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디, 선을 넘어 주세요!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2. 5. 25. 19:43728x90반응형
"저는요, 원래 선을 긋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우리 기관을 찾아 주시는 청년 분들이 뭔가 (우리가) 선을 넘어주길 바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데요... 아무리 내가 불편하더라도, 이분들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선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때로는 용기를 내면서 선을 넘고 있습니다."
(OO 센터 직원, A)
주로 청년을 돕는 기관에서 공감 기술 및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이곳에서는 청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가용 가능한 자원을 연결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청년들 말을 들어보면, 정보 제공을 넘어서서 다양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꽤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단순한 정보 제공에서 시작된 이야기도 좀 더 깊은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도와야 할지 헷갈리고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단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원 분들 중 한 분께서 해결중심모델 학습을 떠올리셨다고 한다. 해결중심모델은 강점중심이고 미래지향적인 특성을 있어서 자립을 추구하고 미래에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청년들을 돕는 전략으로 좋을 거라고 판단하셨단다. 해결중심모델은 사람들을 앞에서 일방적으로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마라톤에서처럼 대표 선수 바로 옆에서 함께 뛰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선'. 이곳 직원 분들은 대부분 20대이거나 30대 초반 청년 세대. 아무래도 청년 세대는 개인을 존중하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함부로 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리 그를 도와 주고 싶은 선한 마음이 있어도, 선을 넘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몇 차례 줌으로 만나면서 교육을 해 보니, 이분들 성향을 딱 알 수 있었다. 오해 마시라. 나는 이 분들 성향을 참말로 존중하니까. 한국인에게 흔한, '정에 기초한 오지랖'을 때로는 '폭력'이라고 감지할 수 있는 건강한 청년들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어쨌든 해결중심모델도 상담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다니는 모델은 아니지만, 어쨌든 남을 도우려면 일정하게 선을 넘어야 할 필요가 생기는데, 상담자가 '정중함'을 중요시해서 '웬만하면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면? 정중함이라는 가치는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정중함을 지키느라고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적절한 도움이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일. 그래서 OO센터 직원 분들은 마음 속으로 고민, 또 고민을 하고 계셨던 것 같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래서 내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전략이 바로 '정중하지만 강렬한 호기심'이다. 한국인은 '선을 쉽게 넘는' 사람들이다. 정이 많아서 그렇다. 정은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감정이다. 뭔가 자꾸 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정은 일방적인 면이 있어서, 상대방이 원치 않는데도 자꾸 주게 되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로 '폭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게 분명한데, 정중함을 지키려고, 그 선을 지키려고 한 발 떨어져 있는 것도 무조건 옳은 태도는 아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를 벗어나서, '이것이면서도 저것', 이라는 절충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가지며 어떨까? 그래서 매니저님들에게 '정중하지만 강렬한 호기심'을 말씀 드렸다.
다행히 내 제안이 먹혔다. 아니, 적어도 이곳 직원 분들이 마음 속으로 '선'에 대해서 건강하게 고민을 하시도록 안내하는데 성공했다. OO 센터 직원 분들의 소감을 들어보자:
직원 C: "정중한 호기심! 수업 이후로, 저희 안에서 건강한 선에 대한 고민을 자주 나누고 있어요!"
직원 A: "오늘도 힘을 내서 건강하게 선을 넘나들어 보겠습니다!"
세상에 정답이 있을까? 이론적인 논리 세계 말고 현실 세계에 말이다. 나는 없거나, 있어도 대단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정답을 운운하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다양하다. 한 쪽에서 '정답'이 다른 쪽에서는 '폭력'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답을 찾으려는 집착을 버리고, 순간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정말로 그 상황에 맞는 '차선책'과 '절충안'을 생각해야 한다. 본인들은 선을 넘고 싶지 않지만, (청년들을 위해서) 때로는 과감하게 선을 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우리 멋진 OO 센터 직원 분들처럼.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상담 공부방 > 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이 없게 느껴지셨나 봐요 ㅠㅠ (0) 2022.05.29 정갈한 상차림?! (0) 2022.05.27 부디, 선을 넘지는 마세요 (2) 2022.05.25 대본엔 없는 진심을 전하려면,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봐야죠 (0) 2022.05.22 "보수교육에서 제가 보수된 것 같아요" (0)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