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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떻게 한 대만 때릴 수 있었니?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4. 25. 07:27728x90반응형
피학대 생존자로서 모 단기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학생 A가 학교에서 누군가를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 쉼터 선생님들은 이 건과 관련해서 A와 면담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선생님들은 A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폭력은 그 자체로서 나쁜 것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옹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지하면서도 분명하게 말했다. 폭력 행동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을 확인한 셈.
(2) 그 다음에는, A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듣기로 했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았단다. 입을 꾹 다문 A를 바라 보면서 선생님들은 ‘당장 말하지 않을 만한 좋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억지로 입을 열게 만들지는 않았다.
(3)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침내 A가 입을 열었을 때, ‘좋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건만 따진다면 A가 대단한 폭력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동안 ‘여러 모로 괴롭힘을 당해 온 역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A는 자신이 잘못한 걸 알지만 몹시 억울했단다.
(4) 선생님들은 A가 느꼈을 여러 가지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었다고 한다. A가 더욱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선생님들은 A가 ‘딱 한 대만 때렸고’, ‘태권도를 할 줄 아는 A가 일부러 급소를 피해서 때려도 덜 아플 만한 부위를 골라서 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 그래서 나온 질문이 “근데, 어떻게 한 대만 때릴 수 있었니?”였다. 그동안 당해 왔던 시간이나 힘들었던 마음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로 멈출 수 있었던 A는 ‘폭력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침착하고 인내심 많은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례에는 두 가지 원칙이 겹쳐져 있다: (ㄱ) 폭력적인 행동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다, 는 원칙. (ㄴ) 그러나 폭력적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과 상황은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다, 는 원칙. 그러니까 쉼터 선생님들은 폭력 사안에 대해서 ‘투 트랙’으로 접근하신 셈이다.
쉼터 선생님들은 A의 폭력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하셨다. 왜냐하면 이 행동은 의도 없는 실수가 아니라 어쨌든 계획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폭력이나 학대를 당해서’ 쉼터에서 생활하게 된 청소년을 돕는 쉼터 선생님들이 어떻게 계획된 폭력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A를 오랫동안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온 선생님들이시기에, A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고, A가 마음이 가라앉고 마음 편히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다. 그러자 폭력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A가 느낀 억울한 감정이 나타났고, 이 지점에서 (해당 폭력 행동을 제외하면) 오히려 A가 억울한 상황을 잘 넘기면서 더 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선생님들은 ‘폭력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 한계선 안에서’ A가 느꼈을 감정을 충분히 수용해 주고,이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도 A가 의젓하게 생각하고 행동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셨다.
연구된 바에 따르면, 폭력 행위자에게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하면 대단히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폭력은 어디서도 용인받을 수 없기에, 만나는 모든 전문가가 이들을 비난만 하는데, 해결중심 실천가는 정중한 태도로 접근하면서 (물론,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는 선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이리라. 당연히! 이런 접근 방식을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다. 언제, 어디에서나 폭력은 파괴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모로 충분히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폭력 가해자’라는 고정된 꼬리표를 붙이고 어색하게만 대한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오히려 불가능해지거나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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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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