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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1. 6. 4. 10:01728x90반응형
"저는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지역 주민 분들을 돕는 과정에서 매번 문제에만 집중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치료를 하시는 분들에게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면서 괴리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가족치료는 대개 전문 상담자가 자발적으로 상담소에 찾아오시는 분들을 만나는 환경이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제너럴리스트) 사회복지사는 비자발적인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나거든요. 질문을 해도 답을 안하시고, 복지관에서 무언가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만을 바라는 분들을 주로 만납니다. 이런 분들에게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이 무척 멋지고 좋아 보이면서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한 마디로, 사회복지 실무에는 적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는 말씀이다. 수년 간 사회복지계에 강점관점/해결중심모델 학습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실제로는) 냉소와 환멸이다.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는 없다"는 말은 사회복지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물론, 우리 동료들께서 아직은 해결중심모델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이런 논리적 모순을 느끼실 수도 있겠다. 망치질이 잘 안된다고 해서 망치 탓만 할 수는 없다. 못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찧었는데 망치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기술적인 문제 차원을 넘어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분명히 모순점이 보인다. 사회복지사이자 부부-가족치료자로서 주로 사회복지사 동료들께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결코 부인하거나 외면하지 못할 문제다. 지금까지 해결중심모델을 사회복지사 동료들께 가르친 사람들은 "내담자를 무조건 믿으세요" 혹은 "문제중심적인 태도를 버리세요", 이런 말로 답했다. 나는 이런 말이 대단히 무례하게 들린다. 내담자를 신뢰하는 멋진 말이긴 하지만 우리 동료들의 호소를 깡그리 짓밟는 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 개인 클래스("해결중심상담 고급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김소연 사회사업가께서 학회 행사(2021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 "정신장애인, 마을에서 주민으로 살아가기")에서 사례발표를 하셨다고 알려 주셨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유튜브 녹화 화면을 지켜 보았다. 김소연 선생님께서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로서 정신장애(조현병 초기 증세)를 가지고 계신 지역 주민을 돕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사례를 통해서 해결중심모델을 사회사업가 동료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중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특히, 본 포스트의 첫 머리에 언급한 문제 상황을 어떻게 절충적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임상 사회사업가 이재원이 가르치는 해결중심상담 고급반 소개>
정신건강 분야에 관하여 정식으로는 교육을 받지 못한 사회사업가가 조현병 초기 증세를 보이시는 주민을 만났다면,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김소연 선생님께서도 시쳇말로 '멘붕'을 경험하셨다고 한다: "시설 입소를 도와 드려야 하나?", "부랑인 시설에 연계해야 하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시도록 안내해야 하나?", "더러운 집안 청소부터 해야 하나?", "도시락 지원을 해 드릴까?", "어디를 함께 가려면 우선 씻으셔야 할까?" 등등,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셨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
김소연 사회사업가께서는 "주민이 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결심하셨다. 이는 복지관에서, 사회사업가가 앞으로 주민 분의 삶을 어떻게 돕든지, 그 어떤 변화를 지향하든지, 무엇보다도 '주민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이다. 해결중심모델을 다양한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답은 바로 '내담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이다. 따라서 김소연 사회사업가께서는 해결중심모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신 셈이다. (이분께서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공부해 오신 역사가 빛을 발했다!)
그 다음으로, 김소연 사회사업가께서는 "주민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도우려면) 복지관(혹은 사회사업가)은 무엇을 해야 하고, 주민께서는 어떤 부분을 도와 주셔야 하는가, 생각하셨다. 그래서 주민 분께서는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도와 주실 부분이 있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전문의 진단도 필요하고, 정신장애인 등록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주민 분과 월 1회 병원 동행부터 약속하셨다. (이 사례를 리뷰하면서 다시 든 생각은, 역시 첫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작이 반이다. 우선은 시작해야 한다. 작게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진다.")
그 다음부터 김소연 사회사업가께서는 주민 분께서 원하시는 것에 초점을 두되, 복지관과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합의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셨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적, 사적 자원을 잇고 연계하여 행정복지센터부터 마을 가게까지 이 주민 분을 함께 도왔다.
결과적으로 주민 분께서 원하셨던 바,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는 "마을에서 계속 살아요"로 달성되었다. 하지만 주민 분께서 복지관과 합의한 모든 목표가 100% 달성되지는 않았다. 나는 이 부분이 유의미하다고 보았다. 어쩌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회사업가가 주도해서 온갖 뒷치닥거리를 다 해 드리는 방식으로 도왔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 분의 삶에서 변화된 내용은 비슷할 수 있다. 이렇게 도우나 저렇게 도우나 결과적으로, 특히 양적으로 평가하자면 유사해 보일 수 있다. 그하지만 질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떨까? 원조 과정에서 주민 분께서 느끼셨을 온갖 생각, 감정을 평가한다면 어떨까? 만약,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개입하고 나서 이 분에게 솔직한 평가를 부탁한다고 한다면 어떨까? 특별히, 자존감과 관련해서 평가한다면 어떨까?
사람은 주도적으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필요가 생겨서 타인에게 도움을 받더라도(도움을 받는다는 구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자존감이 깎이는 상황이지만) 가급적이면 자존감이 덜 깎이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김소연 선생님의 원조 행위를 양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최종적인 결과물이 비슷하니 복지관이나 사회사업가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적으로 평가한다면 다를 것이다. 왜? 주민 분께서 원하시는 선 안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정중함을 잃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이다. 강점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사족으로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내담자가 전문가"라는 해결중심적 원리에 관한 생각이다. "내담자가 전문가"라는 원리는 "내담자의 문제나, 강점/자원에 대해서는 내담자 본인이 가장 잘 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 현장에서 우리 동료들께서 만나는 주민/이용인 분들 중에서는 이 원리를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분들도 참 많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내담자가 전문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많이 맞이한다는 말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내담자가 전문가"라는 명제를 이렇게 바꾸고 시작할 것 같다: "내담자는 전문가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 관해서 전문가는 아니다." 해결중심 실천가가 내담자에게 지시를 하지 않고 오히려 지시해 주기를 요청하는(질문하는) 이유는 내담자를 전문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담자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오히려 내가 전문가라면? (내담자도 인정한다면?) 이럴 때는 비록 해결중심적으로 보이진 않더라도 내가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해서 그를 도와야 한다. 물론,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할 때에도 강점관점으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가급적 정보/자원 원천을 복수로 제시해서 내담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원을 연결할 때에도 그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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