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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선을 넘지는 마세요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2. 5. 25. 07:05728x90반응형
약간 허름한(?) 동주민센터 강당 같은 곳에서 소형 6mm 카메라로 찍으실 줄 알았다. 그래서 아무런 부담없이 허락했던 거다. 헌데, 교육 장소에 가서 보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장소도 매우 넓었고, 카메라도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었음,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에 핀 마이크까지 차고... 무슨 TED Talks 찍듯, 제대로 된 환경에서 내가 강의하는 내용을 찍으셨다. (덕분에 처음에는 조금 떨었...지만, 또 금새 적응해서 열심히 떠들었다.)
어제(2022년 5월 24일) 오후 3시부터, 송파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의뢰로, 일반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우리동네 돌봄단'에게 '공감'에 관한 대중 강연을 실시했다. '우리동네 돌봄단'은 기본적으로 정(情)이 많고, 지역 사회 일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오신 분들을 가려 뽑아서, 공적인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고위험 은둔고독세대를 발굴하고, 살뜰하게 관심 가지며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신다고 들었다. 실제로 이분들 앞에 서서 보니, 얼굴에 정(情)이라고 씌여 있는 듯, 매우 밝게 웃으시고, 사교성이 좋고 책임감이 많아 보이는 분들이었다.
"이렇게 앞에 서서 여러분 얼굴을 딱 보니까요, 괜히 우리동네 돌봄단 활동하시는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그만큼 여러분들 얼굴이 밝고 맑아 보입니다. 당연히, 정(情)이 많은 분들이시겠지요? 살고 계시는 지역 사회에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 주민 분들에게 선한 관심이 있으니까 이 자리까지 나와서 이렇게 앉아 계시는 거잖아요. 이웃을 조금 더 잘 돕고 싶어서 이렇게 뭘 배우러 나오신 거잖아요."
원래, 내가 하는 '공감 강의'는 원조전문가인 사회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내용이 더 쉬워야 했다. 내 강의 자료에는 그림과 동영상이 많이 삽입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들을 수 있지만, 살짝 어려운 학문적인 '공감(empathy)' 개념을 이분들에게 직접 가르칠 순 없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 보다가,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님께서 쓰신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이라는 서적에서 좋은 힌트를 얻었다: 서구적인 개념인 공감(empathy)과 한국적인 개념인 정(情)을 비교/대조하면서 가르치면 어려운 개념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대는, 정(情)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시는가?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 속에 있다는 걸' 초코파이 CM 송이 생각난다.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CM 송인 이 노래에서, 핵심은 정(情)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공감(empathy)은 상대방 마음을 내가 이해했다는 사실을 다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고, 정(情)은 상대방 마음을 말 없이 헤아린 후에 뭔가 그를 위해서 해 주는 소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감(empathy)과 정(情)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상대와 나 사이에 뭔가 오고가고 소통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공감이 상대방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초점이 있다면 정은 마음을 주는 나에게 초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동네 돌봄단에 참여하고 계신 중년 이상(40~65세) 송파 구민 분들은 정(情)이 많은 한국인이실 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 시민들에게 뭔가 주고 싶고,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많은 분들일 것이다. 정(情)이란 마음이든 물건이든 내가 타인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분들, 실제로 많이 주는 분들이실 것이다. 마음이 너그러우신 분들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정(情)에도 취약점은 있다. 정(情)이란 매우 이타적인 정서이지만, '받는 그'보다는 '주는 나'가 초점이기 때문에, 주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면, 선을 넘어서 그에게 불편감과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다. 나는 그를 위해서 주는 건데, 그는 받고 싶지 않아할 때, 내 선의가 '웃음짓는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공감(empathy)을 정(情)과 연결해서 설명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께서 마음 속에 품고 계신 정(情)은 아주 좋은 겁니다. 왜냐면 정이란 이타적인 감정이거든요. 뭔가 좋은 걸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거든요. 하지만 어쩌면 여러분께서 만나서 도우시는 분들은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을 부담스럽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이란 선을 넘는 행위고, 다소 일방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본인이 싫다면 그건 여러분에게 좋은 것이지 그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은 여러분께서 주시려고 하는 좋은 마음, 좋은 물건을 폭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 평소 모습대로, 정(情)으로 대하시되, 부디 선을 넘진 마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공감(empathy)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선생은 강의가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학생들 표정을 보면 딱 안다. 2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면서 의자에 앉아 계신 송파구 우리동네 돌봄단 분들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거의 대부분 표정이 무척 밝았고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시종일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계신 분들도 일부 계셨다. 내 말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말을 끝내고 난 후, 한 분께 오늘 어떠셨는지 여쭈었을 때, 내가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참 많은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그냥 열심히만 활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몰라 주고 선을 넘곤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 말씀처럼 좋은 마음으로 선을 넘었으니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웃들에게 좋은 마음은 계속 유지하되, 정중한 태도를 좀 더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정중한 호기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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