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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하게 사는 게 어때서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8.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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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이민주 선생님. 

     

    학부 1학년 때 자원봉사 했던 여성인권단체 실무자셨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민주 선생님은, (1) 매우 열정적인 분이셨던 것 같고(하도 오래 전 일이라서), (2) 밝고 씩씩하셨고, (3) 무척 친절하셨다. 

     

    당시에 군산에 있던 성매매 집결지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 포주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가버린 바람에, 창문도 없는 방에 살던 여성 십 수명이 끔찍하게 돌아가셨다. 여성단체연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내려 갔는데, 자원봉사자 중에서 내가 갔던 것 같다. 군산까지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이럴 땐 페이스북이 정말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십수 년을 지나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 귀여운 키키와 함께 커피 공방에 가겠다고 했더니, 커피숍 전체를 전세 내주시겠단다. 연휴 마지막 날 여친과 함께 방문한 나에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들려 주셨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자세하게 소개할 순 없지만, 그 깊은 이야기를 꺼내시다가 어떤 순간엔 울컥 하시고 어떤 순간엔 미소도 지으셨다.  

     

    대화 중에 무척 놀랐다. (1) 놀랄 만큼 나랑 비슷한 분: 어떤 것에 미친다는 점 때문에?! (2) 커피에 미쳐 계신데,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난 커피는 안 마시지만, 이 분의 내공은 느낄 수 있었다. 이분 말씀으로는 "고수"라는 칭호는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라지만(워낙 재야의 고수가 많아서) 글쎄... 난 고수라고 느꼈다. (3) 그리고, (이게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참 착하고 순수한 분이다. 

     

    저는 맑아요

    “오빠, 저는 알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못해요. 저는 알거든요. 사람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저는 맑아요.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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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민주 선생님을 다시 생각해 보니, "참 맑은 사람"이라는 어귀가 떠오른다.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 귀여운 키키를 생각하면서 쓴 글을 다시 공유해 드렸더니, 내 글에서 위안을 받으셨단다: "저 글이 제게도 위안이 되었어요. 착하게 사는 게 어때서요? 라는 평소 지론을 응원받는 느낌."

     

    우리 귀여운 키키가 훠얼씬 더 맑은 사람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도 맑은 사람인 것 같다: 평소에 "순수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윗 글에서도 썼듯이, 아주 오랫동안 너무나도 듣기 싫은 말이었지만 이제는 수용한다. 그리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니, 원조전문가가 착해야지, 그러면 안 착해야 하나요?"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만드는 변화에 동참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말하자면, 순수한 마음을 바쳐서 변화를 끌어내는 사람들이다. 변화의 주체는 클라이언트이지만, 때로는 촉매도 어마무시한 역할을 수행할 때가 있다. 그러니 사회사업가의 인격이 순수하다면 전혀 나쁜 게 아니다. 물론! 너무 뭘 잘 몰라도 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부족하기에, 불완전하기에 너무 뭘 잘 모르면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착하고 순수한 마음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착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애초부터 악독한 사람은 성장하기가 무척 어렵고 더디기 때문이다.

     

    착하게 사는 게 어때서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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