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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파고 들어라?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7. 18. 07:00728x90반응형
아버지: (김밥집에서 시금치 다듬고 있다가) 아이고~ 우리 변호사 선생님 오셨습니까?
우영우: 아버지에게 문의할 게 있습니다.
아버지: 네, 하십시오.
우영우: 21세 남성 자폐인과 대화해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아버지: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우영우: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자폐인과 함께 사니까 잘 아실 것 같아 문의합니다.
아버지: 그러면 제가 대답하는 동안에 같이 시금치 다듬으실까요?
우영우: 아니요, 싫습니다.
아버지: 역시 자폐인과 사는 건 꽤...
우영우: 꽤?
아버지: (퉁명스럽게) 외롭습니다. 아빠 생각에는 이 세상에 너랑 나랑 둘 뿐인 거 같은데, 딸인 너는 아빠한테 전혀 관심이 없거든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땐 더.<플래시 백: 영우가 10살 무렵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집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아니, 무슨 선을 보고 무슨 장가를 가요, 영우가 있는데. 아니, 엄마가 키워주긴 뭘 키워줘. 허리 아파서 화장실도 겨우 간다며. 엄마 저요, 하루하루 이 악물고 버티면서 살아요. 도와주지 못하면서 엄마까지 왜 이래 진짜. 아유 씨.아버지: (전화 통화를 끝내고 거실로 걸어 나오며) 영우아, 뭐해? (레고를 밟는다) 어?! (쓰러진다)
아버지: 아우야~ 아~ (누운 채로 영우 쪽을 바라보며) 아빠 너무 아파, 호 해줘. 호 해줘. 잉~ 아빠 우네? 아빠 울어. 잉~
아버지: (영우는 관심이 없고, 아버지는 서글퍼져서 진짜로 운다) 영우는 그게 그렇게 재밌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레고를 바닥에 놓는 사람이 되려고 그래?
<다시 현재로>
아버지: (시금치를 다듬으며) 음, 뭐랄까... 아빠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느낌이 없다고 할까? 제 때 밥만 주면은 아빠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영우는 다 괜찮을 것 같다고나 할까?
우영우: 지금도 그렇습니까?
아버지: 아유~ 지금 훨씬 낫지. 대화가 되잖아! 영우는 레고를 바닥에 놓는 것도 좋아했지만 법을 참 좋아했어. 다행이었지, 그건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거니까.<플래시 백: 영우가 10살 무렵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골목에서 영우룰 찾으면서)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슈퍼 주인: (평상 위에 누워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자, 이거 까까. 너, 자꾸 울면 경찰 아저씨 부른다. 경찰 아저씨 오면 떼끼 이놈 한다.
아버지: (골목길에서 영우를 찾다가 두 사람을 발견한다) 영우야!
슈퍼 주인: 아 쬐끄만 게 어찌나 목적이 큰지, 내 귀청 나가는 줄 알았네.아버지: (단호하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우영우씨, 이 행동은 인근 소란에 해당합니다. 당장 뚝 하지 않으면, 경범죄 및 오복슈퍼 업무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
영우: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아버지 손을 잡고 나선다.)
아버지: 우리 집에 가서 경범죄 처벌법 읽자.
<다시 현재로>
아버지: 영우가 법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뭔가 좋아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걸 파고들어야지.
우영우: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파고 들어라, 아버지만의 방법이라기엔 너무 뻔한 거 아닙니까?
아버지: 야,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 빼려면 운동해, 대화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아휴~ 그러고 보면은 영우랑 사느라고 이 아빠도 참...
(영우, 이미 사라지고 없다.)아버지: 근데, 되게 오래 걸려. 노력한다고 바로바로 되고? 대화는 그런 게 아니거든.
요즘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 3화를 보다가 눈이 번쩍, 하고 뜨이는 장면을 보았다. 해결중심모델과 PCP(사람중심계획) 본질에 해당하는 원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장면 설명을 조금 하자면, 이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는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다. 그런데 현재 살인죄를 의심받고 있는 (ASD를 가지고 있는) 21세 청년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 이 클라이언트를 돕기 위해서는 사건 정황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하는데, 클라이언트의 장애 정도가 중해서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우영우 변호사는 (ASD를 가지고 있는 자신을 키운)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아버지는 우영우가 어릴 때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을 했는지를 들려 준다: 간단하다. 아버지는 영우가 좋아하는 법 이야기를 꺼냈다. 동네 슈퍼마켓 앞 평상에 누워 발버둥을 치고 있던 영우는 아버지가 법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조용해졌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경범죄 처벌법 책을 읽으러 '얌전히' 집으로 간다.
내가 처음으로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교육생이 던진 질문 중에서도 다음 두 가지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 "언어적인 소통이 어려운 내담자에게는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너무나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시종일관 저항하고 비자발적인 내담자에게는 어떻게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그래,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당시에는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사업가들을 가르치려면 이 두 가지 질문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왜냐하면 사회사업가들은 현장에서 주로 '저항하고 비자발적인 내담자'를 돕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노인을 포함해서 '언어적 소통이 어려운 내담자'를 돕는데, 이 두 질문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사업가 동료들에게 해결중심모델을 적용해 보자는 말을 자신감 있게는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현장에서 주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모델을 배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수년 동안 외국 서적을 포함해서 자폐성장애를 가진 사람을 해결중심적으로 돕는 방법과 관련된 자료나 사람중심계획(PCP: Person-Centered Planning) 관련 자료를 접하면서 나름대로는 공부를 해 왔는데, 아직 공부가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해법은 찾아낸 듯 하다. 그 중 하나가 사람은 '아무리 말을 못해도' '저항하고 비자발적인 성향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바'는 있게 마련이고, 그가 원하는 바를 그가 원하는 시간에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고 설득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는 단순한 원리다: "누구나 하고 싶지 않을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특정한 활동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게 방법이며, 그가 추구하고 관심있어 하는 대상을 먼저 알아보고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를 PCP 용어로 설명한다면, 우리는 '당사자를 위해서 중요한 것(사회복지사가 원하는 것)'과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당사자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을 시도해야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그가 원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중심 용어로 설명한다면, 우리가 '비자발적'이라고 꼬리표를 붙인 사람이 비자발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비자발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이전에, 그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의 시각과 관점으로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자문해 보시라. 그대는 왜 특정 행동을 하는가? 그걸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대는 왜 특정 행동을 하지 않는가? 그걸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언제 하고 싶지 않은 활동을 그래도 하게 되는가? 비록 그 활동 안에 그대가 원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다만 일부라도 그대가 원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 아닌가. 다시 말하자면, 그대가 싫어하는 요소를 견딜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부분적으로라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가 어릴 때 입에 쓴 약을 먹었던 이유는, 잠시 쓴 맛을 견디면 달디 단 사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비자발적이고 저항하는 사람이라도, 마음 속으로 원하는 바는 있을 터.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을 도울 때나, 비자발적이고 저항하는 사람을 도울 때나, 원리는 동일하다. 우영우 변호사 아버지 말이 맞다: "영우가 법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뭔가 좋아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걸 파고들어야지."
"근데, 되게 오래 걸려. 노력한다고 바로바로 되고? 대화는 그런 게 아니거든."
물론, 이렇게 한다고 순식간에 마법이 일어나진 않는다. 우영우 아버지 말처럼, '대화는, 소통은 노력한다고 바로바로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되게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하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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