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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랑 서로 사귀니? (정현경論 #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6. 8. 09:12728x90반응형
맹봉학 선생님: "쟤랑 서로 사귀니?"
정현경 누님 + 나: "(ㅎㅎㅎ)"
아마도, 요즘 우리 사이를 보는 누구라도 저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정현경 누님 지인들: 이재원이 도대체 누군데, 정현경 페이스북에 맨날 이름이 등장할꼬? 엄청 친해 보이는데?
이재원 지인들: 정현경 선생님과 이재원이 도대체 어떤 관계이길래, 뻔질나게 정현경 선생님 성함이 등장할꼬?
우리는 2015년 봄에 만났다.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위기를 지나오면서 거의 산 송장처럼 살고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성공회대학교 김유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 그냥 두면 진짜 큰일 나겠다. 노느니 뭐해, 학교로 와." 이렇게 모교(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입학을 계기로 정현경 누님을 만났다(동기다).
2015년에 학교에 다니면서는 그냥 조금 친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때는 뭐하시는 분인지 잘 몰랐다. 모금, 뭐시기 쪽에서 일하신다는 말만 들었던 것 같다. 그냥, 작지만 자신감 뿜뿜, 목소리 먹어주고(암... 누님 목소리가 꾀꼬리 같긴 하지), 밝고 명랑한 만화 주인공 같은 느낌? 이런 저런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그냥 저냥 친하게 지냈다.
거기가 어디더라? 학교 앞 어떤 커피 샵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조금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이전에 겪었던 힘든 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랄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편안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기 정도였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정현경 누님은 나에게 그냥 "저기에 있는 동기" 정도였던 것 같다. (왠지 느낌이 좋아서) 가끔씩 만나서 식사하면서 마음 편하게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 (그래요, 누님. 기억하시죠? 언젠가 역곡 역 근처에서 만나서 김치찌개 먹고 소주 마셨던 날, 그날 분위기가 참 따뜻했던 것 같아요. )
잠깐만... 근데 우리가 최근에 어떻게 다시 만났지? 하~ 기억이 안나네? 맞다! 누님이 내가 휴먼 임팩트에서 가르쳤던 해결중심상담 강의에 오셨지! 그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아니, 이 양반이 강의로는 베테랑이신데? 자기 분야(모금, 기부)도 아닌데 듣보잡 강사가 가르치는 클래스에 왜 오셨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영어 공부! 바로 그 영어 공부 때문에 결정적으로 친해졌지. 나는 이상한 증상이 하나 있다. 그 누구든지 나에게 "전 늦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힘들어 하고 있는 "뒤쳐진 사람들"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돕고 싶다. 뭐라도 도와서 일으켜 세우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늦었기 때문에.
영어 때문에 힘들단다. 대학원 영어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고 계시단다. 애잔한 마음과 함께 "아무 이유 없이(실은, 뒤쳐진 사람에 대한 애타는 마음 때문에 = 남일 같지가 않아서)" 영어 공부를 내가 먼저 제안했다. 그리고 가르쳤다.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두 달 만에 당당하게 합격!)
그리고서는 모든 게 시작되었다. 아니, 알고 보니 이 양반이 나랑 엄청 비슷한 스타일이야. 솔직하고, 순진하고, 열정적이고, 지적인 호기심이 많고, 남 도와 주려고 하고... 말이 잘 통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다가 나름대로 힘들었던 상황을 열정과 노력을 무기 삼아 하나씩 하나씩 어려움을 딛고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허당끼... 그래, 어쩌면 누님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 허당끼... 인데, (정현경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다. 종종 놀랄 만큼 빈틈이 많다. 그래서 옆에서 살뜰하게 도와 줘야 하고 챙겨 줘야 한다.) 누님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순수함, 그리고 따뜻함으로 사람들을 만들어서 약점을 보충하신다.
굉장히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이지만, 늘 주변을 살피시고 뭔가 함께 도우려고 하고 연대하려고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엮는 재주를 가지고 계신다: 사람들이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현경을 좋아한다. 나도 누님의 이런 점이 가장 좋다. 사심 없이 도와 주고 순수하게 연대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
내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머리 좋은 사람도 많고 말 잘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누님처럼 솔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약을 파는 전문가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현경은 모르는 걸 아는 척 하지 않는다. 모르면 인정하고 겸손하게 배운다. 멋지다.
언제나 궁금했던 것 한 가지: 어째서 수많은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정현경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따르고 싶어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현경이 가지고 있는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그들에게 정현경은 삶의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물론, 정현경은 아이도 없고 따라서 늘 아이를 심장에 달고 다녀야 하는 보통 여성들과 다르다. 어쩌면 그들의 모델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경은 수많은 여성 사회복지사들의 모델인 것 같다. 여성으로서 그 자신으로서 존재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빛이 나는 존재. 사람들을 움직이는 에너자이저.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본 정현경은, 사실 열등감도 많고 보기만큼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나 바로 그 열등감을 딛고 일어서기 때문에, 매일 아침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서 일어서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이다. 안될 때 안되더라도 움직이고 내다보고 준비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하게 열등감을 승화시킨 사람이다.
사귀다니... 에비... 혹시 우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대들은 정현경 + 맹봉학 커플의 일상을 보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두 분이 얼마나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깊게 사랑하고 알콩달콩 달달하게 살아가시는지 모른다. 내가 미쳤냐? 이런 두 분 사이에 끼어들다니? (이렇게 진지하게 논하는 것도 웃기다. 하하.)
나에게 정현경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며, 세상에서 가장 강의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정현경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 세상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은 사람이다. 끝까지 친구 맺고 싶은 사람이다.
친구도 사귀는 거라면, 그래. 사귄다, 우리.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충성스러운 친구인지. 나는 진정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세상을 살면서 신의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정현경 누님은 나의 신의를 다해서 도와주고 믿고 따르고 의지할 만한 좋은 벗이다. 그 뿐이다.
덧붙임: 인격자, 맹봉학 선생님,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데헷.
덧붙임2: 누님께선 좀 민망하시겠지만 좀 참으쇼. 어쩔 수가 없소.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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