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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자기-돌봄, A부터 Z까지: 에필로그지식 공유하기(기타)/사회복지사를 위한 Self-care(한사협) 2022. 5. 31. 15:58728x90반응형
드디어 끝났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소식지, ‘소셜 워커’에 26개월 동안 연재해 온 ‘사회복지사를 위한 자기-돌봄, A부터 Z까지’ 번역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이 책은 제목 자체에서 26개월이라는 번역 기간이 정해졌더랬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자기-돌봄(self-care) 활동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해당 활동명 머리글자 영어 알파벳 순서를 따라서, 그러니까 A(인식: Awareness)부터 Z(수면: Zzzz)까지 배치되어 있었거든요. 한 달에 한 절씩 번역하다 보니 어느새 26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수년 전, 저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사회복지 관련 잡지에 자기-돌봄 관련 글이 꾸준히 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돌봄(self-care)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번역한 책도 해당 잡지에 연재된 원고를 묶어서 출간된 결과물이었답니다. ‘for Social Workers’라는 말을 보고 바로 구매해서 읽어 보았는데, 뭔가 기대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쓴 사람들은 자기-돌봄을 조용한 산속으로 들어가서 요가나 명상을 하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나 쉽게 수행하는 ‘일상적인 일’로 여기더군요.
학문적으로 살펴 보자면, 자기-돌봄(self-care)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두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1) 개인적 자기-돌봄(personal self-care)과 (2) 전문적 자기-돌봄(professional self-care). 사적인 삶 속에서 자기를 돌보는 개인적 자기 돌봄은 세부적으로 (a) 신체적 영역, (b) 심리적/정서적 영역, (c) 사회적 영역, (d) 영적 영역, (e) 여가생활 영역으로 나뉘고, 직업적인 삶 속에서 자기를 돌보는 전문적 자기-돌봄은 (a) 업무량과 시간 관리 영역, (b) 자신의 전문적 역할에 대한 인식 영역, (c) 업무에서 느끼는 책임감/부담감 영역, (d) 전문가의 권한을 주장하는 자기-옹호 영역, (e) 전문가로서 능력 계발 영역, (f) 전문가로서 활동할 활력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영역으로 나뉩니다.
제가 번역한 책에 등장하는 26가지 자기-돌봄 활동도 위 범주 안에 거의 다 들어갑니다. 그러나 여러분처럼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실천가 분에게는 엄밀하고 정확한 학문적 정의보다는 아주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쓸모가 중요하겠지요? 바로 그래서 저는 ‘소셜 워커’에 소개한 원고 26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여러분께 자신있게 권합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활동이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좋은 활동이 있다고 해도, 우리처럼 바쁜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활동은 어쩔 수 없이 외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의지만 있다면, 바쁜 일상 중에서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활동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일 테니까요.
이제부터는 자기-돌봄을 생각하실 때, 생활 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곳을 가서 비일상적인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 자신에게 눈길을 돌리시길 바랍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고 있는, 그러므로 지극히 현실적인 26가지 활동 중에서 여러분 눈길이 가는 활동을 범주나 영역과 상관없이 우선 한 개만 골라 보세요. 그리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나중에 혹시라도 빈 영역이 보이시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활동을 또 골라서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빈 영역을 하나씩 채워 나가시면 됩니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개념과 ‘나에게 맞는 활동을 내 마음대로 고르는 자유’라는 개념을 두 축으로,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서 글을 몇 편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처럼 바쁘게 살아가시는 사회복지사 동료 분들인데요, 그동안 제가 번역해서 공유해 온 ‘자기-돌봄’ 원고를 읽으시면서 자신이 어떤 자기-돌봄 활동을 하고 계신지 나누어 주셨습니다. (원고 사용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1) 문숙희 사회복지사(자매정신요양원 원장)
저는 새벽을 좋아합니다. 컴컴한 어둠에서 빛이 들어오고, 조용한 공간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입혀지는 그 새벽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 5시정도에 일어나서 1시간30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침대에서 뒤척이지 않고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납니다. 거실로 나오면서 조용하게 찬양을 틀어 놓고 전날 저녁에 설겆이 해 놓은 그릇들을 정리합니다. '아침으로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며 재료들을 쓱 훓어 보고 저를 위한 레몬 워터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레몬즙을 내어 물에 타서 큰 머그잔으로 한잔 만들어서 남편과 함께 사용하는 작은 서재에서 성경말씀으로 QT를 한답니다. 묵상하며 적은 글을 우리 가족들과 함께 일상을 나누는 단톡방에 올리며 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수첩을 정리하고, 어제 저녁에 마무리 못한 일기가 있다면 그것도 마무리하고, 잠시 30분정도 읽고 있는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두운 창밖이 어느새 옅은 하늘색으로, 옅은 라이트 그레이로 물들어 간답니다. 맑은 날이 될지, 구름 낀 날이 될지 알게 되지요. 이렇게 보내는 제 새벽 시간이 저에겐 선물같은 시간같이 느껴집니다. 작지만 의미있는 자기-돌봄이라 해도 되겠지요?
(2) 마음의 힘이 성장 중인 이미조 사회복지사
이재원 선생님께서 번역해서 공유해 주신 자기-돌봄 글을 읽으면서, 일에는 매우, 매우, 매우(!) 인색했던 예전 제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참 두렵고 무서웠어요. 그때는 내가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서 그런가 보다, 더 일을 배우면 달라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괴롭게 넘어갔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나에게 있었던 트라우마와 겹쳐져서 참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여러 모양으로 저 자신이 깨지면서 철이 들었고,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하고 돕는 사회복지사에게, 나 자신을 잘 아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 속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스스로 통찰하면서, 사람들과 좀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고자 애쓰는 마음이 듭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갑자기 욱하고 화가 올라오거나 답답한 기분이 들 때면, 밤에 고요한 가운데 그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고,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찾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몇 가지 욕구 단어 카드 중에서 빠지지 않고 ‘자기보호’ 카드를 선택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자기보호’가 일관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위로해 주고, 인정해 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쩌면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던지요. 제가 정말로 중요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숨기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자기 보호, 자기-돌봄 가치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장소(주로 가까운 공원)에서 책도 읽고 사색에 잠겨 보거나, 퇴근 후 차 안에서 잠시 머물며 하루 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방법으로 자기-돌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만 10분이라도 이 시간을 가지는 날과 그렇지 않는 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체감합니다.
(3) 남현수 사회복지사(포항시 통합사례관리사)
아침 날씨가 좋습니다. 저는 지금 일어나서 쌀을 씻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칙칙칙, 푸욱~ 백미쾌속으로 맞춰 둔 밥이 드디어 다 된 듯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가서 쌀을 씻고 압력 밥솥에게 맡겼을 뿐인데, 15분 만에 우리 세 식구가 먹을 일용할 양식이 짠! 하고 완성되었습니다.
동네에서 주민을 만날 때도 이렇게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짠~ 하고 결과가 나타나면 참말로 좋을 것 같습니다...만, 쉽지가 않습니다. 어떤 방향을 세우고 마음을 먹으면 정반대로 풀릴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고, 어려운 일이 계속 쌓이는 상황 자체가 현실 같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에서 이재원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에서 만난 한 마디가 생각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중에서, “연우 어머니는 연우 이야기 하고 싶어서 오시는 거야”라는 한 마디 대사 말입니다. 아이를 잃은 어미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는 표현이지요.
현실은 우리 마음 같지 않아도, 서로 간에 주고받는 따뜻한 말 한마디, 생각 한 끗 차이가 다시 일어나서 힘을 내어 살아갈 수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아침, 우리 가족에게는 제가 준비한 따뜻한 밥이 그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뜨끈한 밥으로 말을 하는 거죠.
이제 이 뜨끈한 밥 한 공기 먹으면서, 저는 다시 웃으면서 출근을 하고, 아내도 웃으면서 집안일을 돌보고, 아들도 밝게 웃으면서 등원할 수 있는 힘을 얻겠지요? 저와 전기밥솥이 합작한 뜨끈한 밥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에 떠오른 좋은 생각 그대로, 두서없이 몇 자 적었습니다.
(4) 한수지 사회복지사(당진북부사회복지관)
자정까지 이어진 술자리. 결국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 보통 때라면 시간을 간신히 맞춰서 출근했을 텐데, 이상하게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면 늦잠 잘 것이 분명했다. ‘그냥 밖으로 나가볼까?’ 그렇게 새벽 공기를 맡으며 달렸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와 시원한 새벽 공기가 썩 나쁘지 않았다.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달리기 거리도 3km에서 5km로 늘어났다. 퇴근이 늦어도 딱 30분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땀범벅이 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무게는 줄어들고, 머리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기분 좋은 달리기를 끊을 수 없었다.
힘든 달리기를 왜 끊을 수 없었을까? 달리면 숨이 정말 차오른다. 달리는 것 이외에 별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것 같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하루의 삶과 최근 일들이 정리되어간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던 일들도 냉정하게 조금씩 정리된다. 땀 흘리는 과정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부분이 된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 주말에 자주 다니는 등산도 비슷한 이치다. 숲을 거닐며 숲 내음에 취하면 머리도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뚫린다. 오롯이 나를 돌아보기 좋은 수단이 달리기와 등산이다.
달리기, 등산 그 무엇이 되었건 나를 돌아볼 수단 하나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를 돌아보기 위해 노력했었다.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나를 돌아볼 시간도 갖는다. 누구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 즐기며 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 자기를 돌보는데 활용해보면 좋겠다.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복지사 동료들께서는 대부분 ‘조직’ 안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인주의 문화가 많이 유입되었지만, 여전히 ‘조직’을 중시하는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지요. 그래서 자기-돌봄과 관련해서도 ‘조직’이 움직인다면 개인이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기-돌봄 활동을 실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컨대, 기관에서 자기-돌봄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제가 소개한 26가지 자기-돌봄 활동을 접하게 하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실행 플랜을 짜서 시도해 보도록 보조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활동을 시도해 본 복지관이 있습니다(사진 참조). 늘 ‘기본’을 강조해 온, 남원사회복지관(강정아 관장)에서는 ‘남사복의 자기돌봄 A~Z’ 라는 이름으로 동아리를 조직해서,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자기-돌봄 활동을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자신이 선호하는 자기-돌봄 활동을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플랜을 짠 후에 실제로 실행해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시도해 보는 자기-돌봄 활동도 즐겁고 재미있겠지만, ‘조직의 지원을 받으면서’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시도해 보는 자기-돌봄 활동은 더욱 즐겁고 재미있으며, ‘함께 한다’는 의미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사진: ‘남사복의 자기돌봄 A~Z’ 동아리 활동 중인 남원사회복지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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