼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공부하고 꾸준히 고민하며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늘 반갑고 감사합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클럽,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고 자료>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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