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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부생의 뛰어난 통찰(#3): "부정적 상황 속에서 긍정을 발견하기"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15. 13:08728x90반응형
2020년 봄 학기, 나는 모교(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해결중심 가족치료를 가르쳤다. 학부생 3, 4학년이 듣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출석부를 보니 다른 학과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전공 학생들이었다. 원래 사회복지학과는 이수해야 할 과목 수가 많아서, 타과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기 힘들다. 그런데 관심은 있다보니 부전공으로라도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데, 이들이 그런 경우였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한 학생이 글을 너무 잘 썼다.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 깊었지만,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아주 부드럽게 잘 표현했다. 궁금했다. 어떤 학생인지. 그래서 매주 내 수업을 듣고 배운 점, 느낀 점, 실천할 점, 질문을 정리해서 내는 레포트를 읽을 때 이 학생의 글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학생의 기말 과제물: 강의 수강 소감문>
그런데, 어제 이 학생이 소속되어 있는 학과의 교수님께서 보내신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 내용은 다른 학과 수업을 듣는 그 학과 소속 학생들 중에서 과제물을 뛰어나게 잘 한 학생을 선정해서 동문 장학금을 수여하니, 후보 학생이 있다면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너무 기뻤다. 딱 이 학생이 받아야 할 장학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쁘게 이 학생이 한 학기 동안 보내 준 레포트를 하나의 파일로 정리하여 답장을 보냈다. (만약에, 선정이 안되더라도 반드시 이 학생에게 연락을 하셔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적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학생은 글을 너무 잘 썼다. 그래서 "이 학생에게 허락을 받아서," 한 학기 동안 제출했던 주별 레포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글도 글이지만,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서 정리한 내용이 너무 좋다. 이 글을 보시는,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계시는 학생분들께서 저처럼 깊은 영감을 얻길 바란다.
부정적인 상황 속 ‘긍정적’ 요소 발견하기
<배운 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저를 찾아오셨나요? 상담자가 이러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말하기보다 평소 자신을 화나게 했던 상대의 문제점을 꺼내며 이 부분이 꼭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답변한다. 김인수 선생님을 찾아온 가족도 어떤 문제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엄마는 딸의 문제를, 딸은 엄마의 문제를 지적했다.
자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상황이 반가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상 초반 상담이 진행 중임에도 엄마와 딸은 평소 서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욕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상담자 김인수 선생님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서 들어준다. 그저 단지 같은 맥락의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며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처음에는 엄마에 대한 깊은 분노와 불평불만을 표출하던 딸은 같은 질문을 받고, 고민하면서 끝내 엄마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한다. 여기서 김인수 선생님은 놓칠 수도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포착해서 다시 질문한다.
“엄마가 너를 정말 딸로 생각하길 바라는 거지?“ 딸은 대답한다. “네 맞아요”
나는 이 부분에서 김인수 선생님이 본격 내담자를 만나기 전에 했던 ‘사람의 바닥 밑까지 자세히 보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를 욕하고 증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서로 너무도 애정하고 있기에 상대에게 미움이라는 모습의 관심을 쏟고 있다. 단지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기 때문에 갈등은 지속되는 것이다.
내담자가 원하는 목표는 결코 원대하지 않았다.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상담자의 질문에 엄마와 딸은 지금보다 사이가 진전되면 좋겠다는 같은 대답을 했다. 결국 엄마와 딸이 원하는 목표는 같았지만 서로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없어서 오해만 쌓여갔다.
김인수 선생님은 목표 설정에서 끝내지 않고 순발력 있게 가상질문을(원하는 목표가 이뤄진다면 어떤 점이 나아질까요?)이어갔고 내담자는 고민 끝에 사소하지만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을 말했다. 아마도 그 질문의 목적은 내담자가 변화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희망적인 상황은 당신들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김인수 선생님의 상담 영상을 보면서 문제 중심의 관점이 상담자로 인해 해결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해결중심상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그래서 상담자의 역할은 뭔데? 그냥 앉아서 질문만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이기만 했던 내담자의 상황을 질문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구의 편이 아닌 중립적인 위치에서 내담자의 상황을 공감해주는 김인수 선생님의 상담은 매우 놀라웠다.
상담을 배우는 우리 또는 초보 상담자는 전문적인 상담 기술을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김인수 선생님과 같이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느낀 점>
영상에 나오는 내담자 가족의 사례를 보면서 매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볼 수 있었는데, 영상에서는 하나의 가족 사례만 다뤘지만 사실상 그 가족의 문제는 그들만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피가 섞인 가족이라 해도 가족 구성원 전체의 마음을 아는 것을 불가능하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식 부모를 떠나서 한 사람 개인을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란 모든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로 인해 가족의 간섭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간섭이 아닌 관심이다.
「지금 우리집의 모습은 더 나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선택한 내담자 가족은 문제가 매우 심각한 특별한 케이스일까?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NO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단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자체가 충분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가족의 갈등 상황은 지금 우리집에서도, 주변 어디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 가족의 크고 작은 사건을 전부 문제라고 묶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커져 버리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의 상황을 예시로 들자면 항상 바쁘셨던 부모님으로 인해 어릴 적 추억이 많이 없고 그때부터 모든 도움없이 스스로 해내는 것이 당연했다. 시간이 지나고 사춘기가 오면서 유난히 엄마와 갈등이 많았는데 대부분 그때 했던 말은 “관심 꺼/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였던 것 같다. 엄마와 사이 좋은 친구를 보면 너무 부러웠지만 이런 나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워 거친 말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이를 조금 더 빨리 문제라고 인식했더라면, 좋은 상담자를 만나서 관계 회복에 힘썼더라면 관계를 좁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김인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우선, 내담자의 부정적인 대답,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정확히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내담자의 지친 감정이 드러나면 해결중심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울 텐데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을 하고 해결로 나아가는 상담자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물론 나는 아직 누군가를 상담해본 적이 없고 해볼 실력도 안되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공부하다 보면 나의 과거처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면 이 강의를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생각하며 상담을 해주고 싶다.
<이재원 선생의 피드백>
김인수 선생님께서는 워낙 오래 미국에서 살아오셔서 한국말을 그리 잘하지는 못하셨습니다. 아마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니, 저 노인네는 뭔데 저렇게 한국말을 못하시는 거지? 왜 저렇게 버벅대는 거야?" 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김인수 선생님의 진가를 알려면 일정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즉,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김인수 선생님의 대화록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주저했습니다. "내가 충분히 가르쳤던가? 학생들이 김인수 선생님의 진가를 알아볼까? 실망하지는 않을까?" 등등...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은 제 걱정을 비웃듯이 김인수 선생님의 위대함을 알아챘습니다. 역시, 개념을 잘 설명한 후에 상담 비디오를 보여 준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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