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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순이인 원이를 위해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5. 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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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영(남자친구): 저는... 여자친구가 가리는 음식이 점점 많아져서 식성이 안 맞아서 고민이에요. 여자친구가 원래 안 좋아하는 음식이 많았는데, 생 (달걀) 노른자는 병아리에 가깝다고 싫어하고, 참치는 빨간색이라서 싫어하고, 곱창도 징그럽다고 안 좋아하고, 가리비를 원래 먹었다가 안 먹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가리비에 눈이 달려 있대요. 그 눈을 보고 나서, 그 눈이 징그러워서 안 먹는대요. 그리고 무화과 같은 것도 원래는 먹었다가, 무화가가 수정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벌레가 들어가야 한다고... 그걸 알고 나서부터 못 먹어요.  

     

    서장훈(처녀보살): 그러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손원(여자친구): 마라탕, 꾸덕꾸덕 크림 파스타, 완전 매운 엽기 떡볶이. 그러니까 (남친은 저랑) 같이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저는 곱창 먹으러 가도 되거든요. 그래서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하면, 어차피 너는 (곱창 요리에 들어가 있는) 떡밖에 안 먹을 거잖아, 그래요. 근데 저는 진짜 떡이 좋거든요. 떡만 먹어도 좋거든요. 이러다가 같이 먹을 음식이 없어질까봐 고민이래요. 

     

    서장훈(처녀보살): 또 안 맞는 음식 뭐 있어? 

     

    전준영(남자친구): 안 맞다기보다는, 같은 음식이라도 좋아하는 부위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치킨을 먹는다고 치면, 여자친구는 닭가슴살, 퍽퍽한 부위를 좋아하고... 그런데 저는 더 잘 해주고 싶은데... 먹을 때 자연스럽게 저한테는 맛있는 부위가 들어오고, 여자친구는 제 기준에서 맛없는 퍽퍽살 주고. 소고기도 일반적으로 좋은 부위라고 하면, 마블링이 많이 껴 있는 부위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런 부위를 징그럽다고 못 먹어요. 월급날이라든가, 뭔가 특별한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분위기를 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맛있는 걸 사 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서장훈(처녀보살): 그러니까 가장 큰 고민은, 너는 여자친구를 만나면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은데, 얘는 맨날 떡볶이만 먹고, 꾸덕꾸덕 파스타만 먹고 하니까, 나는 좀 더 좋은 걸 해 주고 싶어요, 이거 아냐? 그런데 그거는 되게 잘못된 생각이야. 너희가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말하자면, 나는 굴을 못 먹어. 내가 그 굴의 물컹물컹한 식감을 못 견뎌. 그래서 우리집 김치에는 굴이 없어. 근데, 문제는 누가 나랑 만나는데, 굴이 몸에 너무 좋으니까 그 사람이 굴을 석화로 해서 가져다 준다면,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그걸 못 먹는 사람이니까 나한테는 그게 그냥 돌이야.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어? 네 입장에서는 그게 세상에 귀한 음식이고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본인 입장에서 좋은 게 아니면, 좋은 게 아니지. 그건 그냥 네 입장에서만 좋은 거지. 그래서 네 생각을 바꿔야 해. 단순히 값이 비싸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건 네 기준에서만 좋은 거야. 

     

    이수근(동자보살): 이게 정확한 이야기가... 우리 장모님 고향에서는 간장게장이 유명하거든요. 엄청 비싼 간장게장을 신혼 초부터 엄청 준비해 주셨는데, 나는 간장게장을 안 먹습니다. 심지어 와이프도 안 먹어. 그런데 안 먹는다고 이야기를 못하겠는 거야. 장모님께서 잘라 주시면. 그런데 계속 잘 먹었느냐고 물어 보시니까... 결국 내가 이야기를 헀지. 그래서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고추 튀각, 이런 걸 주시잖아. 가격으로 따지자면, 몇 십배 차이가 나거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 해 주면 돼! 그게 그냥 더 기뻐. 

     

    서장훈(처녀보살): (남자친구에게) 내가 너한테 좋은 방법을 좀 알려 줄게. 앞으로는 컨셉을 바꾸는 거야. (여자친구에게) 너 빵은 잘 먹니? 

     

    손원(여자친구): 환장해요. 

     

    서장훈(처녀보살): (남자친구에게) 네 기준에 따르면, 빵은 되게 저렴한 음식이지? 

     

    전준영(남자친구): 네, 맞아요. 

     

    서장훈(처녀보살): 그런데 식겁할 만큼 비싼 빵이 있어. 요즘 엄청 많아. 고급 빵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그러면 여자친구가 빵을 환장하게 좋아한다고 한다면, 네가 발품을 팔아가지고 진짜 좋은 걸 해 주면 되는 거야. 진짜 좋은 파스타 집을 데리고 가고, 진짜 좋은 빵을 찾아서 네가 그거를 (여자친구에게) 해 주면 돼.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어디까지나 '예능 쇼'다. 이제는 예능인이 다 된 서장훈과 원조 예능인 이수근이 각각 처녀보살과 동자보살 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까지 진짜 무속인처럼 진심을 다해서 풀 메이크업으로 갖추어 '입고서' 나온다. 그리고 이들을 찾아온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내담자를 만나서 가볍게 고민을 풀어 준다. 이 TV 쇼에서 논하는 온갖 문제는 절반 이상 '웃자고 가져온' 문제다. 그런데 가끔씩 서장훈과 이수근이 진짜 처녀보살이나 동자보살처럼 신통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어? 어떻게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실제로 있다. 웃자고 가져온 문제를 듣고, 두 보살이 진지하면서도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가 있다. 

     

    '식성이 서로 너무 많이 달라서, 함께 먹을 음식이 줄어들고 있다'는 고민을 들고 온 귀여운(!) 커플. 남자친구인 준영씨가 의뢰인이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최고로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단다. 예컨대 쇠고기를 먹으러 가면, 마블링이 살아 있는 최고 부위를 먹이고 싶단다. 하지만 여자친구인 손원씨는 마블링이 징그럽게(?) 느껴져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단다. 준영씨에게는 징그럽게 맛있는 부위인데도 손원씨에게는 세상 징그럽게 느껴지는 부위란다. 모든 음식에 대해서 이런 식이니, 생일 같이 특별한 날에도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처녀보살은 먼저, 여자친구인 손원씨에게 '(일반적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 종류는 예컨대, 꾸덕꾸덕 크림 파스타, 혹은 맵부심을 드러내는 마라탕이나 완전 매운 엽기 떡볶이. 헌데, 남자친구인 준영씨는 이런 음식을 먹을 수는 있지만 그리 즐기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자신이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음식(예컨대, 참치, 곱창, 가리비 등 주로 전통 한식)을 먹이고 싶단다. 이 순간, 처녀보살의 기지가 번뜩인다. 서장훈은 준영씨가 여자친구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믿고 있는 방식이 사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려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폭로(?)한다: 

     

     

    네 입장에서는 그게 세상에 귀한 음식이고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본인 입장에서 좋은 게 아니면, 좋은 게 아니지. 그건 그냥 네 입장에서만 좋은 거지. 그래서 네 생각을 바꿔야 해. 단순히 값이 비싸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건 네 기준에서만 좋은 거야. 

     

    하지만 서장훈은 준영씨가 여자친구인 손원씨에게 잘 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무시하지 않고 인정해 준다. 즉,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식성(기호)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두 사람이 각각 원하던 바(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고, 여자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다)를 절충하려고 시도한다. 서장훈이 제시하는 절충 방법은 일단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자친구를 향한 남자친구의 마음이 아무리 애틋하고 절실해도 그 마음은 어디까지나 본인 중심이라는 생각. 남자친구가 원하는 바는 일단 옆으로 두고 여자친구가 원하는 범위 안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서장훈은 여자친구인 손원씨가 좋아하는 입맛을 인정한 상태에서, 남자친구인 준영씨가 원하는 바(가능하면 질 좋고 맛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를 얹는다. 여자친구가 빵에 환장하는 '빵순이'니까, 우선 빵 종류에서 시작하라고 제안한다. 일반적으로는 빵이 싼 음식이지만, 찾고 또 찾아 보면 어렵지 않게 '무지무지 비싸고 질 좋은 고급빵'이 있단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고급 빵을 여자친구에게 먹일 수 있다면, 여자친구가 원하는 바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남자친구가 원하는 바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 이는 사람중심계획(PCP: Person-Centered Planning)에서 말하는 핵심 개념인 'Important to'와 'Important for', 그리고 양자를 최대한 조화시키는 방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람중심계획에서 '사람중심(Person-Centered)'이라는 개념은 결국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언제나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기호가 박탈된 대상에 머물던 대상자가 원하는 바(Important to)를 전문가들이 옳다고 믿는 바(Important for)보다 중심에 두겠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당사자가 원하는 바가 아무리 어설프고 이상해 보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실제로' 그가 원하는 바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전문가가 옳다고 믿는 바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바(Important to)를 먼저 생각하고 기본적으로 중시하되, 전문가가 옳다고 믿는 바(Important for)와 절충시켜야 한다. 

     

    "여자친구의 최애 음식에 남자친구의 정성을 담아 주어라"

    "당사자가 원하는 바(Important to)에 전문가가 옳다고 믿는 바(Important for)를 최대한 절충하라"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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