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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용 글쓰기는 '빈칸 채우기'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6. 1.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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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용 글쓰기는 '빈칸 채우기'다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6)

     

    조직 안에서 쓰는 업무용 글, 특히 일상적으로 혹은 규칙적으로 작성하는 업무용 글은, 대체로 이미 형식이 견고하게 정해져 있다. 예컨대, 보고서나 사업계획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무 글감이나 선택해서 자유롭게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 업무용 글을 쓰는 구체적인 과정은, 결국 매우 확실하게 정해진 글 형식 안에 고정되어 나뉘어 있는 여러 '빈칸을 채우는 활동'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조직 힘이 강할수록, 업무가 '반복될수록' 짙어진다. 

     

    그런데 대체로 업무용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자꾸 '문서 형식'을 배우려고 애쓴다. 물론, 이런 노력도 분명히 의미는 있다. 문서 형식은 지도와 같아서, 제대로 이해하면 글을 쓰는 전체적인 목적과 글이 갖춰야 할 스타일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손에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를 들었다고 해서, 실제로 정글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근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다. 지도는 지도고, 근육은 근육이다. 지도와 상관없이 근력은 따로 키워야 한다. 

     

    1. 빈칸을 나눈 사람이 품은 '의도'를 이해하라 

     

    우선, 빈칸 너머를 봐야 한다. 지금 당장 내 눈 앞에는 빈칸만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처음에 이 빈칸을 설계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빈칸을 계속 채워온 선배들과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은 빈칸 위에 붙은 제목과 빈칸 크기로 유추할 수 있다. 제목은 이 빈칸에 채울 내용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리고 빈칸 크기를 보면 앞으로 채워 넣어야 할 내용 분량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정보가 왜, 이만큼 필요할까? 생각해 보면 좋다. 

     

    2. 내용을 채우고 덜어내는 '논리'를 이해하라 

     

    상식적으로, 우리는 글쓰기를 '채우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맞다. 빈 종이에 글자를 채우니까. 하지만 다르게 보면, 사실 글쓰기는 무엇을 '채우는 활동'보다는 '빼는 활동'에 가깝다. 특히, 정해진 빈칸을 채워야 하는 업무용 글에서는, '어떤 내용을 남길 것인지'와 '어떤 내용을 뺄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업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어지럽게 널려진 정보를 서로 연결해서 일정하게 질서를 부여하는 '논리 구조'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대체로, 업무용 글에 부여하는 '논리 구조'는 '글 전개 방식'과 관련이 깊다. 어떤 대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중요하다면(질문: 어떤 일이, 왜 벌어졌는가?), 글 전개 방식 중 '서사'를 중점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반면, 시간 흐름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대상이 지닌 특성(개념) 자체가 중요하다면(질문: 이것은 무엇인가?), 글 전개방식 중 '설명'을 활용해야 한다. (전개 방식엔 '묘사'와 '논증'도 있지만, 매우 적게 사용하므로 무시한다.)

     

    3. 많이 쓰려면 상술(詳述)을, 적게 쓰려면 요약(要約)을

     

    목적과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젠 실제로 정글을 헤치며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이미 정해져 있다. 많이 쓰려면 상술을, 적게 쓰려면 요약을 선택하면 된다. 먼저, 상술(詳述)은 '구체적으로 쓰는 기술'이다. '구체적'이란 단어는 '눈에 보이게'를 뜻한다. 따라서 상술할 땐 '세부사항'을 쓰면 된다. 즉, 글에서 숫자, 외형 등이 나오면 제대로 상술했다고 봐도 괜찮다. 그리고 먼저 제시한 개념에 속한 하위 개념이 나열되면 제대로 상술했다고 봐도 좋겠다. 

     

    그렇다면, '요약(要約)'은? '중요한 내용(要)만 남기는(約) 기술'이다. 그래서 요약하면 대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열거한 사례 등 세부 사항이 빠진다. 그런데 이렇게 덜 중요한 세부 사항이 사라지면 글 내용이 추상적으로 바뀐다. 여기에서 '추상적'이라는 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게'를 뜻한다. 그래서 요약하면 자연스럽게 대상이 상위 개념으로 올라간다(연필, 볼펜, 만년필 → 필기구). (빈칸채우기는 경계가 확실하므로 상술보단 요약 능력이 더 중요하다.) 

     

    비유컨대, 업무용 글쓰기는 '이미 정해 놓은 틀 안에서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서 알뜰하게, 단단하게 배치하는 전략 게임'과 비슷하다. 글쓴이는 앞에 놓인 문서 양식 속 빈칸을 들여다 보면서 상대 의도를 파악하고, 시간 흐름 속 이야기를 쓸지(서사), 대상을 개념적으로 풀어낼지(설명) 결정한다. 그리고 실제 빈칸 크기에 맞춰서 세부사항을 자세하게 담아 길게 쓸지(상술), 덜 중요한 내용은 빼고 더 중요한 내용만 남겨 짧게 쓸지(요약) 결정한다.


    <사례> 

     

    (0) 동일한 사건

     

    _ 당사자: 70대 독거 남성 A
    _ 사건: 1월 10일 방문 상담 예정되어 있었으나 당사자가 문을 열지 않음. 전화 연락 시 “괜히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말하며 상담 거부. 이후 이웃을 통해 최근 외출 감소 사실 확인됨.

    (1) 서사(이야기) × 상술(세부사항까지)

     

    "2026년 1월 10일 14시경, 당사자A 가정을 방문했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러 번 초인종을 눌렀으나 반응이 없었으며, 이후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대상자는 “괜히 왔다 갔다 하지 말라”며 상담을 거부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인근 이웃과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당사자가 최근 며칠 간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들었다."

     

    (2) 서사(이야기) × 요약(중요한 정보만)

     

    "2026년 1월 10일, 방문 상담 시 당사자는 면담을 거부하였으며, 최근 외출이 줄어든 정황이 확인되었다."

     

    (3) 설명(인과) × 상술(세부사항까지)

     

    "당사자가 방문 상담을 거부하고 외부 접촉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최근 당사자 일상 기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외출 빈도 감소는 신체적 불편, 정서적 위축, 또는 대인관계 회피와 연관될 수 있으며, 이웃 진술을 통해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상황이 아닐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 현재 상태에 대한 추가적인 관찰과 간접적 접근이 요구된다."

     

    (4) 설명(인과) × 요약(중요한 정보만)

     

    "당사자의 상담 거부와 외출 감소는 사회적 고립 위험 증가를 시사한다."

     

    <보고서, 어떻게 써야 하나?> 

     

    보고서, 어떻게 써야 하나?

    지역사회 조직화 사업 중(과거/사건) 1. 2026년 1월 13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 목표 인원 20명 중 5명(25%)만 왔으며, 참석자 전원이 프로그램 장소를 바꿔 달라고 요구함. (현재/판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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