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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요...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0. 9. 14. 13:19728x90반응형
"내게 당신은 언제나
가물가물한 흔적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지금,
내 인생에는 당신 뿐이었다는 걸 느껴요.
여보, 사랑해요."
오랫만에 황석영과
그의 등에 업힌 임상수의 역작,
영화 "오래된 정원"을 다시 보았다.
주인공 오현우는 전형적인 80년대 운동권이다.
1980년 광주에서 도망 나온 그는
갈뫼라는 일종의 유토피아에서
운명적 상대, 한윤희를 만난다.
너무나도 짧은 행복.
하지만 혼자만 살아 나왔다는
죄책감에 좇기던 그는
지옥으로 돌아가고...
17년 간 감옥에 갇힌다.
또 다른 주인공 한윤희는 매우 성숙한 여성이다.
여성스럽지만 주체적이어서
편안한 어른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녀는 두 사람만의 유토피아인
갈뫼를 떠나는 오현우 뒤통수에
이런 문장을 던진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왜 가니? 네가."
그녀는 오현우의 딸을 낳고 살아가다가
큰 병에 걸리고, 끝내는...
오현우의 출소를 못 보고 눈을 감는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나도 갑자기 놀라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
갈뫼에 스며든 오현우가 한윤희에게 말한다:
"고마워요. 날 받아줘서."
갈뫼는 어떻게 두 사람만의 유토피아가 되었을까.
두 사람이 서로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데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떠오른다.
역시, 의지와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나를 받아 주었듯이,
나도 그녀를 받아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래 오래 사랑한 후,
그리하여 우리가 만든 찰나의 선택을
시간을 초월한 운명으로 만든 후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인생에는 당신 뿐이었다는 걸 느껴요.
여보, 사랑해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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