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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의 제자가 "기적질문"을 아주 그냥 끝내주게 구사했다(#2)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19. 10:08728x90반응형
"아, 이제 딱 이해하셨네." 나의 내제자(內弟子, 우치데시), 안혜연 사회복지사께서 본격적으로 기적질문을 연습하고 계신다. 뭐, 긴 말이 필요없다. 바로 안혜연 선생님께서 실습하고 작성하신 대화록으로 들어가 보자.
<기적질문 실습 녹취록>
*작성자: 안혜연 사회복지사(화성시 여자단기청소년쉼터 팀장)
*참고: 각 장면에서 특정한 질문을 한 이유 정리하기 + 이재원 선생의 코멘트
<주의>
*본 대화록은 완전히 가상의 상황에서 가상의 캐릭터로 이루어졌음.
*본 대화록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본 대화록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음.
기적질문 과제 4-2(안혜연 2020년 7월 14일)
실천가: 민아야 안녕~
내담자: 안녕하세요?
실천가: 반가워.
내담자: 네.
실천가: 밖에 비가 그쳤나?
(이재원) 예스-세트 질문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솜씨가 기가 막힌다.
(안혜연) 비협조적인 내담자로 설정 후 진행한 거라 평소보다 더 긴장이 됐다. 날씨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재원) 고민한 티가 났습니다.
내담자: 네, 그친 것 같아요
실천가: 아, 그쳤구나. 까만색깔 옷을 입고 왔네.
내담자: 네.
실천가: 귀걸이도 했네?
내담자: 네.
실천가: 무슨 색 귀걸이지?
내담자: 까만색이요.
실천가: 아~ 까만색 엄청 잘 어울린다.
(이재원) 예스-세트 질문 끝에, 칭찬을 붙였는데...
내담자: 감사합니다.
(이재원) 효과가 있다.
(안혜연) 그냥 예스-세트만 구사했을 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느낀걸지도 모르겠지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가벼운 칭찬을 붙여서 어색함을 줄이고 싶었다.
(이재원) 그 선택이 아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실천가: 잘 왔어? 올 때 어땠어?
내담자: 올 때 그냥 좀 귀찮긴 했는데, 그냥 가야된다 그래서 그냥 왔어요.
실천가: 응, 만나서 반가워. 선생님이 조금 낯선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
(이재원) 기적질문 본 질문이 시작된다.
내담자: 네.
실천가: 응, 오늘 여기서 선생님이랑 이렇게 상담을 끝나고 밖으로 나가잖아. 나갔을 때 보통 때처럼 너가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 번 생각을 해봐봐. 여기에서 나가서 뭐 버스를 탈 수도 있고 대중교통 이용해서 집으로 가게 될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랑 뭐 카톡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 집에 일단 도착을 하게 되겠지. 도착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뭐 누워서 휴대폰도 잠깐 하다가 아니면 컴퓨터를 하거나 뭐, 티비를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다가 막 밥먹어! 그러면 밥 대충 먹고. 가족들이랑 얘기를 좀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제 밤이 올거야. 그러면 씻고 아 이제 자야겠다~ 하고 침대로 가서 또 이렇게 핸드폰 만지작 만지작 하고 이런 저런 생각 하다가 피곤해지니까 스르륵 잠에 들게 되겠지. 그 후에 그 밤에 너가 딱 잠이 들었는데 자는 동안에 기적이 일어난거야 너한테. 근데 여기서 말하는 기적은 어떤 막 큰 그런 기적이 아니라 오늘 너가 상담할 때 여기 가져온 문제 있잖아. 그 문제가 완전 사라져버리는 그런 기적이 일어난거야. 근데 너가 자고 있었잖아. 잠자는 동안에 그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에 너는 기적이 일어난 줄을 몰라. 그런 모르는 상태에서 아침에 너가 일어났어. 근데 딱 일어났을 때 어떤 걸 보면 어? 혹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기적이 일어났나? 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재원) 기적질문은 본 질문을 하고 난 후에 내담자가 답변하는 부분부터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선은 기적질문 자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안혜연) 다시 읽어보면서는 좀 덜 구체적이게 설명해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일수록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괜찮을까요?)
(이재원) 아니지, 구체적일수록 좋은 거지. 내담자의 독특한 삶에 최대한 가깝게 가도록 묘사할수록 좋은 거지. 그래서 기적질문을 하기 전에 내담자에게 평소 생활 패턴을 물어보는 게 좋고, 데이터가 너무 없다 싶으면 기적질문 중간에 내담자에게 디테일한 내용을 물어보고 확인해도 무방함.
내담자: 그러면, 뭔가 상상적인 것도 되요? 아니면 일상적인걸 얘기해야 되요?
(이재원) 상상을 하는 거지만, 결국 그 상상의 재료는 과거의 경험(예외 상황)이 될 것이다. 기적질문 속에서 미래와 과거는 서로 맞닿아 있다. (따라서 기적질문과 예외 질문은 결국 하나다.)
(안혜연) 내담자 입장에서 이런 질문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질문'이니까.
실천가: 어, 상상을 해도 상관 없고 근데 일상에 있어서랑 연결은 될 것 같아. 왜냐면 아침이 됐을때니까? 평소 너의 삶에서 딱 뭘 봤는데 “앗 뭐야, 기적이 일어났어?” 뭘 보면 그런 생각을 할까?
(안혜연) 일상에서 일어난 기적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좀 더 정리해 봐야겠다.
(이재원) 딱히 연구하실 필요까지는 없고요, 그냥 추가적으로 이 정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내담자: 음... 일어났는데 엄마 아빠가 다 집 안에 있고, 잘 일어났냐고 얘기 해주고, 같이 밥먹으라고 얼른 씻고 밥먹으라고 얘기해줄 때.
(이재원) 신기한/재미있는 것은, 기적질문은 결국 내담자(나 내담자 가족)의 "행동"을 물어보는 것인데, 내담자들은 “~인 때”라고 답한다는 점이다.
(안혜연) 맞네요, 그렇네요!
(이재원) 예상하고 있으면 좋습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 같아요.
실천가: 응~ 그렇게 이야기 딱 했어. 그러면 넌 좀 어떨 것 같아?
(이재원) 넌 좀 어떨 것 같아? 상당히 포괄적인 질문이다. 반응을 묻고 있다.
(안혜연) 그렇네요.
(이재원) 포괄적이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응 그렇게 이야기 딱 했어. 그러면 넌 좀 어떨 것 같아?" 이것을 하나의 패턴으로 가져가 봅시다. 안혜연 스타일 패턴. 나도 한 번 써 봐야겠어.
내담자: 음... 그냥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그냥 잘 모르겠어요.
(안혜연) 그래서 뭔가 두루뭉술한 대답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행동이 어떨 것 같아? 쪼개서 물어보면 더 좋겠다.
(이재원) 제 말은, 처음에는 두루뭉술하게 물어보는 게 좋다고요. 일단은 포괄적으로 물어본 후에 디테일하게 쪼개면서 들어가면 돼.
실천가: 응~ 그러면 엄마 아빠가 집안에서 너가 딱 일어난 걸 보자마자 “잘 일어났어?” 좀 다정하게 얘기하는건가? “밥 먹어~” 이렇게 얘기를 했어. 그러면 넌 어떻게 그 다음에 행동할 것 같아?
내담자: 음, 대답을 우선 할 것 같아요.
실천가: 뭐라고?
내담자: 네, 라고.
(안혜연) 짤막한 대답이 나오면 긴장된다.
(이재원)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답변도 아니고, 모른다는 답변도 아니고, 상세하게 이야기 하기 시작한 찰나에 나온 답변이므로 긴장하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더구나 선생님께서 기세 좋게 잘 끌고 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안됩니다.
실천가: 응, 그리고 나서?
(이재원) 질문을 이어가는 기세!
(안혜연) 그래도 이어가보리라!
(이재원) 기세가 중요하다니깐!
내담자: 그리고 나서 그냥 씻고 나와 가지고 그냥 같이 앉아서 제가 밥을 푸고, 반찬도 나르고, 함께 그냥 앉아 가지고 오늘 어떻게 보낼지 얘기하고 싶어요. 그냥 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어요.
(이재원)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천가: 아무 얘기라도? 음, 어떻게 보낼지? 그리고?
(이재원) 질문을 이어가는 기세!
내담자: 음... 그리고 오늘 하루 그냥 수고하라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줄 것 같아요.
실천가: 누가?
내담자: 엄마가요.
실천가: 응~ 이런 얘기들을 좀 나눠봤던 때가 있었어?
(이재원) 부드럽게 과거로 이동해서 예외질문을 하고 있다. 왜냐? 내담자가 미래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도 이미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떄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적질문과 예외질문은 사실은 서로 매우 비슷한 질문이 된다.
(안혜연) 격려를 받으면 어떨지 더 물어봤어도 좋았겠다.
(이재원) 맞습니다. 다시 보시니까 이런 부분이 더 분명하게 보이시죠? 좋은 신호입니다. 그렇게 내담자가 한 답변을 더욱 두텁게 끌고 가는 거죠.
내담자: 엄마랑요?
실천가: 응. 엄마든 아빠든 좀 격려도 해주고 같이 이런거 밥도 먹으면서.
내담자: 집 안에 저한테 그렇게 관심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이재원) 내담자가 그렇게 느꼈던 것 뿐, 실제로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내담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실천가: 이렇게 같이 밥 먹고 이랬던 경험이 없는 것 같아?
내담자: 음.
실천가: 아주 조금, 비슷한 경험이라도?
(이재원) 내담자가 부정적으로 답변하고 있지만, 실천가는 밀리지 않는다. 질문의 내용을 쪼개서 들어가고 있다.
내담자: 음, 그냥 유치원 때? 그냥 엄마가 밥 먹여준 것 밖에 기억이 안나요.
실천가: 아, 그래. 우리가 오늘 계속 얘기를 하는 건 기적이 일어났다는 가정 하에 얘기를 하게 될거야. 그러면 밥을 막 먹었어, 엄마랑 아빠랑. 격려도 해주고, 잘 갔다와 오늘 하루 잘 했으면 좋겠어~ 그 다음에 선생님이 오늘 물어볼 거는 좀 일상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좀 물어볼거거든. 그 흐름대로 같이 얘길 좀 나눴으면 좋겠는데. 밥을 다 먹었어. 그 다음엔 어떨 것 같아?
(이재원) 기적질문으로 상상하게 하고, 예외질문으로 과거 데이터를 확인하는 1차 시도가 끝났다. 내담자는 바람직한 미래를 상상은 하지만 예외는 없다고 보고했다. 실천가는 실망할 법도 한데, 1차 시도가 끝났던 바로 그 지점으로 돌아와서(즉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2차, 3차 시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렇듯, 기적질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낯선 질문을 던져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온 답변을 붙잡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과 기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혜연) 비협조적인 내담자 컨셉이어서 그랬는지, 내담자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기세가 강했다. 그래서 부담이 좀 컸던 것 같다.
(이재원) 부담이 좀 큰 사람처럼 느껴지지가 않네요. 우리는 그런 부정적인 기세 따위가 전혀 두렵지 않잖아?
내담자: 그 다음에는 저는 실은 원래는 아무것도 안해요. 그냥 방 안에 누워서 핸드폰 하거나 그냥 컴퓨터만 하는데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으니까 제가 뭔가 나가야될 것 같아요.
(이재원) 아무 것도 안하긴…. 그러면 핸드폰 하거나 컴퓨터 하는 것은 뭐니? ㅎㅎ 하지만, 내담자의 관념은 중요하다. 지금 내담자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담자는 기적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나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답을 하고 있다. 실천가는 이 작은 조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혜연) 실제로 정말 힘든 벽에 부딪혀서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기적질문을 했을 때 기적 상황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겠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예외상황이 없어서 상상해보게 하는 것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간다고 대답해줘서 다행이었다.
(이재원) 그래서 "알지 못함의 자세(알고 싶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겁니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 마음을 열고 미리부터 제한하지 말자는 것이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어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어요. 가능해요.
실천가: 어~ 어디로?
(이재원)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기세!
내담자: 음… 학교는 가기 싫구요. 그냥 뭔가 좀 조용하고 혼자 조금 걸을 수 있는 데로 가고 보고 싶어요.
(이재원)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천가: 어~ 이런 곳이 있어? 너가 아는 곳?
(이재원) 예외질문(존재 질문)으로 과거 데이터를 물어보고 있다.
내담자: 옛날에는 공원에 근처에 갔는데 되게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재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실천가: 어~ 어떤게 좋았어?
(이재원) 무엇이 좋았느냐? (예외질문-양태질문)
내담자: 그냥 차들도 많이 없고, 공기도 좋고, 사람도 많이 없고. 사람들이 우선 날 쳐다보지 않아서 좋고.
실천가: 아~
내담자: 그냥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실천가: 응~ 사람들이 없는게 조금 편한가 너는?
(이재원)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확인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별 것이다.
내담자: 네.
(이재원) 여기에서 좀 더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다.
(안혜연)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는 의미를 더 물어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부정적인 기세때문에 왠지 문제이야기가 줄줄 나올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재원)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대화로 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이 타이밍에서는 오히려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나중에 해결 이야기로 전환하는 것이 좀 더 쉬울 수도 있겠어요. 문제 이야기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다만, 이번 연습에서는 기세 좋게 끝까지 끌고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괜찮습니다.)
실천가: 응~ 또? 사람들이 없는데를 그렇게 좀 걷고 이러면 또 뭐가 좋아 너한테?
(이재원) 자유로운 느낌 외에 좋은 점을 묻고 있다. 나쁘지 않다.
(안혜연) 그래서 또 뭐가 좋은지 물어봤다.
(이재원) 좋습니다.
내담자: 음, 그냥 쳐다보지 않아서 무섭, 무서워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 나한테 뭐라고 욕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이재원) 이 대목을 해결중심 경청으로 리프레밍 한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내담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혜연) 지금 읽어보니 내담자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더 얘기하고 싶었나보다. 다시 얘기했네. 배운대로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지 않아서 내담자는 계속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빨리 알아채는 것이 중요한 듯. “사람들의 시선이 뭐라고 욕하는 것으로 생각될만큼 무서웠구나.” 감정을 한번 읽어주고 넘어갔다면 좋았겠다.
(이재원) 맞습니다.
실천가: 응, 그럼 너는 무서운 감정 대신에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원해 평소에? 이게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런 느낌보다는?
(이재원) 매우 좋다!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기 때문에 “대신에”를 활용했다.
내담자: 그냥... 편안함.
(이재원) 나왔다!
실천가: 편안한 마음~ 응. 그러면 너가 어떤 행동을 할 때 편안하다고 느껴?
(이재원) 액션토크를 이어가서 구테적인 행동적 답변을 끌어내려고 시도한다.
내담자: 그 주변에서 나를 괴롭히지 않을 때.
(이재원) 실천가는 “네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라고 물었지만, 내담자는 “어떤 상황에서” 라고 들었나보다. 우리가 한 질문이 담고 있는 뜻을 완성시키는 것은 역시 내담자이다.
(안혜연) 그렇네요 정말로!
(이재원) 신기하죠?
실천가: 괴롭히지 않는 대신에 어떻게 할 때가 좀 편안해?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너한테.
(이재원) 작은 실수. “괴롭히는 대신에” 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뒷부분에서 수정했다.
(안혜연) 이건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때 ‘대신에' 질문이 헷갈린다.
내담자: 그냥 우선 나한테 뭔가 만지는거나, 밀거나 뭔가 어쨌든 그런 행동을 내 몸에 손을 안댔으면 좋겠어요.
(이재원) 내담자는 주도적으로 상황을 끌고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불만이 있다.
(안혜연) 내담자는 계속 부정적인 감정, 문제를 얘기하고 싶어했다. 밀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탐색하려고 했다.
(이재원) 다시 말씀 드리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를 굳이 피할 필요는 없어요.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대화"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됩니다. 부정적인 정서를 묻는 질문은 오히려 좋습니다.
실천가: 응~ 그러면 막 몸을 그렇게 만지거나 행동으로 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편할까 사람들이?
(이재원)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끈질기게 파고든다.
내담자: 음 그냥 만지는 거는 어떻게 보면 상관이 없는데, 그냥 만지기 전에 뭔가 물어보거나 제 마음을 좀 그 때가 어떤지 괜찮은지 좀 확인을 먼저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재원) 끌어냈다. 내담자에게, 만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물어보는, 정중함이다.
(안혜연) 안도!
실천가: 뭐라고 확인해주면 좋을 것 같아? 조금 구체적으로?
(이재원) 끈질기게 파고든다. 이 기세가 너무 좋다.
내담자: 그냥 뭔가 이렇게 이렇게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뭔가 억지로는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재원) 결국 원하는 것을 끌어낸다.
실천가: 응~ 누군가가 너한테 먼저 이렇게 물어봐주고, 나 이렇게 이렇게 너랑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어? 내지는 하고 싶은 마음이 좀 들어? 괜찮아? 이렇게 물어봐 준 적이 있었어?
(이재원) 적절한 요약.
(안혜연) 그렇게 물어봐주면 뭐가 좋을지, 어떤 의미인지 더 물어봤어도 좋았겠다.
(이재원) 그렇지!
내담자: 음, 친구들도 그렇고 가까운 가족들도 한 번도 제 마음에 관심이 없고 제가 어떻게 뭘 원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이재원)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것은, 친구들도 그렇고 가족들도 네 마음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주는 거구나? 이렇게 구체적으로 풀어주어도 좋겠다.
(안혜연) 맞다. 긍정적인 쪽으로 가려다가도 또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실제 상담장면에서는 충분히 그럴 것 같았다. 사실, 이때는 계속 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경청하기보다는 ‘안되겠다' 싶으면 다음 질문을 생각했던 것 같다. 아쉽다.
(이재원) 아주 잘 하셨어요. 제 판단으로도 지금은 "긍정적으로 물어보는 기세"가 제일 중요해요.
실천가: 응, 알겠어. 그러면 아까 처음에 얘기할 때 너가 그 다음에는 밖에 나가서 아무도 없는 공원이나 그런데 걷고 싶다고 했거든. 그러면 공원을 너가 막 걸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걷고 나면 뭐가 좀 좋을까 너한테?
(이재원) 안혜연 선생님은 자기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면 길을 잃지 않을 수가 있고, 내담자를 뒤에서 끌고 갈 수가 있다.
(안혜연) 과제하면서 느낀건데, 나는 다음 덩어리로 넘어갈 때 “응, 알겠어”, “응, 좋아”라고 상황을 정리한다.
(이재원) 뭐, 나쁜 버릇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담자: 음, 우선 생각을 조금 더 해볼 것 같아요.
실천가: 어떤 생각?
(이재원) 끈질기다.
내담자: 그냥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더 뭔가 나아질 수 없는건가? 그런 생각?
실천가: 응~ 근데 이게 약간 기적이 일어난 상황이잖아. 기적이 일어난 상황에서 걷고 있는거잖아. 그러면 이거 말고 좀 더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이재원) 적절한 개입이다. 기적 상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내담자: 음...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지?
(안혜연) 계속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좌절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했다.
(이재원) 막막해 하는 태도가 아니던데? 괜찮아요. 잘 하셨어요. 그리고 이럴 때야말로 해결중심 경청(긍정적으로 통역하면서 듣기)가 필요한 때에요.
실천가: 응. 그런 생각이 좀 날 것 같아?
내담자: 그냥 누가. 도움을 받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나를 그냥 이렇게 해달라고 얘기도 좀 해주고.
(이재원) 내담자의 theory of change는, 누가 와서 나를 도와 주는 그림, 인 것 같기도 하다.
(안혜연) 앗! 그러다가 질문 때문인지 우연 때문인지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안도했다.
실천가: 어떤 걸 해달라고?
내담자: 그냥 내 얘기를 좀 이렇게 들어주고.
실천가: 자, 그럼 이게 기적 상황이야. 도움을 받고 싶은, 도움을 받고싶다. 이렇게 해갖고 누군가가 너를 도와줘. 그렇게 생각해 봤을 때 누가 좀 너를 도울 수 있을까? 너 주변에서.
(이재원) 아! 내담자가 말한 바를 활용해서 기적질문을 이어간다. 솜씨가 기가 막힌다! (멋있다!)
(안혜연) 감사합니다. 내담자가 긍정적인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힘들게 얻은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엮어서 파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원) 아주 잘하셨어요. 칭찬 드립니다.
내담자: 교회 선생님.
(안혜연) 어렵게 얻은 새우깡!
(이재원)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어요? 물고, 뜯고, 맛 보고, 즐기고! 새우깡 파티를 열어 보세!
실천가: 어떤 선생님이야?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실천가의 호기심이 느껴진다.
내담자: 그냥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저희 집에 대해서도 어렸을 때부터 너무 잘 알고. 부모님이랑도 잘 알아서 실은 되게 편한 사람이에요.
(안혜연) 다행이다!
(이재원) 방향이 긍정적입니다.
실천가: 응~ 그 선생님은, 그 선생님이 너를 좀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내담자: 그 선생님이라면 제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천가: 이걸 좀 도와달라. 이런 얘기들을? 너무 좋은 선생님이다 진짜로.
내담자: 네
실천가: 그러면, 조금 기적이 일어난 지금 상황이잖아. 그러면 그 선생님이 너를 봤을 때, 기적이 일어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 널 보고?
(이재원) 기적 상황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고 있다. 이때 안혜연 선생님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안혜연) 다시 부정적인 이야기로 돌아갈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상상하는 것을 어려워하니까 기적상황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긍정적인 상황을 좀 더 마음 껏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재원) 제가 보기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선생님은 부정적인 이야기에 끌려 들어가도 곧 살아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대화"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내담자: 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먼저 물어볼 것 같아요.
실천가: 응~ 무슨 일 있었어? 이렇게?
내담자: 좋은 일 있었냐고 물어보실 것 같아요.
실천가: 근데 어떤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했을까? 너의?
(이재원) 대화를 구체적으로 끌고 가는 기세!
내담자: 제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얘기하셨을 것 같아요
실천가: 그럼 넌 뭐라고 얘기할 것 같아?
(이재원) “주거니 받거니”를 시도한다.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낸 후에, “주거니 받거니”를 시도하는 기세가 아주 좋다. 이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안혜연) 긍정적인 자원을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 좌절은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것에 대한 뿌듯함? 이때부터 부담감이 좀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이재원) 사실, 저~ 위에서 내담자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게임이 끝났어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담자: 네~ 이제 저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 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재원) 뭐가 괜찮아졌니? 라고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안혜연) 그렇네요. 부담감은 줄었지만 두려움이 아직 남아있었나 봐요. 뭐가 괜찮아졌는지 물어보면 또 부정적인 이야기로 돌아갈 것 같은 두려움.
(이재원)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두려움은 느끼지 않아도 될 듯.
실천가: 응. 그 이 선생님이 특별히 너에게 도움이 되고 그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이재원) 좋은 시도. 예외질문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살펴보려고 한다.
내담자: 음, 네.
(이재원) 있다고 답했다.
실천가: 언제야 그때가?
(이재원) 자연스러운 예외질문-양태질문이다.
내담자: 제가 그냥 너무 힘들어, 집에서 엄마 아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냥 교회에도 가기 싫고 했었는데 제가 집에 있을 때 계속 전화해주고 찾아 와서 그래서 저를 계속 뭔가 좋게 해주실려고 많이 옆에서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이재원) 구체적으로 답변이 나왔다.
실천가: 응, 이 분은 좀. 선생님이 조금 더, 너가 이렇게 너무 너가 도움이 되는 분이라고 하니까 궁금해서. 뭐 여자 분이야 남자분이야?
내담자: 여자분이요
실천가: 응, 여자분. 나이는 대략 어느정도의 여자분이야?
내담자: 음, 삼십대 중반이요.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공세. 아주 좋다.
(안혜연) 이런 부분은 교회 선생님이라는 답이 나왔을 때 앞부분에서 물어봤으면 더 좋았겠다.
(이재원)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중에 이야기 해도 전혀 문제는 없어요.
실천가: 응~ 대단하다. 이 선생님이 어쨌든 너가 힘든 걸 알고 와서 챙겨주고, 들여다봐주고 이런게 너한테 너무 힘이 되고 좋았다는거구나.
내담자: 네
실천가: 응. 이렇게 선생님이 와가지고 들여다봐주고 연락도 하고 챙겨주고 한게 너한테는 좀 어떤 도움이 됐을까?
(이재원) 행동이 깔고 있는 의미를 두텁게 쌓고 있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내담자: 그냥 아, 나도 혼자가 아니구나. 나를 그래도 이해해주려고 하고 나를 조금이라도 알아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구나.
(이재원) 질문이 좋으니, 답변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천가: 응~
내담자: 그런 생각이요.
실천가: 어떤걸까? 따뜻한 뭐 안도감 그런건가?
내담자: 좀 슬픈건데요, 그냥 엄마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것 같아요.
(안혜연) 부정적인 감정을 읽어줬어야 했다. 다시 돌아갈까봐 걱정되서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이재원) 합리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잘 하셨어요.
실천가: 응~ 그러면 그 선생님은 민아한테는 좀 어떤 존재인 것 같아?
내담자: 음, 되게 의지하고 싶고, 더 사랑 받고 싶고 하고 싶은데 저의 모든 이야기를 하거나 제가 투정을 부리거나 뭔가 잘못 하면 저를 싫어하거나 그냥 도망갈까봐 저를 그냥 미워하게 될까봐 못 다가가겠어요.
실천가: 응, 그런 걱정도 같이 있구나 니 마음에. 그러면 반대로, 그 선생님한테 민아 너는 어떤 존재 같은데?
(이재원) 배운대로 하고 계신다! 대화 패턴이 아주 좋습니다.
내담자: 그냥 불쌍한 아이 아닐까요?
(이재원) 아이고… 여기에서도 기적 상황을 깔고 질문해야 한다. 혹은, 다시 기적 상황임을 강조해서 답변을 바꾸어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두 사람 대화의 시점이 현재로 돌아와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왜 대화가 바다로 가려다가 또 산으로 가려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안혜연) 읽다보니 현실의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읽어줬더라면 좀 달랐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이 해소가 안되서 그런 것 같아요.
(이재원) 맞아요. 그러니 너무 두려워 하지 마시고, 부정적인 감정은 적극적으로 읽어주고 다뤄줍시다.
실천가: 그렇게 생각해?
내담자: (끄덕)
실천가: 그러면 너는, 좀 불쌍한 대신에 널 어떻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이재원) 그래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 이유는, 안혜연 선생님의 기세가 좋기 때문이다.
내담자: 그냥 착하고 잘 할 수 있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이재원) 답변이 모호하다.
(안혜연) 지금 보니까 그렇네요.
실천가: 응, 좋아. 그럼 여기까지 우리 또 선생님 얘기도 나눠봤어. 그럼 선생님을,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선생님이 찾아왔을 수도 있고. 어쨌든. 그리고나서 시간이 좀 더 흘러서 점심쯤은 왔을 것 같거든. 그럼 점심에는, 평소라고 생각했을 때 뭐가 좀 다르면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이 있을까? 뭐가 좀 어떻게 다르면?
(이재원) 이 전환점에서 안혜연 선생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하다.
(안혜연) 교회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됐다’ 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남은 시간 동안 다른 것들을 끄집어 내야지 라고 생각했다.
실천가: 점심에는 제가 직접 뭔갈 만들어보는거에요.
내담자: 뭐를?
실천가: 요리? (웃음) 어디서?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내담자: 집에서
실천가: 어떤 거?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좋다.
내담자: 제가 할 수 있는 거는 볶음밥 같은거.
실천가: 볶음밥? 무슨 볶음밥? (웃음)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좋다.
내담자: 김치볶음밥 (웃음)
실천가: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 해 본 적 있어?
(이재원) 당연히 해 본 적이 있겠지! 시제가 과거로 돌아간다.
내담자: 네
실천가: 자주 해? 자주 해먹어?
(이재원) 시제가 현재다. 시제의 변화에 주목해 보라. 안혜연 선생님의 질문 패턴이 보인다.
(안혜연) 허허 그렇군요!
내담자: 아뇨, 실은 몇 번 안 해봤는데 우연히 만들어 봤는데 맛있게 돼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요리 중에 하나에요.
실천가: 어~ 어떻게 해? 선생님 좀 한번 알려줘봐, 참고 좀 해보게.
(이재원) 아주 좋은 질문이다. 간접적인 칭찬.
내담자: 백종원 텔레비에서, 유튜브에서 봐 보고 한 번 했는데.
실천가: 뭐뭐 들어가?
(이재원) 구체적인 질문! 아주 좋다.
내담자: 그냥 김치랑, 햄이랑.
실천가: 어. 햄은?
내담자: 스팸인데.
실천가: 어 그렇지, 그리고?
내담자: 그리고 양파도 들어가고, 호박도 들어가고, 버섯도 넣으면, 넣어보고 그 김치. 파? 파 같은 거.
실천가: 하~ 그치. 백종원 선생님 파기름! 어 그렇지.
(이재원) 아주 좋다.
내담자: 네. 볶아가지고.
실천가: 그렇게 해서?
내담자: 볶아가지고. 김치도 볶고, 밥도 넣고, 마지막에 김가루도 넣고. 그 다음에 계란 후라이를 꼭 해서 먹어요.
실천가: 오~ 어, 완숙인가 반숙인가?
(이재원) 그렇지! 질문이 이 정도는 구체적이어야지!
내담자: 반숙이에요.
실천가: 아, 역시. 맛을 아는구나. 계란후라이? 반숙해서. 터트려서 이렇게.
내담자: 네.
(이재원) 여기에서 또? 어떤 요리? 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혜연) 맞아요. 근데 혼자서 하는 행동보다는 자원을 찾고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읽다 보니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내서 자원과 연결하는 것을 왜 상담 초반에 하라고 하셨는지 확 이해가 되네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이렇게 신나서 쫑알쫑알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 이후가 좀 더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재원) 옳거니! 바로 그런 거지!
실천가: 나오게~ 그래. 집에 가서 그렇게 만들었어. 그럼 그거 누구랑 먹을거 같애? 기적이 일어났으니까. 그냥 우리가 맘껏 상상해 보는 거잖아.
(이재원) 역시, 우리의 안혜연 선생님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기적질문의 에너지를 끌고 가고자 조건을 상기시켰다. 좋은 개입이다.
(안혜연) 혼자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상상은 상담을 끌고가는데 어려움, 한계가 있다. 어떻게든 자원을 연결시켜보려고 생각했다.
(이재원) 아주 잘 하셨어요.
내담자: 기적이 일어났으니깐요? 그러면 엄마랑 아빠랑 또 남동생이랑 또 할머니 할아버지. 그냥 식구들이 많았으면 그게 기적일 것 같아요.
(이재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
실천가: 아~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뭔가 살았던 때가 있었어?
(이재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곧바로 예외 질문으로 넘어갔을까? 이제 좀 더 분명하게 패턴이 보인다. 예외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는데, 너무 빨리 과거로 넘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기적 그림 덩어리마다 과거를 물어보는 패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특히나, 앞에서 내담자는 기적그림 후에 묻는 예외질문에 반응을 잘 안했다.
(안혜연) 왜냐하면 이전에 제출한 과제 때는 내담자들이 상당히 협조적이었고 아주 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적상황이 나왔을 때 예외상황이 거의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예외 상황이 나올거라고 좀 쉽게 생각한 것 같다. 현실은 다르다.
(이재원) 무조건 나쁘지는 않은데요, 김인수 선생님 같으면 일단은 기적상황을 쭉 풀어낸 후에, 그 기세를 이어서 예외 상황을 모아서 질문하거든요: "지금까지 이야기 하신 것 중에서 일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일어났던 때가 있었나요?" 라고요. 왜 굳이 그렇게 하시는지 이제 저도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네요. (다만, 정답은 없는 거에요. 내담자의 긍정적인 답변 기세가 좋다고 판단되면 이 방향을 고집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내담자: 음, 살았던 적은 없고 예전에 어렸을 때 한 번, 명절 때 식구들이랑 모인 적이 있었어요.
(안혜연) 앞에서도 그랬지만 예외상황 연결이 잘 안됐다. 왜 그런걸까 생각하기보다는 다음을 어떻게 이어가야할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재원) 괜찮아요. 그리고 잘 하셨어요.
실천가: 그 때 어땠어?
내담자: 그 때 뭔가 시끌시끌 하고, 맛있는 것도 많고, 밤에 늦게도 자고.
실천가: (웃음) 어.
내담자: 막 놀이 같은 것도 놀고.
실천가: 무슨 놀이 했어?
(이재원) 질문이 좋다!
(안혜연) 이때도 머릿속에는 생각이 많았다. 어렸을 때 한번 겪은 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걸 계속 물어보는게 의미가 있는것인지 걱정됐다.
(이재원) 당연히! 의미가 있지! 왜냐하면 가상으로 상상해 보는 것보다는 단 한 번 했더라도, 과거에 실제로 했던 행동이 더 큰 의미가 있죠. 직접적인 본인의 경험 데이터니까!
내담자: 그 때 이제 밤에 인형놀이 같은 것도 하고.
실천가: 응, 이 때가 몇 살 때 쯤이었지?
내담자: 그 때 초등학교 때.
실천가: 초등학교 때.
내담자: 한 3~4학년 때.
실천가: 응
내담자: 그냥 인형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공기놀이 같은 것도 하고.
실천가: 응. 그 때 뭐가 좀 좋았어?
(이재원) 적절한 질문!
(안혜연) 그렇죠, 어떤 포인트를 잡아내서 구체적으로 질문하느냐. 그게 중요한 거죠!
(이재원) 기특하십니다.
내담자: 그냥 뭔가 웃음이 많고 화목한 느낌이었어요.
실천가: 아~ 화목한 느낌. 화목한 느낌 이런게 조금 너에게 중요한 의미일까?
(이재원) 구체적인 행동에 관한 의미를 물어보는 질문. 아주 좋다.
내담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천가: 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어? 화목한 느낌이?
(이재원) 구체화 질문. 무슨 무슨 질문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 이런 질문 역시 아주 좋은 해결중심 질문이다. 어떤 때는 이런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안혜연) 내담자가 답변하는 느낌이나 생각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과 충분히 다를 수 있고, 그 의미를 통해 내담자를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 그냥 서로 욕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서로 상처주지 않고 그냥 그런거요.
실천가: 응. 욕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그래서 생기는 따듯한, 화목한 느낌. 그런걸 너가 겪었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거지?
내담자: 네.
실천가: 나도 너 얘기 들으면서 이렇게 상상을 해봤는데, 뭔가 이렇게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래, 그럼 어쨌든 김치볶음밥을 반숙을 싹 해서 너가 엄청 맛있게 만들어서 막 가족들이랑 다 같이 이렇게 시끌시끌 먹었어. 그 다음엔? 또 뭐가 다를 것 같애? 먹고 나서?
(이재원) 자기가 어디인지 확인한 후에, 다시 돌아가서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적인 판을 바라보는 능력이 이렇게 중요하다.
내담자: 그냥 칭찬받고 싶어요.
(이재원)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안혜연) 초반보다는 그래도 편하게 답하는 것 같다.
실천가: 응~ 누구한테?
내담자: 그냥 그 제 요리를 먹은 사람들한테.
실천가: 가족들한테?
내담자: 어땠는지 평가를 좀 듣고 싶어요.
실천가: 딱 뭐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내담자: 음... 세상에서 제일은 아니지만.
실천가: 아, 깜짝 놀랐어(웃음).
내담자: (웃음) 그냥 최근에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
실천가: 응~ 최고의 그래도 칭찬이다 이거, 그치? 예전에 칭찬 이렇게 해준 적 있었어? 꼭 요리가 아니더라도 가족들이.
(이재원) 과거 예외를 묻는 질문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니, 안혜연 선생님의 패턴에 대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1) 기적질문 시퀀스에서 과거 예외로 넘어가는 게 나쁘진 않다. (2) 다만, 과거 예외로 넘어갔는데 예외에 대한 이야기가 빈약하다면… 기적 그림에서 건건이 예외로 넘어가는 패턴을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3) 그러니까 기적 그림을 전체적으로 쭉 그린 후에 예외를 탐색할 수도 있겠다.
(안혜연) 정확하십니다. 이전 과제에서 먹혔기때문에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계속 쓴 것 같아요. 이론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가 이렇게 다르네요.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내담자: 음, 어렸을 때는 그래도 공부 같은 거 좀 하면은.
실천가: 오~
내담자: 응, 1학년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칭찬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실천가: 초 1 때? 뭐 어떻게 했을 때?
내담자: 뭐 받아쓰기 같은거 안 틀리고 잘했거나.
실천가: 응.
내담자: 아니면, 학교에서 상장 같은거. 글짓기 같은거 상장 같은거 받아왔을 때.
실천가: 오~ 글짓기 상도 받은 적 있어?
내담자: 네.
실천가: 어떤 글이었어? 상 받은 글은?
(이재원) 내담자의 강점/자원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느껴져서 좋다.
내담자: 동시 같은거였는데. 학교 뒤에 이렇게 전시도 해 주고.
실천가: 진짜로?
내담자: 네
실천가: 그럼 엄청 잘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 나?
내담자: 그냥 그 때 가을인가 뭐 그런 계절에 관련된 거였는데 이렇게 잠자리 같은것도 나오고, 벼 같은 것도 나오고, 허수아비 얘기. 그런 얘기였던 것 같아요.
실천가: 우와~ 너 되게 대단하다. 글짓기 상도 받고
내담자: 넹.
실천가: 그 때 기억이 좋은 기억인 것 같다, 너한테.
내담자: 처음이라서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실천가: 어~ 음, 좋네. 칭찬 받으면 기분이 좀 어때?
(이재원) 행동에서 감정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테크닉이 좋다.
내담자: 되게 쑥스럽고 민망하긴 한데, 속으로는 되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실천가: (웃음) 속으로 좋은게 좀 어떻게 표현이 돼?
내담자: 저는 잘 안 표현 못해요.
실천가: 아 진짜로? 그럼 혼자 좋아하는 건가? (웃음)
내담자: (웃음) 그럴까요?
실천가: (웃음) 좀 쑥스러워서?
내담자: 잘 모르겠어요. 저 원래 말 잘을 안해서 다 몰라요.
실천가: 말을 잘 안해?
내담자: 네.
실천가: 오~ 말 오늘 이렇게 선생님이랑 나눌 때 보면 너 되따 잘하는 것 같애.
내담자: 자꾸 많이 물어보셔서.
(이재원) 근거(오늘 선생님이랑 나눌 때 보면 너 되따 잘 하는 것 같아)를 가지고 말해서 좋다.
(안혜연) 내담자와 긍정적인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가도 또 돌아오고. 흑흑 참 어렵네요.
(이재원) 엄청나게 잘 하고 있구만, 왜 그려? 하하
실천가: 아 내가 자꾸 물어봐서 그렇지? (웃음) 어, 알았어. 아 아니 그게 너무 조곤조곤 말을 나 계속 니가 너무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어떻게 그렇게 말을. 그래서 그런 생각했어. 글을 막 상 받았다고도 그러니까. 아 이 문학적으로 뭔가 소질이 있나보다. 그리고 말도 잘하고, 글쓰고 이런거 막 상도 받았다고 하고. 난 그렇게 생각했거든. 음, 어 그래. 그리고 나서, 밥 먹고 막 칭찬 받았어. 그리고 나서 또? 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면 또 그 다음에는 어떨거 같애? 뭘 할거 같애? 뭐가 좀 다를 거 같애?
(이재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내담자: 밤에도 혼자 안 있고, 퇴근해서 다 집으로 모이는 거.
실천가: 응~ 대충 몇시쯤일까?
내담자: 아홉시 전까지는 다 들어오실 것 같아요
실천가: 다 모이고 나면? 뭐가 좀 다를까?
내담자: 그냥 다 각자 방에 안들어가고 거실에 모여서 재밌는 텔레비전 프로 같이 보면서.
(이재원) 디테일한 내용이 나온다. 좋은 신호이다.
실천가: 어떤 프로?
내담자: 요즘에.
실천가: 응.
내담자: 놀면 뭐하니.
(이재원) 디테일한 답변이다.
실천가: 오~ 놀면 뭐하니. 응, 그거 보면서?
내담자: 네.
실천가: 그거 보면서 좀 어떤 얘기 나눌 것 같애?
내담자: 음, 트로트 얘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얘기도 하고. 그냥 연예인 누가 좋냐. 뭐 이런 얘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
(이재원) 구체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천가: 그러면은 너는, 민아는, 누구 연예인 좋아하는데?
내담자: 전 유재석이요.
실천가: (웃음) 유재석 좋아해?
내담자: 네.
실천가: 유재석? 유재석이 어떤 점이 좋아?
내담자: 그냥 말을 너무 잘하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하잖아요.
(안혜연) 역시. 좋아하는 이야기를 물어보면 이렇게 웃으면서 술술 이야기한다.
(이재원) 맞습니다. 질문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더 잘 대답합니다.
실천가: 아~ 그래서 좋아하는 유재석 나오는 그런 텔레비전 보면서 가족들이랑 이런 저런 얘기?
내담자: 네.
실천가: 막 부모님이랑, 아까 막 남동생 얘기도 했었잖아. 남동생이 막 누구 좋아해? 이렇게 막 물어보고 그러면 넌 어떨거 같아? 그런 대화 나누면?
내담자: 음... 남동생이랑 말을 안한지 너무 오래되서. 만약에 그렇게 말을 하게 되면 귀여워 보일 것 같아요.
실천가: 응~ 안한지가 오래됐구나.
내담자: 네.
실천가: 그러면 어쨌든 이건 기적상황이니까 분위기가 막 되게 화목할거 아니야. 그런 상황이면 넌 좀 남동생이랑 어떤 대화를 하고 싶어?
(이재원) 기적질문을 왜 하는지 알 수 있다. 기적상황이라는 걸 뺀다면, 기적질문은 보람질문이나 예외질문과 내용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안혜연) 관계와 연결지어 물어보니, 다시 현실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래서 기적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재원) 맞아요! 이제 확실히 이해하셨습니다요.
내담자: 음... 학교에서 뭐 친구들이랑 장난친거랑 아니면, 시험은 몇 점 맞았는지. 아니면 뭐 공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그런거.
실천가: 응~ 그런 얘기들 물어보고 싶어?
내담자: 네.
실천가: 그럼 좀 동생은 너한테 뭘, 어떤걸 물어봐줬으면 좋겠어?
내담자: 그냥, 그냥 뭐 도와달라고 하면 다 도와줄 것 같아요. 부탁하면 다 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애요.
(이재원) 착한 누나다. 예전에 관계가 좋았나보다. 혹은 지금 동생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나 보다.
(안혜연) 어떤 걸 물어봐줬으면 좋겠는지 물어봤는데, 도와달라는 이야기 + 자신의 반응까지 이야기 해줬다. 지금보니 그렇다.
실천가: 응~ 남동생이, 남동생의 부탁을 너가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담자: 그냥 어떤 얘길 해도 들어주려고 노력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실천가: 남동생은 너한테 좀 어떤 존재야?
(이재원) 적절한 질문!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내담자: 태어났을 때는 되게 귀엽다라고 생각했는데, 크면서는 동생이 저를 되게 무서워했던거 같아요.
실천가: 흠, 아 그래? 음, 어떤 걸 보고?
내담자: 제가 옛날에 동생을 한 번 밀어서 때린 적이 있어요. 너무 화가 나서.
실천가: 응, 그렇구나. 그럼 동생은 너를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데?
(안혜연) 헷갈리는 순간들이 온다. 긍정적인 상황을 구체화하면서 하는 질문을 순간 헷갈리면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사용한다.
(이재원) 괜찮습니다. 돌아오면 됩니다.
내담자: 지금이요?
(안혜연) 내가 헷갈려서 내담자도 헷갈린 것 같다.
(이재원) 내담자에게 물어 볼까요? (내담자 역할을 해 주신 분을 초청해서 내담자 편에서 어떻게 느끼는지도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으아... 나는 역시 천재야!)
실천가: 음, 응! 동생은 너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면, 지금 달라져있는 너의 모습을 우리가 얘기하고 있으니까. 달라져있는 너의 그 모습을 보면 아 우리누나는 이런 누나야~ 어떻게 생각할까?
(안혜연) 아 그게 아니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내담자: 음, 그냥 우리 누나가 이런 사람, 이런 모습도 있구나. 이렇게 다정하구나. 나도 누나가 있구나 생각을 하면 기적이 아닐까요?
(이재원) 적절하게 끌고 가니, 적절한 답변이 나온다.
실천가: 응, 너 얘기를 들어보니까 너는 동생한테, 동생이 좀 편하게 부탁도 하고 그래서 부탁도 좀 다 들어줄 수 있는 누나이고 싶은 것 같고. 동생이 너를 생각할 때는 참 따뜻하고 뭔가 다정한 누나.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건가?
내담자: (끄덕)
실천가: 응. 동생이랑 최근에 얘기해 본 적 있어?
내담자: 아니요 없어요.
실천가: 언제가 마지막 대화인 것 같애?
내담자: 한 3년정도 된 것 같아요
실천가: 흠~ 꽤 오래됐네. 그러면 동생이랑 같이 뭐 해 보고 이런거는? 대화 말고?
내담자: 음, 없는 것 같아요.
실천가: 응, 알았어. 그러면 아까 9시에 와가지고 우리가 아까 놀면 뭐하니까지 보면서 이런거거든. 그렇게 하고 나서, 그러면 그 때 그 남동생 말고 뭐 엄마나 아빠도 있을거 아니야. 어, 엄마는 또 어떨거 같애? 같이 티비 보면서?
(이재원) 문제에 대한 대화에 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가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한다고 해서,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깡그리 무시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대화를 피할 뿐이다. (바로 이런 이런 이유 때문에, 부정적 정서에 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혜연) 이 부분은 충분한 연습과 경험을 통해 내 안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담자: 엄마는, 그냥 제 옆에 항상 가까이 있고 제가 엄마 무릎 같은 것도 베도 좋고. 저를.
실천가: 너가? 너가 엄마 무릎을 이렇게?
내담자: 네.
실천가: (웃음) 미안해, 순간. 그리고?
내담자: 아니면 저를 뭔가 만져도 그 때는 괜찮을 것 같아요.
(이재원) “만지다”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단어에 대한 담긴 내담자 개인의 느낌을 좀 더 깊이 탐색하고 이해하고 싶다.)
(안혜연) 초반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에 대해 들었을 때도 그랬다. 그 땐 자신이 부족해서 좀 더 확 당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 뒤로 갈수록 여러 구체적인 상황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천가: 응~ 아까전에 너가 만지는거에 대한 얘기 막 했었잖아. 사람들 막 얘기하면서. 근데 조금 사람들이 만지는게 너한테 어떤 좀 의미같은 게 있어? 너가 생각하는?
(이재원) 안혜연 선생님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나보다.
(안혜연) 맞습니다.
내담자: 그냥 어렸을 때 엄마한테 좀 다가가고 싶고, 엄마한테 좀 안기고 싶거나 이럴 때 엄마가 좀 저를 너무 거부했어요.
실천가: 아~ 응. 그러면 엄마가 좀 넌 어떤 스킨십이 좋은데? 스킨십 중에서도?
(이재원) 정서적인 내용을 좀 더 탐색해 봐도 좋겠다. 안혜연 선생님께서 이 타이밍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도 이번 과제에서는 질문을 전체적으로 해결중심적으로 끌고 가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셨던 것 같다. 사실, 중간에 보면 좀 더 깊이 들어가도 될만한 부분이 많았다.
(안혜연) 정서적인 내용을 왜 좀 더 다루지 않았을까?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1) 과제의 중요한 목적이 ‘긍정적인 상황을 찾아내려는, 상황을 끌고가는 기세를 유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 시간 내에 하루 일과를 다뤄야하기 때문에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덩어리는 일단 빨리 넘어가야 했다. 근데 좀 더 생각해 보니 위의 이유는 사실 그럴듯 한 변명이었던 것 같다. 진짜 이유는 ‘두려움'이 더 컸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다보면 나도 모르게 중심을 잃을까봐, 당황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전 과제와는 내담자의 태도가 확실히 달랐고 그래서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니 자신감도 부족했다. 과제도 이런데 실제는 어떻겠냐구요. 더 많이 부딪히며 느끼고 배워야 한다.
(안혜연) 그러니까 다음 번엔 이 부분을 좀 더 해 보십시다.
내담자: 저는 그냥 등을 이렇게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그냥 쓰다듬어주거나, 아니면 따뜻하게 살살 안아주는거.
실천가: 살살~ 으스러지도록 말고 살살~
내담자: (끄덕)
실천가: 그러면 이렇게 엄마가 언제든 상관없고. 그렇게 해줬던 적이 있었어?
내담자: 음, 네.
실천가: 언제야?
내담자: 그냥 어렸을 때. 유치원 때.
실천가: 어, 그때는 어떨 때 그렇게 해줬던 것 같애?
내담자: 그냥 밖에 나갔다 들어왔을 때 엄마가 이렇게 맞아주면서 안아줬던 기억이 있어요.
실천가: 응~ 알겠어. 그러면 엄마랑 가까이 있고 무릎도 베고 눕고, 막 조금 꽉 말구 살살 안아주고 그럴 것 같다는거지? 그럼 또 아빠는 뭐가 좀 다를까?
(이재원) 아빠에 대해서 넘어가는 부분, 좋다.
(안혜연) 기적질문은 가족상담 세팅에서 진행한다. 내담자만 가지고 관계의 모든 기적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가족이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원) 기적질문을 꼭 가족상담 세팅에서만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여기에서는 내담자의 환경적인 부분을 치고 들어가는 게 더 좋죠. 상대가 청소년이니까, 아직 완전히 독립한 사람은 아니고.
내담자: 아빠는... 그냥 집안일을 뭔가 잘 할 것 같아요.
실천가: 아빠가?
내담자: 네.
실천가: 오~ 어떤 집안일?
내담자: 그냥 엄마 옆에서 같이 요리도 해주고.
실천가: 아 도와서?
내담자: 네. 엄마 이렇게 수고했다고 안마도 해주고.
(안혜연) 그래도 잘 대답해주는 내담자(역할)가 참 고마웠다.
실천가: 응, 그럼 엄마 요리 열심히 하고 옆에서 막 도와주고 그런걸 보면 너는 어떻게 좀 행동할 것 같애?
내담자: 그럼 저도 그냥 덩달아서 같이 뭐라도 할려고 계속 주변을 어슬렁거릴 것 같애요.
(이재원) 적절한 연결 질문이다.
(안혜연) 내담자의 답변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참 좋았다.
실천가: 응~ 어슬렁거린다는 건 뭔가를 이렇게 도울려고? 필요한 게 있으면?
내담자: (끄덕)
실천가: 응~ 막 이렇게 도우려고 하는 너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또 어떻게 행동할까?
내담자: 역시 우리 딸이 제일 든든하고 엄마 아빠 속을 이렇게 잘 안다.
실천가: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애?
내담자: (끄덕) 우리 딸 밖에 없다.
실천가: 음~ 응. 그럼 또 너의 그런 모습을 보면 남동생은 또 어떻게 할까?
(이재원) 긍정적인 기억에 머물면서 확장하는 기세가 참 좋다.
내담자: 음,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옆에서 너무 행복해할 것 같아요.
실천가: 응,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담자: (끄덕)
실천가: 응, 그래. 그래서 막 서로 막 안아주고 다 돕고, 너도 돕고, 동생 막 앉아갖고 흐뭇하게 쳐다보고. 그리고나서 그 다음에는? 어떨 것 같애?
내담자: 잘 모르겠어요.
실천가: 잘 모르겠어? 보통 저녁 먹고 나서는 뭐하지 우리? 자기전까지?
(안혜연) 내담자는 기적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계속 어렵나 보다. 허허 근데 왜 우리라고 했지? 보통, 평소엔 뭐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내담자: 자기전까지. 텔레비전 보고.
실천가: 응
내담자: 그냥 시간 되면 각자 들어가는 것 같아요, 방에.
(안혜연) 헉. 답변만 듣고는 다시 부정적인 상황으로 돌아온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질문 때문이었다. 내가 질문을 평소에 뭐하는지 물어봐서 이렇게 답변한거였다. (창피) 내담자가 기적상황을 그리길 어렵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변할 때, 평소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하고 거기서 기적을 다시 연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게 괜찮은건지 잘 모르겠다.
(이재원)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실천가: 응, 그래. 그럼 원래는 시간 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근데 이 날은 기적이 일어났잖아. 분위기도 막 다 좋다고 서로 돕겠다 막 난리 난리 그러고 있잖아. 그러고 나면? 방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좀 뭐가 다를 것 같애?
(이재원) 아주 잘 했다. 내담자의 부정적인 답변을 인정하되, 다시 긍정적으로 끌고 오는 기세가 아주 좋다.
내담자: 그러면, 야식을 먹어요.
실천가: 야식? (웃음) 뭐?
내담자: (웃음) 치킨이요.
실천가: 어디꺼?
내담자: 음, 저는 BHC요.
(이재원) 디테일한 질문에 디테일한 답변이 나온다.
실천가: 거기에서도?
내담자: 뿌링클.
실천가: 오~ (웃음) 몇 마리
내담자: 식구들이 네명이니까 두 마리 정도면 좋을 것 같애요.
(이재원) 아주 디테일한 질문! 좋다.
실천가: 두 마리정도~ 어. 그래서 모여서 이렇게 먹을 것 같애?
내담자: 네.
(안혜연) 이쯤 되니 웃기다. 내담자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때 나의 반응도 덩달아 격해진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내가 좋아하는 거라 유독 크게 반응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 먹는걸 엄청 좋아한다. 여러 과제를 하며 알게된 것이 먹는 얘기에 내가 유독 엄청 반응한다는 점이다. (김치볶음밥, 음식 만들 때, 치킨 먹을 때 등) 그런 나의 반응에 내담자도 덩달아 신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내담자가 좋아하는 것이 나왔을 때(그것이 무엇이든) 흥미를 갖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
(이재원) 좋은/흥미로운 발견입니다.
실천가: 그럼 먹으면서 또 뭐할 것 같은데?
내담자: 음, 또 그냥 부드럽게 얘기?
실천가: 응. 계속 얘길 들어보니까 너가 이렇게 약간 원하는 뭔가 대화나 얘기는 뭔가 특별한게 아니라 일상 소소한. 뭐 오늘 어땠어~ 뭐 그런 이야기들.
내담자: 응, 평범한거
실천가: 그치,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 같애. 음, 최근에 이렇게 가족들이랑 뿌링클이든 치킨이든 같이 막 먹고 그런 적 있어?
내담자: 그냥 사 온 적은 있는데 다 같이 먹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실천가: 누가 사왔어?
내담자: 아빠가.
실천가: 뭐 사왔어?
내담자: 그 때 그냥, 옛날 통닭이요.
실천가: 아... 약간 센스가 약간 부족하셨네 (웃음) 민아가 뿌링클 좋아하는거 아빠가 알아?
내담자: 모르시는거 같애요.
실천가: 모르시는거 같애~ 아빠가 근데 이렇게 옛날 통닭 사왔을 때 어땠어?
(이재원) 부정적인 답변을 슬쩍 무시하고 다시 넘어가고 있다.
(안혜연) 과거의 예외상황이 연결이 잘 안된다. 아 어렵다!
(이재원) 속으로는 이렇게 어려워 하시지만, 겉으로는 아주 잘 대처하셨어요.
내담자: 음, 그냥 뭔가 사오는거는 나쁘진 않는데. 왜 나한테 한번이라도 이렇게 물어보거나, 나에 대해서 이렇게 왜 이렇게 모르지? 정말 모르는구나, 나한테 정말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천가: 이게 조금 뭔가 서운한 그런 마음인가?
내담자: 네.
(이재원) 이 지점에서 정서적인 부분을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서 디테일하게 탐색할 수 있겠다.
(안혜연) 맞습니다. 위의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가 하지 않았어요.
실천가: 어, 그래. 아~ 아빠의 옛날 통닭. 그러면 이런 날, 아 어떻게 BHC 먹으면서. 심지어 아빠가 너의 마음까지 읽어서 그 날 옛날 통닭이 아닌 BHC 뿌링클 시켜주고 막 먹으면서 화목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잖아. 그러고나서 뭐 인제 잠자리 들 때가 또 오겠잖아. 그럼 그 날 자기 전, 자기 딱 전에는 뭐가 다를 것 같애?
내담자: 음, 기분이요? 아니면?
(이재원) 이런 질문은 자주 받을 수 있다.
실천가: 상관없어. 뭐 너의 행동이 될 수도.
(이재원) 적절한 대처이다.
내담자: 기분은 우선, 되게 너무 날아갈 듯 그냥 그런 마음일 것 같아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행동은 저녁에 항상 잠을 잘 못 잤었는데, 뭔가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천가: 응~ 조금 편안해서? 행복하고?
내담자: 응, 마음이 좀 그 땐 편안해져서.
(안혜연) 완전 잠들기 전까지 물어보는 것도 중요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날아갈 것 같고, 잠을 항상 못잤었는데 잘 잘 것같다니. 이야기 나눴던 기적 중 가장 행복해하는 답변이 아니었나 싶다.
실천가: 응, 좋아. 오늘 좀 선생님이랑 이렇게 얘기를 나눠봤잖아. 아침부터 기적이 일어난다면? 저녁까지 이런 얘기를 좀 나눠봤는데. 응, 너 얘기를 들으면서 선생님은 좀 그런생 각 한 것 같애. 뭔가 되게 따뜻하고 남들하고 뭔가를 같이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 김치볶음밥도 솔직히 혼자 먹을 수도 있잖아. 기분이 좋은것도 아...(웃음) 그런걸 만들어도 가족들 다 소환해가지고 해주고 싶고. (웃음) 암튼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너가 되게 배려심도 있고, 따듯하고, 사람들을 되게 좋아하는 친구라고 생각이 들었거든.
(안혜연) 비협조적인 내담자였기때문에 과제를 내주기 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머리에서 정리가 잘 안되서 버벅거렸다.
(이재원) 근데, 아주 잘 하셨어요. 괜찮아요. 토닥토닥.
내담자: 네.
실천가: 오늘 이렇게 조금 얘기 나눠보니까 어때?
내담자: 진짜 이게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또 이렇게 되면 정말 이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천가: 오늘 너무 솔직하게 다 얘기해줘서 너무 고맙고, 너는 말이 없다고 했지만 편안하게 잘 얘기해 준 것 같애. 선생님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 줄 모르겠어.
내담자: 네.
실천가: 막 빨려 들어가면서 얘기 들은 것 같거든. 음, 다음주까지 잘 지내다가 다음 주 상담할 때 또 만날 수 있을까?
내담자: 네.
내담자: 그러면 잘 좀 지내보고 또 다음 주에 만나자~
실천가: 네, 감사합니다
내담자: 응 안녕~
실천가: 네, 안녕히계세요~
<총평>
(안혜연) 사실, 과제 한 날은 크게 어렵다는 느낌이 안들었던 것 같다. 녹취록을 천천히 읽어보며 왜 더 물어보지 않았는지, 무엇이 어려웠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생각해 보면서 오히려 고민이 많아졌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연습해 보고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 걱정 앞세우지 말고 일단 좀 더 부딪혀 봐야겠다.
(이재원) 음, 간단하게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제가 늘 말씀 드리지만,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대화에는 그토록 관대하면서도, 강점을 밝히는 대화에는 너무나도 인색하고, 겁을 많이 냅니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도 딱히 없는데 말이죠. 괜찮아요. 못해도. 실패해도. 큰 일은 안납니다. (경험이 쌓이면 나아질 거에요.)
<이재원의 제자가 "기적질문"을 아주 그냥 끝내주게 구사했다(#1)>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상담 공부방 > 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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