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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4. 21. 16:51728x90반응형
<참고> 본 포스트에 실린 사연은 당사자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어느 교육 중에 생긴 일. 당시에 우리는 학생 중에서 어떤 한 사람(사회사업가 A)을 골라서, 각자 돌아가면서(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가 원하는 바"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질문자1: 뭐가 좀 달라지면 상담 받길 잘했다고 생각하실까요?
사회사업가 A: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것 같아요.
질문자2: 어디에서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할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 A: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할 것 같아요.
나: (중간에 끼어들면서) 만나실 시간이 없나 봐요. 아이구... 어쩌나.
사회사업가 A: (웃으면서) 네, 맞아요. 시간이 잘 없어요.
질문자2: 만약에 여유가 생겨서 실제로 만난다면, 친한 친구들을 어디에서 만날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 A: 친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가장 중간 지점인, 서울에서 만날 것 같아요.
질문자3: 서울 중에서도 어디에서 만날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 A: 어... 저희가 만났던 장소가, 서울 종로 쪽이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여유가 생겨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도 그 정도 선에서 만나지 않을까요?
질문자 4: 만나서 이야기 하신다면, 주로 어떤 대화를 할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 A: 지금 친구들도 아이가 있어서,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질문자5: 친한 친구들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누군지 이름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사회사업가 A: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 네 명인데요, 이 네 명이 가장 친하고, 카톡으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친구들이에요. 이름은 지영, 영희, 지숙, 선영입니다.
질문자6: 친한 친구들과 무엇을 같이 하실까요?
사회사업가A: 음... 커피도 마실 것 같구요. 친구들이 술을 좋아해서 술도 마실 것 같아요.
질문자7: 그 친구들과 만나서 또 어떤 일을 하실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A: 다들 술 좋아해서 술 밖에 안 마실 것 같지만, 만약에 다른 걸 하자면, 오랜 만에 서울에서 만난 거라서 쇼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질문자8: 쇼핑을 하신다면, 어떤 걸 사실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A: 아무래도... 아이들 옷을 살 것 같습니다.
질문자9: 아이들 옷 말고, 또 뭘 살 것 같으세요?
사회사업가A: 음... 아이들 옷 말고... 제 화장품이요.
질문자10: 어떤 생각을 하면서 쇼핑을 하실까요?
사회사업가A: 아, 이걸 사서 입히면... 우리 아이들이 예쁠까?
가까운 사회사업가 중에는 워킹맘이 워낙 많다.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겠구나, 정도만 생각하던 나였다. 그런데 언젠가 어떤 훌륭한 여성 동료와 무슨 대화 중에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자 자신이 개인으로 존재하는 게 더욱 중요해요" 라는 말을 들었다. 사회사업가 A도 "당신은 무엇을 원하나요?" 라는 질문에 계속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답변하고 있었다. 나는 통상적인 이야기 말고 "본질"로 들어가고 싶어서 연습을 잠시 멈추게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 (중간에 끼어들면서) 음... 여기서 제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게 있어요. 뭐냐면, 선생님께서 엄마로서가 아니라, 그냥 개인으로 친한 친구들을 만나도 아이들 옷 이야기 하실까, 이런 궁금증이 들었어요. 아이 엄마인 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엄마를 떠나서 자신으로 친구들을 만나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이게 궁금해요. 어떠세요?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옷 이야기 하실까요?
사회사업가A: 아뇨.
나: 그러면, 개인 A로서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 하고 싶으세요?
사회사업가A: (울먹이면서) 아이구... 나 눈물...
사회사업가 A 선생님을 대상으로 하는 해결중심 질문 연습은 여기서 끝났다. 한동안 답변을 못하시고 눈물만 흘리시는 동료에게 더 이상은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선생으로서, 더 이상 연습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
해결중심모델에서 핵심적인 과업은, 내담자가 스스로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답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원래 가족치료 분야에서 내담자 가족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상담 테크닉으로 개발한 이 질문-응답 과정을 사회복지실천, 특히 사례관리 과정에 가져온다면 어떨까?
많은 사회사업가들이, 낯설고 어색하며 수학공식처럼 딱딱하게 느껴지는 해결중심 질문을 배우면서 "근데, 이 부자연스러운 질문을 배운다고 해서 내가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혹은, "내가 돕고 있는 주민 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 도움이지만 나는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가 없는데, 저 분께서 원하시는 걸 묻는 이 과정일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동료들과 함께, 사회사업가 동료 A에게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습 과정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재확인했다: "설사, 지금 당장 무엇인가 현실적인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이런 반론은 어떨까? "우리는 한가롭게 의미를 따질 시간이 없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유도만 하고 제대로 도와 줄 수 없다면, 말한 사람도, 돕고 있는 우리도 절망스럽고 고통스럽기만 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상상이 즉각적으로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상상력은 무엇이고, 예술은 다 무엇이며, 미래는 무엇이고, 희망은 무엇인가?" 인간은 과거 역사와 지금 처한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해서 상상을 한다. 인간의 모든 문명은 먼저 상상하고 이 상상을 현실로 바꾼 역사 그 자체다. 지금 당장은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이룰 수 없다고 해도, 상상을 해야만 조금이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나는 사회사업가 동료들께서 해결중심모델에서 배운 질문을 잘 연습하시되, 너무 질문 기술에만 집착하지 마시고 "그래서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라는 초점을 잃지 않으시길 바란다. 그 모든 현란한 해결중심 질문 기술도 결국은 아주 단순한 질문: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경직된 해결중심 질문에 얽매이지 말고 언제든지 본질로 "쑥" 들어가서 내담자와 더불어 "진짜로 해야만 하는 질문"을 구사하길 바란다.자유롭게!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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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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