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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만 하지 말라구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5. 10. 04:24728x90반응형
선아: 걷고 싶어. 오빤 그냥 가.
동석: 집에 데려다 줄게. 차로 가.
선아: 걷고 싶어.
동석: 어지간히 해라. 망가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왜 이래? 몇 시간씩 차 안에서 죽어라 울고불고 했으면 새꺄, 정신 좀 차려야 할 것 아냐, 밥도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애도 있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 보려고 해야 될 거 아냐?
선아: 내 전 남편처럼 이야기 하지 마. 우리 엄마처럼 이야기 하지 마. 대체 선아야, 너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고, 언제 벗어날 수 있을 거냐고 묻지 마! 나도 내가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언제까지 슬퍼해야 될지 몰라서 이러는 거니까. 이런 내가 보기 싫어? 보기 싫으면 떠나면 돼. 어렸을 때 우리 엄마처럼. 전 남편 태훈씨처럼. 안 잡아. 나 좀 냅 둬! 나, 그냥 이렇게 살다...
동서: 이렇게 살다, 뒈지게?
선아: 응!
동석: 그래, 그래라. 상놈의 것. 아, 그래, 내가 너 같아도, 살맛 안 나겠다. 어려서 엄마가 저 살자고 딸 버리고 내 빼고. 아빠는 사업 망했다고 자살하고. 남편한테 이혼 당하고. 우울증에 애까지 뺏겼는데... 네가 무슨 밥맛이 있어 가지고 밥을 먹고. 살맛이 나서 기분좋게 행복하게 살겠냐?
동석: 그래, 네 마음대로 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든 말든... 너 알아서 해. 그러다 보면 뭐, 결국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네 아들도 커서 너처럼 되겠지 뭐 결국.
동석: 맞잖아? 아빠는 엄마 우울증 걸렸다고 버리고. 엄마는 이렇게 울다가 결국 단 한 번도 행복해 보지 못하고 죽으면. 애가 뭘 보고 배워서 자기 인생을 재미나게 신나게 살겠냐? 너 닮아서 평생, 망가지고 싶거나, 기회만 되면 죽고 싶거나, 제 팔자 탓하면서 우울해지겠지. 그게 아니면, 나처럼 막 살든가.
선아: (주저 앉으며) 으앙... 으흑흑흑...
동석: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구.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썅.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애랑 같이 못 사는 것두, 대가리 돌게 성질 나 죽겠는데, 그것두 모자라서 네가 엉망진창 망가지면, 네 인생이 너무 엿 같잖아. 새꺄.
선아: 으흐흑...
동석: 다 울었으면 일어나. 걷자.
안녕하세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구.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썅.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애랑 같이 못 사는 것두, 대가리 돌게 성질 나 죽겠는데, 그것두 모자라서 네가 엉망진창 망가지면, 네 인생이 너무 엿 같잖아. 이 새끼야."
요즘 저는 tvN에서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연기력으로는 도저히 깔 수가 없는' 이병헌 횽이 출연한다길래 보기 시작했는데요, 웬 걸,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매주마다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어서 '아... 이 드라마, 영원히 하면 안되나?' 이런 불안 + 초조한 마음으로 매주 눈과 귀를 TV 화면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 안 끝나면 좋겠습니다.)
'블루스(Blues)'가 무엇일까요?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현대 미국 흑인 음악이 시작된 뿌리요 젖줄인 기본적인 음악 장르이지요. 블루스는요, '링컨 대통령이 대단히 정치적인 이유로 노예 해방을 선언한 이후에, 공식적으로 인간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비참한(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비참한) 밑바닥 생활을 하는 흑인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살다가 신세 한탄을 하던 음악'이라고 합니다.
이 '블루스'에 '우리들의' 라는 단어를 붙이고 나니, 드라마 제목에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전체 주제가 드러납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쓰디 쓴 인생사를 겪으면서 심장으로 느끼는 오만 가지 감정과 머리에 떠올리는 십만 가지 생각을 평범하게 풀어내는 거죠. 드라마 캐릭터 뿐만 아니라, 서사 구조도 느슨한 옴니버스 구조라서 주제가 더욱 강조됩니다.
이제는 사진으로 보여드린 위 장면을 소개해 볼까요? 지금 동석(이병헌 분)이는 선아(신민아 분)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선아는 동석의 첫사랑이면서 연인 관계로 맺어지지는 않은 채 끝없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해 온 '징글징글한 인연'입니다. 선아는 동석이 아닌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심각한 우울증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재판 끝에 아들도 빼앗깁니다. (블루지 하죠?)
'왜 아들이 당신과 살아야 하죠?' 법원에서 나온 조사원이 던지는 질문에 선아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열이(아들)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아이고... 아들 빼앗기는 소리가 들리지요? 법원이 찾는 보호자는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이지, '아이가 필요한 부모'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아들을 빼앗긴 선아는 아무런 희망도 살 가치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 살던 제주도에 돌아와 자살을 시도합니다. (물에 빠집니다.)
아닙니다. 명백하게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 대낮에,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바닷물에 빠질 수 있는 곳에서, 실족인지 자살 시도인지 알지 못할 미묘한 방식으로, 물에 들어갑니다(혹은 빠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은 선아를 구했고, (선아는 몰랐지만 우연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동석이도 선아와 다시 엮기게 됩니다. 그 후에, 재판(1심)에서 아들을 빼앗긴 날, 선아와 함께 걸으면서 동석이 말합니다.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구. 슬퍼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썅. 어쩌단, 웃기도 하고. 행복도 하고. 애랑 같이 못 사는 것두, 대가리 돌게 성질 나 죽겠는데, 그것두 모자라서 네가 엉망진창 망가지면, 네 인생이 너무 엿 같잖아. 이 새끼야."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동석이가 내뱉는 대사가 제가 지향해 온 '현실적인(유연한)' 강점관점실천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강점관점실천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일까요? 이 말이 반은 맞죠. 긍정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보자는 거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지사 우리네 삶에서는 안 좋은 일(negatives)과 좋은 일(positives)이 거의 언제나 교차합니다. 아뇨, 비율로 따지자면 안 좋은 일, 우울한 일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합니다. 우울증이야말로 현대 미국 문명이 발명한 병이라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미국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이란 끝없이 개척하고, 나아가고, 긍정적인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일이 생겨도 우울해 하면 안된다는 이데올로기 위에서 개념화된 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을 무조건 긍정만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원하고 지향하고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너무나도 자주 우울해집니다. 그 원하고,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목표물을 항상 얻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울한 시절에 제대로 우울해 하지 못한다면, 즉 부정적인 일(negatives)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더욱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강점관점실천이 출발하는 지점은, 삶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시계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무조건 삶이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게 아니라, 앞뒤 가리지 않고 긍정적인 면만 보자는 게 아니라, 안 좋을 때가 많지만, 아마도 좋을 때보다 훨씬 더 많겠지만, 안 좋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는 겁니다. 그러므로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라, 슬퍼만 하지는 말라는 말입니다.
제가 대단히 고통스럽게 이혼했을 때, 절절하게 경험한 삶은... 밑바닥이 없는 끝없는 추락, 이었습니다. '바닥을 친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밑바닥이라고 느껴질 만 하면, 그 밑에 또 밑바닥이 있더라구요. 또 밑바닥이라고 느껴질 만 하면, 그 밑에 또 밑바닥이 있구요. 헌데, 인생 방향이 바뀌니, 또 완전 신기루처럼, 거짓말처럼 상승도 하더군요. 말하자면, 저는 춘하추동, 변화 리듬 그 자체를 느꼈습니다.절망 속에 숨겨진 희망을 보았고, 희망 속에 배태된 절망을 느꼈습니다.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는 사회사업가 동료들께선 늘 이렇게 호소하십니다: "제가 만나는 분들은 여러 가지 만성적인 문제가 중첩되어 있어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하긴요, 문제도, 희망도, 그 분들이 이미 가지고 계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지점에서 시작해야죠. 하지만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변화는 이미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는 지점에서 시작해야죠.
블루스가 가진 특성 중에 하나는 '주고 받기 형식(Call and Response)'이라고 합니다. 족장이 선창을 하면("뱃노래가~"), 부족원들이 코러스를 따라 부르는("어기영차~") 거죠. 그래서 블루스는 원래 집단 가요입니다. 현대 블루스는 집단이 부르던 노래를 독주 가수가 혼자 부르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만. 어쨌든 블루스는 필연적으로 '우리들의' 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음악 장르입니다. 함께 부르고 함께 견디는 겁니다."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울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구."
부디, 일상 중에서 좋은 일(positives)과 안 좋은 일(negatives)이 리드미컬하게 교차하는 삶을 느껴 보세요.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보지 마시고, 우울하고 힘든 일도 함께 느껴 보세요. 우울하고 힘든 일 생길 때는 실컷 우울해 하고 힘들어 해 보세요. 하지만 오해 마세요.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닙니다. 힘들어 하지 말란 말이 아닙니다. 슬퍼만 하지 말라구요. 힘들어하기만 하지 말라구요.
<참고> 본 원고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에 발행하는 정기 뉴스레터, Solutionists 내용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 글을 읽어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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