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 동료들과 프로이트를 논하다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1. 2. 18. 09:49
    728x90
    반응형

    <안내> 본 글에 사용한 사진과 캡쳐물은 당사자 분들께 동의를 구하고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어제 저녁/밤(늦은 6시~8시)에 "젊은 그대," 관악구장복 동료들과 만났다(전체 교육 첫 번째 시간): 

     

    "저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해 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동료 여러분의 마음을, 제가 잘 압니다. 즐거운 퇴근 시간에 이렇게 꼼짝없이 붙잡혀서 해결중심상담 뭐시기를 들으셔야 하는 마음을요(농담!). 제가 보통은 교육 첫 시간에 해결중심모델의 개발 역사를 쭉 다루는데요~ 여러분의 마음을 곰곰 생각해 보니, 제가 오늘 여기에서 그 내용을 낱낱이 다루는 건 도움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역사 부분은 조금 간략하게 줄이고, 오늘 주제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언급하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프로이트와 상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상담"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의 곧바로 "프로이트"를 떠올린다. 혹은, 이 험상궂고 깐깐하게 생긴 프로이트 박사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분이 현 시대 전체에 각인해 놓은, 그리하여 이젠 상식이 되어 버린 어떤 이미지를 떠올린다: 말하자면, 상담이란 "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오랫동안 인간 심리를 연구한 전문가를 찾아가서, 내 문제가 언제부터,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줄줄 털어 놓으면, 그 대단한 심리 전문가가 일종의 지적 권위를 가지고 내려다보면서 내 문제와 내 인격을 해석/분석한 후에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활동"인 것이다. 헌데, 우리는 이런 이미지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수용하고 있다. 도대체 이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이미지대로 상담이 진행될 때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모든 과정이 얼마나 괴롭고, 외로운지도 잘 모르면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동료들 마음 속에 자리한 전통적인 관점/태도를 흔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프로이트 박사의 이론을 심지어 사랑한다. 질식할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프로이트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등장했거나 슬며시 피하면서 등장한 그 모든 매력적인 상담 이론을 섭렵한 후에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결국 돌아가는 이론이 프로이트 이론이다. 빈틈도 너무 많고 과학적이지도 않으며 (다시 강조해서 언급하거니와) 질식할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이론인데도. 하지만 나는 변화라는 것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이 "전혀 다른 방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자주 가능하다는 생각을 동료들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개하고 싶었다. 특정한 모델이야말로 진리이므로 이것만 따르라, 가 아니라 기존에 생각하던 바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는 말을 하고 싶었다. 

     

    <관련 글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접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그냥 표피만 건드린다고요?

    "강점관점 좋아요.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강점과 자원에 집중한다는 거잖아요? 다 좋은데... 아무래도 표면만 다루는 것 같아서요. 강점관점으로 개입해서

    empowering.tistory.com


    다음으로, 강점관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강점관점이란 무엇인가? 강점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부분, 우리 동료들은 강점관점을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자원을 전문가(사회복지사)가 대신 발견해 주고 것"쯤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도 강점관점에 속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강점관점은 이 수준을 넘어선다. 요컨대, (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늘 이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담자 본인이 자신의 강점/자원을 스스로 인식하고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점관점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실천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전통적인 "전문가주의"를 (과감하게) 내려 놓아야 한다. "전통적인" 전문가주의는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의사-환자 모델"이다. 환자는 병균 등의 원인으로 오염된 비정상적인 대상이므로, 전문가가 개입해서 다시 "정상인 상태"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을 돕는다고 해 보자. (방법적으로 가정해 보건대) 그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비장애인이 보기에 심각하게 어리석고 무의미한 행동을 한다고 치자. 이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의 강점관점으로 접근한다는 말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무리 어리석고 무의미해 보인다고 해도,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포괄적으로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력자로서 다른 대안에 관해서 권고하고 새롭게 제안을 할 수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그가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내가 동료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강점/자원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은 강점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놓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수월성을 추구한다. 최고가 되고 싶어하고 뭔가를 하면 제대로, 잘 하고 싶어한다. 학생 30명으로 구성된 반이 있다고 하자. 이 중에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거 참, 공부 좀 하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대가 보통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5등 안에는 들어야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강점이란 다른 사람들을 제끼고 앞으로 멋지게 나아가는 특성, 즉 남보다 많이 잘하는 그 무엇이다. 헌데, 곰곰 생각해 보라. 그대는 복지 현장에서 몇 등에 속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학생 30명으로 구성된 반에서 1~5등을 만나는가? 아니면 25등에서 30등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아마도 1등보다는 30등에 가까운 사람을 돕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 보자. 그대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들을 만나고 있는가? 1등을 기준으로 놓고 보고 있는가, 아니면 30등을 기준으로 놓고 보고 있는가. 

     

    눈보라가 세차게 불어 오고 있는 거리에서 어떤 사람이 걷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열심히 걷고 있지만눈보라가 하도 세서 계속 밀리는 바람에 멀리서 보면 거의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가정해 보자. 이 사람은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멈추어 있는가? 우리가 앞으로 멋지게 나아가는 관점에서 이 사람을 바라본다면, 이 사람은 최소한 멈추어 있거나 오히려 (상대적으로) 퇴보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세차게 불어오는 눈보라를 감안해서 이 사람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보기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과 상관없이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교육이 끝나고, 사례옹호팀 동료들께 비공식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했다. 하하하... "기대가 된다"는 말을 들으니, 그래도 오늘 선방했구나, 싶다. 인식의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대"라는 말은 미래에 대한 말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