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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좋은 이유?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0. 4. 23.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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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Joy 채널에서 방영중인 무엇이든 물어보살, 을 자주 본다. 오늘은, 매일 홀연히 이태원 라운지 바에 출근(?)도장 찍듯 나타나서 혼자 몇 시간씩 춤만 춘다는 그녀의 사연을 들었다. 그녀의 가슴 짠~한~ 사연을 들으면서 세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째, 한국 사람들이 '상담'에 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는 은퇴하신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의 장성숙 교수님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양반, 유학파이신데도 '현실 역동상담'이라는  '한국적 상담 모델'을 제안하셨다. 이 모델에서 한국적 상담의 원형으로 삼는 모델은 '무당집에 가서 점 보는 행위'이다. 쉽게 말해서,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담에 관한 이미지는, "용한 무당을 찾아가서 나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무릎이 닿기도 전에 때려 맞추는 신비한 저 세상의 힘을 빌어 문제를 해결받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국인에게는 사람들의 사연을 주의 깊게 경청한 후에 반말 섞인 말로 적당히 면박도 주고 다소 일방적으로 점괘를 제시하는 무당처럼, 손윗 사람 내지는 선생님의 역할이 적합하다는 것. 그렇다. 딱 무불모에 출연하는 선녀보살, 서장훈의 모습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1) 장성숙 교수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내 임상 경험을 돌아봐도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상담자를 일종의 지혜로운 사람, 내지는 권위를 갖춘 선생님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자꾸 '해답'을 요구한다. (2)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는 대단히 역동적으로 다양성을 획득해 왔다. 특히 현재는 젊은 세대가 비한국문화적 요소가 전통적 한국 문화의 기저를 밑바닥부터 부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문화를 '한국 문화'라고 뭉뚱그려서 정의할 수는 없다. (3) 지금까지 선배들이 보여온 극단적인 사대주의는 큰 문제이지만, 국수주의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4) 결국, '케바케'가 해답이 아닐까. 전통적인 한국 문화를 따르는 분들에게는 좀 더 지시적으로, 좀 더 현대적인/서구적인 문화를 따르는 분들에게는 좀 더 비-지시적으로 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둘째, 서장훈과 이수근의 공감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오늘 동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면서 관찰하다가 문득,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발견했다. 두 보살은 고민러 여성의 사연을 듣다가 특정 지점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관심을 보인다. 이 여성의 동생이 세상을 먼저 떠난 사연을 들으면서 두 사람의 몸이 반사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사람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 주시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라고 후일담(소감) 동영상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방송에서 진심으로 들어주는 게 가능한가? 두 사람은 전문가도 아닌데?' 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를 확인한 것이다. 두 사람처럼, 우리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무의식적으로 그의 방향으로 몸을 약간 움직이게 된다: 진심어린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셋째, 서장훈의 질문 속에서 김인수(Insoo Kim Berg, 해결중심모델의 공동 개발자)의 태도를 보았다. 내가 평가하기에 김인수 최고의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만한) 무엇인가 좋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 질문에서 김인수는 다소 이상하게 보이는 내담자의 언행 너머에 깔려 있을 내담자만의 좋은 이유에 대해서 지극하게 존중하는 마음을 보인다. 이 짧은 질문 속에 내담자에 대한 존경심을 살포시 눌러 담는다. 그런데 오늘 본 무물보 사연에서 선녀보살, 서장훈은 매일 같이 혼자 이태원 라운지바에 가서 몇 시간씩 춤을 춘다는 여성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다: "처음에 (라운지바에) 가게 된 계기가 있을 거 아냐." (상담자에게) 말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말은 말이 전부가 아니다. 말은 태도와 결합되어야 말이 된다. 서장훈의 질문에는 김인수의 태도가 들어가 있었다. 내담자를 지극히 긍정하고 존중하는, 부드럽고 성숙한 태도가 들어가 있었다. 

     

    https://vo.la/Xl2x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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