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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결중심모델과 글쓰기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4. 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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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해결중심모델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대단히 낯설고 어색한 몇 가지 질문, 예컨대 기적질문(기적이 일어나서 당신의 문제가 사라진다면, 뭘 보고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겠는가?)으로 알고 있는가? 문제나 약점보다는 강점과 자원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니, 겉으로 보기에는 참말로 멋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특히 사회복지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담모델이라고알고 있는가? (실제로, 많은 사회사업가들이 해결중심모델을 낯선 질문 다발 정도로 여기고 이 질문 다발에만 집착하다가, 어렵다고, 안된다고, 도저히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곤 한다.)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이걸로 상담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도, 늘 감동을 받곤 한다. 내가 느끼는 이 감동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해방감”이다. 해방이란, 누군가 타인의 압제 하에서 억눌리고 신음하고 있는 사람이 양 손에 차고 있던 쇠사슬과 수갑을 끊어 버리고 자유를 되찾는 그림이 떠오른다. 바로 그렇다. 스스로 공부할 때는 내 자신이 해방되는 느낌을 받고, 상담을 하면서는 내담자가 자신을 해방시키는 모습을 목격하며,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는 이들이 자신과 타인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비밀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적인 해방감을 느낀다.

     

    어째서? 어떻게?

     

    어릴 적에 나는 “무식하고 천박한” 어머니에게 온갖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자랐다. (아, 오해 마시라. 현재 나는, 전쟁통에 태어 나셔서 끔찍한 가난 속에서 외할아버지가 가한 온갖 폭력과 학대를 받고도 끝끝내 살아 남으신 어머니, 평생 건강한 노동자로서 자녀를 먹여 살리며 성실하게 살아오신 어머니, 끝내 잘 살게 되신 어머니를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다.) 아들이 강인해서 험한 세파에도 살아남길 원하셨던 어머니는 유난히 마음이 여렸던 아들에게 온갖 걱정 꼬리표를 붙이셨다: “계집애 같은 녀석”, “넌 끈기가 없어”, “겁이 너무 많아” 등등. (사실이 아니기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이 말이, 규정이, 오랫동안 내가 쇠사슬에 묶여 있던 이유였다.

     

    결국, 반평생 동안 이어져 온 나의 인정 투쟁은, “아니란 말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냐!”, “나는 강인해!” 라는 독립선언을 향해서 달려온 궤적이다. 먼저, 나는 엄청나게 끈기가 많은 사람이다. 최근 5~6년 동안 내가 어떻게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되어 왔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내 강인함을, 끈기를 곧바로 인정할 것이다. (존재 자체가 말라가는 고통을 생으로 버텨내고 살아 돌아온 나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내 삶 전반부를 지배했던 어머니의 부정적인 규정을 튕겨내고 부인하는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넌덜머리가 나는 부정적 규정을 아예 깨끗이 인정하고 품어버리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있다: “약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겁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뭐 그러면 좀 어때? 괜찮아!”

     

    나는 이 지점까지 걸어오는데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란 한 마디로 문자 언어를 가지고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 작업인데, 내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회고적 글을 많이 써 보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규정해 왔던 것 같다. 특히, 암울한 신음 소리만 들리던 마음 우물에 바가지를 내려 보내서 그간 어둠에 가려서 빛을 못 보던 맑은 물을 길어 올렸던 작업이 나를 되찾는 여정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마음 속에 숨겨 둔 부르지 못한 내 노래를 글로 표현하면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허황된 이야기라도 일단 표현하면 꿈이 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해결중심모델을 이렇게 재규정한다: (타인이나 자신에게 받은 부정적 규정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사람에게, 언어(목소리)를 되찾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쥐어주는 일. 우리 일로 말하자면, 실천가가 아무리 내담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멋지고 세련된 말로 재규정해 준다고 해도(비유컨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아무리 예쁘고 그럴 듯하게 포장해 준다고 해도) 자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만큼 (내용적으로) 의미 있을 순 없는 법이다. 해결중심모델의 핵심 기술이 질문, 즉 타인이 스스로 말을 시작할 수 있도록 표현 기회를 주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따라서, 해결중심모델과 글쓰기는(혹은 특히,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은) 서로 대단히 비슷하다.

     

    이것이 해결중심치료자인 내가 동료들에게 글쓰기를 권장하고 가르치려는 근본 이유다.


    사족: 요즘엔, 자꾸 오랫동안 내가 관심 가져왔던 여러 분야에 대한 열정과 취미가 한 지점으로 모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글쓰기, 사진, PPT 만들기, 자전거, 감정에 대한 공부... 그리고 강점관점실천(해결중심모델, 이야기치료 등)은 모두 “표현”이나 “해방”과 관련되어 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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