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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센터는 얼마 내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6. 1. 29. 17:03728x90반응형

제목: 선생님 센터는 얼마 내요?
글쓴이: 박현주(OO지역아동센터, 2026)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6)
<초고>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인 주니는 센터에서 두블럭 떨어진 아파트에 산다. 학원을 다니느라 아이들이 식사를 다 마치는 6시쯤 센터에 와서 밥을 먹는다. 주니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가로등이 없어 걸어가려면 위험해서 집에 갈 땐 차로 데려다 준다.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이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형과 재미있게 게임했던 일, 엄마가 두쫀쿠(요즘 유행하는 과자)를 사다주신 일, 엄마가 야간에 일을 가시느라 형과 둘이 지낸 밤에 생긴 일 등 소소하게 일상을 나눈다. 그런데 다음주 캠프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주니: “선생님 센터는 얼마 내요?”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주니: “형과 내 학원비를 낸다고 엄마가 이야기 하셔서, 센터는 얼마 내는지 궁금했어요”
나: “주니야, 센터는 돈을 안 내”
주니: “음, 엄마가 내는 세금으로 하는 거에요?”
나: “그래, 센터는 어른들이 내는 세금이 모여 너희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는 거야. 캠프도 가고, 맛있는 거도 먹고 그래. 왜 그렇게 하냐면, 나중에 주니가 좋은 어른이 돼서 세금을 내고 주니처럼 다른 아이들도 좋은 경험을 하게 도와 주라고.”
내가 말을 하고도 뿌듯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또한 겨울 방학을 보내며 정신없이 지내던 와중에 내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질문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다시 깨달았고, 내 곁에 응원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 보고 마음에 다시 새겼다.
<초고 피드백>
우와, 앞부분이 너무 좋습니다. 주인공을 간결하게 소개하시면서, 독자를 두 분이 대화를 나누신 곳까지 단숨에 끌어 당기시네요. 흡인력이 대단히 좋습니다. 그런데 뒷부분이 너무 약합니다. 갑자기 끝난다고 느껴진달까요? 선생님께서 처하신 상황을 대략적으로만 다루시고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 주지 않으셔서 독자가 충분히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더 쓰셔야 할 듯해요. ① 우선, 대화록 바로 다음 부분에, '연말연초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셨던 이야기'를 써 넣으시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고, 그래서 얼마나 바쁘셨을까요? 바빴던 이유를 2, 3개 선택하시고,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정리해 보세요. ② 그 다음으로, 방학이 시작되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신 이야기를 써 주세요. 방학이 되면 지역아동센터가 왜 바빠지는지, (독자가 충분히 예상하고 짐작할 수 있는 뻔한 내용 말고)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내용을 떠올려 보세요. ③ 정체성이 흔들린 이야기도 조금 더 자세하게 써 보세요. 왜 그러셨는지, 독자가 찬찬히 이해할 수 있도록요.)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쓰신 후에는, ④ ‘주니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를, 충분히 정리하신 후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적어 보세요.)
<재고>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인 주니는 센터에서 두블럭 떨어진 아파트에 산다. 학원을 다니느라 아이들이 식사를 다 마치는 6시쯤 센터에 와서 밥을 먹는다. 주니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가로등이 없어 걸어가려면 위험해서 집에 갈 땐 차로 데려다 준다.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이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형과 재미있게 게임했던 일, 엄마가 두쫀쿠(요즘 유행하는 과자)를 사다주신 일, 엄마가 야간에 일을 가시느라 형과 둘이 지낸 밤에 생긴 일 등 소소하게 일상을 나눈다. 그런데 다음주 캠프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주니: “선생님 센터는 얼마 내요?”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주니: “형과 내 학원비를 낸다고 엄마가 이야기 하셔서, 센터는 얼마 내는지 궁금했어요”
나: “주니야, 센터는 돈을 안 내”
주니: “음, 엄마가 내는 세금으로 하는 거에요?”
나: “그래, 센터는 어른들이 내는 세금이 모여 너희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는 거야. 캠프도 가고, 맛있는 거도 먹고 그래. 왜 그렇게 하냐면, 나중에 주니가 좋은 어른이 돼서 세금을 내고 주니처럼 다른 아이들도 좋은 경험을 하게 도와 주라고.”
내가 말을 하고도 뿌듯했다.
작년 12월 24일 근처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을 시작했다. 몇해 동안 초등학교, 중학교가 봄방학을 하지 않고 겨울방학을 길게 보내서 이젠 1월 중순에 시작하는 겨울방학에 내가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갑자기 (초등학교에만) 봄방학이 생겼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센터에 오는 패턴도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지역아동센터는 방학이 유독 힘들다. 원래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온다. 하지만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에는 부모님이 출근을 하고 나서 심심한 아이들이 센터 문앞에서 서성인다. 센터 선생님이 출근하는 11시까지 갈 곳 없어서 방황한다.
그런데 올 겨울엔 한파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들 사정을 뻔히 아니 안타까워서 센터 문을 항상 열어두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8시 반부터 센터로 모였다. 출근이 11시라고 정해져있기는 하나 선생님들께 일찍 출근하시라고 말할 순 없어서 결국 센터장인 내가 아이들이 오는 시간부터 일찍 나오기로 했다. 일찍 오는 아이는 선생님이 퇴근을 하는 8시까지 부모님을 기다리다 부모님과 귀가했다. 결국, 난 하루에 12시간 동안 근무하게 되었다.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매일 1끼분 급식비만을 지원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때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오니 저녁과 간식만 센터에서 제공하면 되었다. 하지만 방학이 되고 아이들이 센터에 일찍 오니 점심도 먹여야 했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을 주고 싶어서 내가 직접 요리했다.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
거기에 1년 센터 사업 정산이 1월15일까지 이루어진다. 모든 사업 관련 영수증, 증빙자료가 다 붙어서 가니 A4박스 2개 정도 분량 서류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시에 보내야 한다. 일을 잘 미루는 내 성격상 몰아서 정리하려고 했더니 아이들 보랴 일하랴 바빠서 도저히 제 시간에 일을 마무리 할 수 없었다. 결국 날짜가 한참 지나 19일이 되어서야 정산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온몸에 기력이 빠지고 정신이 없어 남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하루하루 지내던 중이였는데 주니에게 질문을 받고 답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생님 센터는 얼마 내요?”
주니는 1학년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엄마, 그리고 초등학교 O학년 형과 함께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주니는 엄마가 야간일을 할때는 형과 둘이서만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자기 방이 있지만 엄마가 없으면 함께 잔다고 말했다.
주니는 집에서 가까운 우리 센터에 자리가 나지 않아 6개월 정도 옆에 위치한 센터에 다녔는데 적응을 잘 못했다. 결국 주니는 1년정도를 기다려서 작년 1월에 우리 센터에 들어왔다. 주니는 우리 센터가 너무 좋다면서 당시에 다니던 학원을 끊고 우리 센터에 와서 밝게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주니가 눈을 반짝이면서 “선생님!” 하고 나를 부르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엄마 지갑 사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시렸다. 세상에 많은 사람이 주니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이 온 마음으로 주니를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니와 대화하면서 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열심히 일하며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세상 모든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 씨앗을 심고 있다.
<재고 피드백>
1. 다시 말씀 드리지만, 글 앞부분에 쓰신 내용은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초고에서는 뒷부분을 아주 짧게 처리하셨지요. 그러다 보니, 앞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자를 충분히 납득시킬 내용을 채우라고 코칭해 드렸지요. 제가 코칭해 드린 방향대로 내용을 잘 모아서 정리하셨어요. 분량 자체도 저는 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잘 엮어야 진짜 보배가 된답니다. 그러니 생각을 글로 옮기시기 전에, 여러 이야기 덩어리로 갈래를 나누고 독자 편에서 더 많이 느껴 보셔야 해요. 내가 전체 내용을 이렇게 쓰면 상대가 어떻게 인식하게 될지, 더 차분하게 고민해 보셔야 해요. 글쓰기는 ‘(전체) 구조 설계’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아래 제가 쓴 내용처럼요.
(ㄱ) 주니와 대화 나눈 장면
(ㄴ) 바빠서 겨우 버틴 시간
(ㄷ) 조금 어려운 주니네 사정
(ㄹ) 내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2. 그런데요, 이 글에 심어 놓으신 아이들에 대한 무한 사랑, 박현주 선생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진심은 (초고부터) 아주 잘 전달됩니다. 모든 약점을 넉넉히 이기고도 남습니다. 그냥 흘려 보낼 수 있는 장면을 잘 포착하셨고, 본인 마음도 잘 들여다 보셨어요. 칭찬 드립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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