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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해결중심 대화법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7. 22. 08:20728x90반응형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랑 아드님이랑 둘이 같이 왔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가족분들이 전부 다 우울증이에요.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엄마도 우울증이 있고 여동생도 우울증이고 본인도 우울증이에요. 거의 눈을 못 맞춰요. 눈을 못 맞추고 대답도 단답형으로만 대답을 하세요. 대화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이분이 뭐를 좋아하시는지 그게 궁금했어요. 제가 갑자기 이렇게 물어 봤어요?
_ 사회복지사: 혹시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_ 자활 참여자: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제 최근 거부터 물어보기 시작해서 점심 지나서 오후에 3시인가 만났거든요.
_ 사회복지사: 여기 오시기 전에 식사하셨어요?
_ 자활참여자: 네, 먹었어요.
_ 사회복지사: 그럼 선생님이 반찬은 뭐 드셨어요?
그랬더니 김치 종류를 주로 먹었다고 하시는데,
_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그러면 김치 종류가 많은데 (어제) 전날 저녁에는혹시 어떤 반찬을 드셨어요?
_ 자활참여자: 그때도 김치 좀 먹었어요.
_ 사회복지사: 주로 그런 김치를 많이 드신 것 같은데 김치를 좋아하시나요?
_ 자활참여자: 네, 자주 먹어요.
_ 사회복지사: 그럼 김치로 된 음식을 어머니가 많이 해주셔서 드시는 거예요,아니면 선생님이 좋아해서 어머니가 해 주시는 거예요?
_ 어머니: 아들이 김치를 좋아해요.
_ 사회복지사: 그러니까 선생님은 김치를 좋아하시나 봐요.
_ 자활참여자: 네, 김치를 좋아해요.
이러면서 이제 대화를 꼬리물기로, 말씀하신 답에 대해서 또 묻고 묻고 해서 질문을 조금 하다가 제가 듣고 싶은 내용을 뽑아낼 때가 있어요.
(이 분이) 두 번째 오셨는데, 근데 처음에 왔을 때는 우울증으로 유예 신청을 했다가 나중에 다시 오셨는데, 사업단 내에서도 이분이 일을 하실 때 말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시다 보니까 많이 어려워서. 제가 자주 가서 이제 물어봐드렸어요. 어떠시냐고요. 그런데 이 분이 네... 라고 단답형으로 계속 얘기시는데, 한 번이라도 조금 표정이 밝아 보인다거나 스타일이 바뀌었다거나 이럴 때, 선생님 되게 멋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 드리니까 조금씩 밝아지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분이 힘들어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여러 명이 같이 일하는 거는 괜찮은데 자기한테 와서 계속 말을 걸거나 뭔가 그런 거가 힘들대요. (사람들이)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대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업단 담당자하고 얘기해서 그런 거에 대해서 조금 사람들이 와서 너무 관심을 저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같이 있는 건 좋다고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어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이제 제가 인사하면 "안녕하세요?" 라고 답해 주시고, (제가) "식사하셨어요?" 라고 말하면, "팀장님도 식사하셨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도 하고, 조금 밝아지시더라고요.
아무튼 그런 식으로 대화를 시도해서, 조금 더 밝아진 케이스가 있었고요. 말을 꼬리에 꼬리 잡고 대화하는 거는 단답형으로 얘기하시는 분들한테는 되게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이재원 피드백) 이분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어쨌든 그런 틈을 찾아내서 하여튼 사람이 송장이 아닌데 싫어하는 것만 있지는 않죠. 어떤 식으로든 틈을 발견해 가지고 그 틈을 밀고 들어가서. 김치 좋아하는 거 얘기하면 김치만 좋아하겠습니까? 밥도 좋아하고 멸치 조각도 좋아할 수 있죠. 이렇게 늘려나가시는 거잖아요. 조금씩 조금씩 그러니까 뚝을 무너뜨리듯이.
자기는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었다고 했던 분한테도, 이제 하나씩 하나 질문하다가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좀 하고 싶어가지고
_ 사회복지사: 선생님 혹시 자활을 참여하지 않으셨다고 그러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여쭤봤는데 이분도 되게 우울증이 좀 심하신 분이었거든요.)
_ 자활참여자: 저는 하고 싶은 게 현재 없어요.
_ 사회복지사: 진짜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 저랑 같이 앉아 있으신데,제가 볼 때는 선생님이 옷을 되게 컬러풀하게 입고 오셨어요.
선생님 저하고 선생님 봤을 때 옷도 색깔이 많이 차이가 나는데
제 옷은 어떤 것 같아요?
_ 자활참여자: 그냥 선생님한테 색깔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조금 밝았으면 좋겠어요.
_ 사회복지사: 그렇죠, 제가 이런 거 잘 못 골라서. 선생님 보니까 되게 밝은 색을 입으셨는데잘 어울리시네요. 혹시 이런 거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에요?
누가 알려 줬나요? 본인이 선택하신 거에요?
_ 자활참여자: TV에 나오는 거를 보고서 제가 따라 해요.
_ 사회복지사: TV에서는 주로 뭘 보세요?
_ 자활참여자: 아이돌들 나와서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좋아해요.
_ 사회복지사: 그러면 누구누구를 좋아하세요? 저는 잘 몰라서요. 좀 알려주세요.
이렇게 여쭈었더니, 가수 이름을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냐, 그 노래도 할 줄 아냐, 이러면서 이제 흥미 갖는 부분에 있어서 얘기를 하다니까, 이분이 노래를 잘 못하는데요, 라고 하시기에, 근데 저는 노래 박수 치는 거 되게 좋아한다고, 춤도 잘 춘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이분이 노래) 앞부분을 좀 부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냐 그러면 이 색깔이 그 가수가 입었던 색깔이냐 물었더니, 그렇대요. 그럼 선생님은 옷 입고 이런 거 좋아하냐 관심 있냐, 물었더니
_ 자활참여자: 저는 잘 몰랐는데 제가 좋아하나 봐요
_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색깔도 밝은 색깔 좋아하시고, 아이돌에 관심 있고,옷 입는 거 꾸미는 거에 관심이 있으시네요.
이러면서 이제 나중에 손톱 꾸미는 네일 아트 쪽으로 이제 얘기가 갔어요. 그래서 이제 그쪽으로 나중에 기회 되면 직업 훈련 받아보자, 까지 얘기가 됐어요.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끌고 나가다 보니까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위 대화록은 한국자활연수원 의뢰를 받아서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준비하고 있는 동영상 강의 준비차 현장 전문가 인터뷰 내용 중에서, 경기성남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고 계시는 최현옥 팀장님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헌데,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은 너무나도 우울해서 눈맞춤도 잘 안되고 질문을 해도 단답형 답변으로 일관하는 자활 참여자를 만났을 때 잘 통하는 방법이라고 말씀해 주신 대화법이, 바로 내가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칠 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대화법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품고 있는 커다란 오해 중 하나는, 기적질문이나 척도질문 같은 잘 알려진 해결중심질문을 구사하면 내담자가 술술술 답변을 할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질문 하나 던졌다고 해서 내담자가 술술술 답변하는 기적 같은 일은 실제로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결중심 질문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간판 질문 자체에 힘이 있다기보다는, 질문 너머에 있는, '어떻게 해서든지 답변을 듣겠다는, 아주 조그만 틈새라도 비집고 들어가서 정중하면서도 강렬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결중심 질문은 절대로 '외워서' 하는 게 아니다. 번역투로 되어 있는 대단히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간판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도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기적질문' 같은 간판 질문은 그저 따고 들어가는 문에 불과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펼쳐지는 내담자 마음 속 공간에서 그대의 시선이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거닐면서 (이곳 저곳을 탐색하면서),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면 된다. 대화 내용이 '내담자가 원하는 바'에 주로 머물기만 하면 된다. 삼천포로 빠졌다가도 정신을 잃지 않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정중하면서도 강렬한 호기심'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 두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라. 해결중심 대화는 언제, 어디서나, 시종일관,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 집중한다. 원하는 바 안에, 결과적으로는 내담자의 강점, 자원, 경험, 기술이 모두 들어 있다. 둘째, (전체적인 대화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내담자가 바로 좀 전에 이야기 한 내용 중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조각을 잡고 들어가서 물어본다. 예컨대, (최현옥 팀장님께서 보여 주신 것처럼) 내담자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김치 중에서도 어떤 김치를 좋아하는지'를 묻는다. 내담자가 'TV 시청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어떤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를 묻는다.
만약, 그대가 이런 방식을 어렵다고 느낀다면,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그대는 내담자와 내담자의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궁금하지 않다. 내담자보다는, 그대가 채워야 할 서류 항목,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야 하는 내용, 그러니까 '그대에게 중요한 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그대는 평소 가까운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방법을 까맣게 잊고 있다. 곰곰 생각해 보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궁금하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한다. 사랑하는 연인, 가족... 특히 자녀! 물어도 물어도 끝없이 궁금하다. 그래서 질문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랑, 어떻게 놀았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또 놀고 싶은지, 등등. 사적인 관계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묻는 방식을 너무나도 잘 구현하고 있으면서, 일에서는 응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정중하면서도 강렬한 호기심은 거대한 둑도 무너뜨린다. 지독하게 우울한 사람이 굳게 닫아 놓은 마음 문도, 결국 연다. 네, 아니오, 로만 답하는 사람 마음 문도 연다. 어쨌든 나와 대면해서 대화를 시작한 사람은, 겉으로는 비자발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인 셈이다. 그러니 지레 겁을 먹지 말라. 상대방 얼굴 표정이 아무리 어두워 보인다고 해도 그대까지 어두워질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대신, 아주 작아서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겨 버릴 것 같은, 작은 틈을 찾으라.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안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정중하지만 강렬한 호기심'으로 좁은 틈을 벌리시라.
견고한 성처럼 보이는 둑을 무너뜨리시라.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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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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