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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는 안 두렵겠지?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5. 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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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주 사회복지사, 일곱 줄 글쓰기>

     

    [인물]

    1. 나는 사회복지사로 14년째 일하고 있다. 오래 일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두렵다.

     

    [시련]

    2. 내가 26살 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 일했다.

    3. 출근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동학대 현장으로 출동했다. 아이 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4. 긴급하게 분리하고 복귀한 다음 날, 아이 아빠가 기관으로 찾아왔다.

    5. “야! 니가 내 애 데려갔냐? 아 ㅅㅂㄴ이. 너가 뭔데 데려가?” 욕설이 난무하는 아이 아빠 앞에서 나는 30분 넘도록 견뎌야 했다.

    6. 팀장님이 참 야속했다. 옆에 좀 있어주지. 이날 이후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성장]

    7. 세월이 지나 상처가 무뎌졌고,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동료들과 당사자들 덕분이다.

    8.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하나 보다. 언젠가는 첫 만남이 두렵지 않게 되겠지?


    <확장판> 

     

    제목: 언젠가는 안 두렵겠지? (부제: 이 ㅅㅂㄴ이, 너가 뭔데 데려가? 어?)

     

    글쓴이: 김연주 사회복지사(인천 세화종합사회복지관 팀장, 2025)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14년째 일한다. 오래 일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두렵다. 작년에는 복지관 안에서 프로그램만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살면서 겪는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즘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죽는 사람이 많아져 혼자 사는 40~50대 남성분들을 만나는데 많이 부담된다. 처음 보는 사람과 상담하면 항상 두려웠는데, 스스로 이유를 찾아보다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내가 26살 때, 학대받는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가정에서 잘 지내도록 돕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처음 도운 가족이 잊히지 않는다. 출근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이가 부모에게 맞는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찾아갔다. 아이 몸에는 멍이 가득했고, 때렸다는 아빠는 집에 없었다. 함께 있던 엄마를 설득해 아이가 당분간 아빠와 만나지 않도록 쉼터로 보냈다.

     

    다음 날, 아이 아빠는 기관으로 찾아왔다. 출입문을 쾅쾅 치더니 “내 애 데려간 놈 나와! 누구야?!”라며 화내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일단 진정시켜 상담실로 안내했고, 담당자인 나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오라고 말했다.

     

    아이 아빠: (책상을 치면서) 야! 네가 내 애 데려갔냐? 이 ㅅㅂㄴ이. 너가 뭔데 데려가? 어?

    나: 아이가 맞고 있다는 전화를 받아 집에 방문했고, 아이 몸에 멍이 확인되어서 엄마 동의하에 시설에 보냈어요. 바로 집에 갈 수 없어요.

    아이 아빠: 너가 봤어? 애가 맞는 걸 봤냐고. ㅅㅂ. 누가 신고한 거야? 당장 애 내놔. ㅅㅂ. 애 내놓으라고!

     

    나는 몇 평 되지 않는 상담실에서 욕설을 퍼붓는 아이 아빠와 단둘이 있어야 했다. 아이 아빠는 엄청나게 과격하게 행동하면서 내가 살면서 처음 듣는 상스러운 욕을 나에게 내리 꽂았고, 나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며 울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선배 복지사가 들어와 나를 데리고 나갔다. 이후 팀장님이 아이 아빠와 이야기를 나눠 잘 보냈다고 말했다. 그럴 거면 내 옆에 있어 주지. 지금에 와 생각하니 나 혼자 두려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날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두려워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10년을 지나 쿵쾅거리는 심장은 잠잠해졌지만,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넣어둔 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만난 영수님(가명)은 사업이 부도나서 혼자 살게 되었고, 하루에 한 끼 라면으로 간신히 버텼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말할 때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더 이상 굶지 않도록 식료품을 전달해 어려운 상황이 해결되었고, 그 후 영수님은 나를 ‘천사님’이라고 불러주었다. 칭찬을 들으니 조금은 낯설고 멋쩍었다. 하지만 상담을 마치고 나오며 본 청명한 하늘과 길가에 핀 벚꽃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렇게 좋은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새로운 만남이 두렵지 않게 되겠지?


    <이재원 선생 피드백> 

     

    김연주 선생님께서는 무척 성실하십니다. 선생이 가르쳐 드린 7줄 글쓰기 틀을 성실하게 잘 적용하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생각을 정리하시고, 글 줄기를 탄탄하게 잡으신 다음에, 집을 지어 올리셨습니다. 아마도 이렇게는 글을 써 보지 않으셨겠지요? 어쩌면 조금은 불편하셨겠지요? 하지만 글감을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한 생각을 틀에 담고 쓰셔서, 군더더기가 거의 안 붙었습니다. 문장이 평범하고 기교 따윈 거의 부리지 않으셨는데도, 술술술 넘어갑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지 않으셔서 가능했습니다. 단단하게 생각하고 쓰셔서 가능했습니다. 김연주 선생님께서 이 훌륭한 결과물 자체보다는, 결과물을 낳는 과정을 확실하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낯설고 답답하더라도, 줄기를 잡고 써야만 결과물이 잘 나온다고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연주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연주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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