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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듣보잡 선생이 학생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고...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7. 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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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학생분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고... 이재원

    예전에 제가 의료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 수련을 받을 때, 제 수퍼바이저가 모 명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 분 인격이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어서, 박사 공부를 하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사무실에 와서 부하 직원들, 특히 우리들 수련생들에게 풀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박사 공부하면서 있었던 모든 일들, 특히... 수련생에게 보이면 (전문 용어로) "쪽팔릴 일"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풀어놓곤 했습니다. 우리 수련생들이 공기처럼 느껴졌던 거겠죠.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한 거겠죠?

    음... 충격이었습니다. 그 대학은 박사과정을 졸업만 하면 서울 시내권은 아니더라도, 지방 혹은 서울 쪽 전문대에 교수로 꽂아줄 수 있는 상징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엄청난 권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요. 음... 그러니 박사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은 뭐랄까, 본의 아니게 교수들에게 엄청난 선물 공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2010년이었는데... 정말 심각했습니다.) 그 선물 공세에 관한 이야기를 제 수퍼바이저가 수련생들에게까지 가감없이 말해 주곤 했습니다.

    저는 듣는 내내 표정 관리를 했지만, 정말 낯이 뜨거웠습니다. 전국의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유명한 K 교수님께서는 월급보다 더 많은 선물 공세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진짜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월급보다 선물 액수가 더 높다고 했습니다.

    흠... 원래 테뉴어(종신 교수)는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으로서, 뭔가 사회에서 비판할 거리가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말을 하라고 신분을 보장해 준 것이었습니다. 대학 지식인 사회에서는 최소한 말할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소신껏 말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었고 문화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선생은 없어지고 속물만 남았습니다. 다른 데는 볼 것도 없습니다. 아니, 지도 교수 앞에서 벌벌 떠는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월급보다 더 많은 선물을 받다니요. 그러라고 정교수 시켜 놓은 게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진정성 있는 소통을 비교적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이 배움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토론하고 즐겁게 배우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 뿐입니다. 정말 그 뿐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부족한 선생도 선생이라고 생일이 되어 선물을 주시니, 말 그대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고맙기가 그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제가 뭔가 정식 교수가 아닌 게, 기쁘기도 합니다. 하하하...) 

    솔직히, 선물을 모두 거절하려다가... 저도 나중에 선물로 갚아야지, 생각하고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더욱 잘 가르치고 싶습니다. 더 쉽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제 설명을 듣기만 해도 학생들이 지식에 통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가르치는 일에 대가가 되고 싶습니다.

    글 길에 함께 해 주셔요.

    2020년 귀빠진 날, 이재원 배상.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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