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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제를 일기라고 생각했어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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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에, 나는 조금 이상한 경험을 했다. 어떤 날에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또 다른 날에는 상담자가 되어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20년을 넘게 살면서 해본 적 없는 낯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쉽지 않았고 초반에는 혼자 고민하다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의가 기다려지고 글을 쓰는 것이 재밌어졌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이 과제를 하는 것을 ‘숙제’로 인식하지 않고 내 감정,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그만큼 나는 강의를 듣고 생각한 내용을 내 언어로 번역하여 글을 자유롭게 썼다. 규격화된 틀에 맞춰 딱딱한 글을 써야 하는 다른 강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편했다. ​적어도 선생님께서는 내 글의 흐름이 좋다고 하셨다. 

     

    내 글이 좋다고? 처음 통화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거쳐온 수업에서는 내 과제, 시험에 대해 정확하게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으니까. ​근데 그 뒤에도, 뒤에도 선생님은 내 글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이 부분에서는 감동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 정말 내 글을 세심하게 보시는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해결중심상담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주전공도 아닐 뿐더러 사회복지 선수과목을 듣지 않고 가족 상담 강의를 선택했던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해결중심상담에 대해 고민했고 이해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나’라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결중심상담의 목적이 내담자의 부정적인 요소도 긍정적인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이 수업을 듣는 동안은 내가 내담자가 되어 나를 돌아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바쁜 시간 내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은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잊지 못할 경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재원 생각> 

     

    이 학생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을 무지무지 잘 썼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엇, 좀 쓰네?" 정도였다. 그런데 매주 이 학생의 글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과제물이니 딱딱하게 쓸 수도 있었는데, 마치 자신에게 편지를 쓰듯이 자연스러운 글이 이어졌다. 학생에게 전화를 했을 때, 물어보니 사회복지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단다. 아... 아까비... 만약에 사회사업을 한다면, 뛰어난 글 솜씨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글 솜씨는 어느 영역에서 일하든, 꼭 필요한 지적 능력이다. 

     

    단언컨대, 나는 절대로 내가 느낀 것 이상 오버해서 칭찬을 한 적이 없다. 그만큼 이 학생의 글이 뛰어났다. 최소한 글쓰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써 온 것 같다는, 내공이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생각을 정리하는 흐름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글이 술술술 읽혔다. 그래서 1:1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을 때, 내가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학생... 자기가 글 잘 쓰는 거 알아요?"

     

    그래, 믿지 않는 것 같더라. 그는 학과 특성상 글을 쓸 일이 참 많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 쓰기 연습을 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이유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을 부드럽게 전개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말했다: "저는 학생이 앞으로도 글 솜씨를 계속 갈고 닦으면 좋겠어요. 글쓰기로 밥 벌이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렵겠지만 가능할 것도 같아요. 분명히 재능이 있습니다. 물론, 프로가 되어서 글을 쓰려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빡센(?) 훈련을 받아야하겠지만요." 

     

    <쿵푸 팬더 주제곡: KungFu Fighting>

    모든 사람이 쿵푸를 하네. 
    네 마음은 빛처럼 빠르네. 
    불확실한 미래는 두렵지만, 
    이건 네가 써 가는 네 인생의 책이야. 

     

    너는 타고 난 무술가인데, 
    왜 이렇게 보기 힘들까? 
    그 이유는 아마도, 
    네가 나를 계속 보고 있기 때문이야 

     

    여행은 외로운 거야.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렇지만 자주 떠나서, 
    그리고 계속 떠나서 너 자신의 영웅이 되거라. 

     

    너는 거친 다이아몬드이고, 
    진흙 속에서 빛나는 구슬인걸. 
    너는 에술처럼 해 낼 수 있어. 
    온 힘을 다해 나아간다면. 

     

    네가 적을 이기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나는 믿어. 네가 적을 쓰러뜨릴 것을. 
    네가 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냐
    진정한 승리를 쟁취해야 해. 

     

    모든 사람이 쿵푸를 하네. 
    네 마음은 빛처럼 빠르네. 
    불확실한 미래는 두렵지만 
    이건 네가 써 가는 네 인생의 책이야. 

     

    선생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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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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