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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아주기: 감정을 다루는 법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7. 16. 06:23728x90반응형
나를 안아주기: 감정을 다루는 법.
우선, 감정에 관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 놓아야 한다. 예컨대, 공격적 행동에는 죄가 있지만, 그 공격적인 행동을 낳은 감정에는 죄가 없다. 도덕적 판단이 작동하면,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느낄 새도 없이 억압하게 된다. 그리고 억압된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회귀한다. 헌데, 감정에 죄만 없나? 아니다. 시간도 없다.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처럼 되살아 난다.
감정은 알아 주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내 존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보살펴 주라고 힌트를 보내는 것이다. 아이는 왜 우는가? 자기 상황을 알아 달라고 울고, 그러므로 자기 마음을 알아 달라고 운다. 느껴진 감정은 알아 줘야,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안아 줘야 건강하게 자기 목적을 달성하고 소멸한다.
어릴 적, 내가 답답했던 것은... 어른들이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면서 어른스럽게, 사내답게 행동하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늘 궁금했다. 도대체 어른스러운 것은 무엇이며, 사내다운 것은 무엇일까. 언젠가 하도 답답해서 아버지에게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행동으로 보여주면 알아서 할 줄 아셨다고 하신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하는 거냐고요?
그러니 마음 속에 부당하다는 생각,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싹텄다. 내가 보기엔, 어른스럽다는 건, 뭔가 아닌 척을 하는 것이고, 사내답다는 것도 느껴지는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물론, 어른스러운 사내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는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겠다. 무서워도 아닌 척, 화가 나도 아닌 척을 할 수 있다.
근데, 이것이 과연 정말로 어른스러운 것인가? 진짜로 사내다운 행동인가? 과연 “척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어른스러운 사내가 사는 방식인가? 아니다. 자기 감정도 모르는 이가 어찌 어른인가? 센 척, 은 그냥 센 척이지 그게 어찌 사내다운 것인가? 자기 감정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외면하는 것을 두고 어찌 성숙하다 말할 수 있나?
감정을 다루는 법은,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 느껴진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을 그 어떤 억압도 없이 내 자신이 오롯이 느끼는 것이 시작이다.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으면서 알아주는 것이 시작이다. 일단 이것이 되어야 통제를 하든 해소를 하든 할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대상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정 단어>
(그가) 밉다.
속상하다.
억울하다?
창피하다.
허, 고놈 참 맹랑허네?
에라~ 이 배은망덕한 년아.
고오얀 놈!
근데, 쪽팔리네.
자책하는
자업자득
(내가 없어 보여서) 싫어.
에라~ 썅!
씨발.
<생각>
나도 그런 감정 느낄 만 했어.
하지만 걔도 그럴 만 했어.
당황스러웠을 거야.결국 같은 말을 서로 한 거야.
그래, 너그럽게 이해하자.
어제 어떤 일을 겪었다.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돌아온 상대의 말 덕분에(?) (그 이전에) 내가 그에게 어떤 말을 했던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선은 창피했다. 그 감정이 뭔지, 감정의 세세한 결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뭔가 얹혀 있는 느낌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나를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느끼려고 애썼다. 솔직하게.
오늘 새벽이 되니, 그제서야 감정 단어가 저 깊은 곳, 마음 속에서 솔직하게 올라온다. 그 소리를 듣고 적어 놓은 게 요 바로 위 감정 단어 목록이다. 그리고 그 밑에 생각을 적었다. 그래도 내가 한 단계 성장했단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적용한다는 사례인 것 같아서 기쁘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해서 좋다. 그나마 나를 보호하고, 알아주고, 안아주기 시작한 것 같아서 기쁘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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