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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기본 체력부터 기르자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2.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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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해요."

    수년 동안 다양한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면서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면 좀 이상하다. 사회복지사는 쓰고 싶은 말, 써야 할 말이 마음 속에 무지하게 많다.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 삶에 깊숙히 들어가서 누구보다도 가깝게 만나잖나. 무수히 많은 사연을 만나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는데, 왜 쓸 말이 없겠는가. 적어도 글감을 머리에 입력하는 인풋에 관해서는 어느 직군보다도 깊고 넓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글만 쓰려고 하면 막막해진다'고 말할까? 간단하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다. 우리는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니,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국어를 배운다. 그리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십 수년 간 국어를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언어 기능은 네 가지 범주(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포괄하니, 그 기나긴 국어 공부 시간 중에 최소 1/4 정도는 쓰기에 할당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글을 쓰려고 하면 여전히 막막하다. 

    우리는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배웠지만, 시험 점수를 잘 얻기 위한 지식을 배웠을 뿐, 우리 마음을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글로 쓰는 방법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내 마음 속에 온갖 모습으로 파도가 넘실거려도,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흘려 보내질 못한다. (너무 안타깝다!) 한편, 시험 점수를 잘 얻기 위해서 머리에 죽어라 우겨 넣은 지식은 남았을까? 당연히 아니다. 시험이 끝나면 싹 다 잊어버리지, 누가 시험 잘 보려고 달달 외운 지식을 오래 오래 기억하겠는가.

    그대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선생이라고 가정해 보라. 학생들이 뭔가 글로 쓰고 싶은 내용이 많거나 (일 때문에) 글을 써야 하지만 기본기는 상당히 빈약한 편인데, 조금이라도 빨리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데, 또 수업 내용이 지루하면 안 된다면? 솔직히 말하면, 선생 마음도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내 마음이 딱 그랬다.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으니, 선생으로서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쉽진 않았다.

    일단은, 학생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도록 유도해야 했다. '어? 되네? 나도 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네?'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학생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안내했다. 글쓰기 기본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 마음을 설득하려면 진실되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문장을 한국어답게, 조금 더 곱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가르쳤다. 나는 선생으로서 욕심이 많아서(요구 수준이 높아서) 학생들이 자주 힘겨워했지만, 잘 견디고 따라온 사람들은 단기간에도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학생들이 겨우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수준까지 올라가면 좋겠다.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오아시스, 저 머나 먼 피안까지 건너 가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결국, 또 다시 '기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최대한 쉽고, 최대한 흥미로우면서도(그래서 학생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기본'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나는 무엇을 배울 때, 조금 어렵더라도 개념부터 익히고 전체적인 체계부터 잡는다. 이렇게 해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나중에 나 스스로 응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바쁘고 위축된 초심자 학생에게 이런 방식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 무겁게 보이는 개념에 깔려서 지나치게 겁을 먹을 수 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신세계가 펼쳐지는데, 몹시 안타깝게도 그 몇 발을 내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배운 방식대로 가르치면 안 된다. 학생을 나에게 끌고 오지 말고, 내가 학생에게 다가서야 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 '공부에 왕도는 없다.' 뭔가를 배울 때, 정말로 깊게 들어가면, 결국 어려운 내용을 만날 수밖에 없다. 늘 쉽고 재미있는 내용만 나오리라 짐작한다면, 결코 깊게 공부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학생에게 근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스스로 걸어갈 수 있겠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좀 더 쉽고 좀 더 재미있게 느껴져야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어? 되네? 나도 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네?' 라고 생각하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몸소 체험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끼려면, 벽이 되는 두려움을 넘어서려면, 직접 느끼면서 괜찮다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서 반짝이는 진주를 딸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연습 문제를 많이 구상한다. 연습 문제를 풀어 보면서, 자신이 아는 바와 모르는 바를 확인하고, 모르는 바를 쉽게 깨달아 알 수 있도록.


    <질문1> 아래 제시한 보기 단어와 뜻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를 다섯 개 이상 써 보세요.
    보기: 아름답다.
    모범 답안: 예쁘다. 곱다. 근사하다. 멋지다. 빛난다.

    <해설1> 동일한 내용을 다채롭게 표현하려면(글을 잘 쓰려면), 어휘력을 풍부하게 길러야 한다. 어휘력을 기르려면 비슷한 말을 성실하게 기억하고 늘려가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입에 올린 말이나 글에 적은 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비슷한 말을 기억하려고 애쓰라. 꼭 단어가 아니더라도, 짧은 어구나 문장으로라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쓰라. 모르겠다면, 사전을 찾아 보고 새롭게 기억하려고 애쓰라.


    <질문2> 아래 제시한 보기 단어들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당할지 생각하고 써 보세요.
    보기: 연필, 만년필, 볼펜, 샤프 펜슬, 붓
    모범 답안: 필기구.

    <해설2> 글쓰기란 '줄여야 할 때 줄이고 늘려야 할 때 늘리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두 가지 기술 중에서 늘려 쓰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쉽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되니까. 반대로, 줄여 쓰는 기술은 어렵다. 의도적으로, 일부러 머리를 굴려서, 범주화('간소화', '추상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게 다 무슨 뜻인데?' 라는 질문을 늘 떠올리면서 글을 쓰면 좋다. 펼친 생각을 가지런히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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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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