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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야겠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4. 28. 07:11728x90반응형
제목: 화장실에 가야겠다
글쓴이: 노현래(함박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5)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금요일에 어머니가 집에 오신다고 말씀하셨다. 손자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고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셨다. 금요일에는 와이프가 늦게 퇴근한다. 내가 아들과 먼저 어머니를 만나기로 정했다. 그런데 어머니와 만날 시간 약속을 잡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외삼촌이 우리집에서 같이 식사한다고 말씀하신다.
갑자기 돌잔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부를 사람 없다”고 말씀하시더니 나한테 알려주지 않은 친척누나와 친구들을 데리고 오셨다. 돌잔치는 인원 수를 딱 맞춰야 하는데 갑자기 사람 수가 늘어나서 무척 난감했다. 혹시 오늘도? 어머니에게 오늘 더 누가 오냐고 물어봤다. 아뿔싸! 이모랑 친척형도 부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일단 전화를 끊고 와이프에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모랑 친척형도 부르고 싶대.” 그 말을 듣는 순간 와이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100% 확률로 화가 났다. “우리집인데 왜 어머님이 맘대로 결정하시지?” 나는 대답을 못했다. “가뜩이나 늦게 퇴근하고 아무런 준비도 못하는데 집안 어른들이 오시네?” 작게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린다.
음식을 다 해오겠다는 말, 하나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니 말이 너무나 신경쓰인다. 그리고 온갖 고민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나에게 몰려왔다. 결국 다시 전화드렸다. “이모랑 외삼촌이랑 친척형들까지 오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 라고 말하니 “그럼 안 간다”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신다.
섬에 계셔니 인천에 나오는 김에 모두 만나고 싶은 어머니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우리 어머니 마음, 이 아들이 잘 안다. 그리고 집안 어른들이 오시는데 잘 대접하고 싶은 와이프 마음도 이해가 간다. 며느리는 며느리니까. 그래, 둘 다 이해하지만 난 항상 하나만 골라야 한다. 남편 역할, 아들 역할은 항상 어렵다. 도망가고 싶다. 화장실에 가야겠다. 쩝.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뭔가 이상했다', '떠올랐다', '난감했다', '눈치를 보며', '공기가 달라졌다', '너무나 신경쓰인다', '이해가 간다', '어렵다', '도망가고 싶다'. 노현래 선생님께서 본인 마음을 표현하신 표현을 모아 보았습니다. 굉장히 많지요? 이 글을 읽고 뭔가 꽉 찼다고 느꼈는데, 그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네요. 노현래 선생님께서 각 상황을 마주하실 때마다 마음 속에 떠오른 온갖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셨잖아요. 이야기 벽돌 사이사이에 마음 시멘트를 잘 펴 바르시니, 이야기 집이 이렇게 탄탄하게 서네요.
2. 이 글을 읽어 보면, 문장이 그냥 평범합니다. 뭔가 대단히 멋져 보이거나 아름다운 문장이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상 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글감을 깊이 생각하고 내용을 잘 정리하셔서, 군더더기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문장과 문장도 매우 잘 붙습니다. 처름부터 끝까지 술술술 잘 넘어갑니다. 그러므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은 문장을 멋지고 아름답게 쓰려고 애쓰지 말고, 노현래 선생님처럼 써야 합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개인기가 아니라 조직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모범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노현래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노현래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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