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양파를 콧구녕에 쑤셔 넣고 싶은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7. 20. 16:14
    728x90
    반응형

    평소 존경하는 A 사회사업가 동료께서 문득 톡 메시지를 주셨다.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 지역에서 공공 사례관리사로 일하시는 재야의 고수. 어째서 그리도 화가 나셨는지, 이렇게 메시지를 주셨다:

    A 사회사업가: "오늘 무례하다고 생각되는 사회복지사를 만났더니, 하루 종일 기분이 아주 별로네요. 오랫만에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세운 완벽한 계획에 안 따라와 주는 대상자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라는 말요. 너무 오랜만이예요."

    어떤 상황이냐고 여쭈었더니 설명을 이어서 해 주셨다:

    A 사회사업가: "어느 기관에서 일하시는 B 사회복지사라는 분이 전화를 주셨어요. 사무실로 전화가 왔는데, 어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아버지와 삼남매가 살아요. 그런데 이 아버지는 1, 2년 전에 부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상실감을 크게 느끼고 계신 분이세요. 아이들 중에서 막내는 발달 장애가 있고요."

    나: "그런데 왜 B 사회복지사가 선생님에게 연락을 주신 건가요?"

    A 사회사업가: "그러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를 쭉 듣고 나니까, 본인이 이 가족을 만나면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까 이 가족 사정을 그나마 아는 저에게 전화해서 풀려고 한 것 같더라구요."

    나: "왜 화가 났대요?"

    A 사회사업가: "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보실 여력이 많이 없으니,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요. 그 사회복지사는 아버지가 돌볼 능력이 없으면 아이들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말을 들으니까, 제가 화가 나더라구요. 저에게 무례한 건 둘째고, 그동안 당사자에게 얼마나 무례하게 말해 왔을지 충분히 상상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부인 사망 후에 너무 힘들어서 공황장애 증상, 강박증도 왔고, 자살시도도 여러 번 하신 분이예요. 그래도 이제 좀 마음을 추스리시면서 힘들어도 일을 열심히 하시면서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시는데, 그 사회복지사가 아버지와 상의도 하지 않고, 아이들이 발달이 늦고 충동 조절도 잘 되지 않으니까, 그냥 장애인 학교로 전학시키는 계획을 세운 거죠. 자기는 이걸 '완벽한 계획'이라고 말하는데... 이 무례한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어요. 콧구녕에 양파를 쑤셔 넣고 싶을 정도로요."

    나: "정말 무례한 분이시군요."

    A 사회사업가: "전요, 이 아버지가 지금 상황에서 버텨 주고 계신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로 마음이 힘드신 상황에서도 내 새끼 키워 줄 사람이 없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간신히 버티고 계시거든요. 이 분도 아이 발달 지연을 인정하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거 알고 계세요. 그런데 아이들 건사하려면 일도 해야 하고 바쁜데, 한 달에 한 두 번만 쉬시는 분에게 사회복지사가 짠 완벽한 계획을 들이밀면서 강요하면 어떡해요."

    나: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 같아요. 특히, 경험이 적으면요."

    A 사회사업가: "솔직히, 저도 예전에 처음 사례관리 시작했을 때만 해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짠 완벽한 계획에 주민 분들이 좇아오지 못하시는 걸 보면서 답답해 했어요. 하지만 내가 무슨 여유가 있어야 통찰력 있게 상황을,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이 아버지에겐 언제나 바로 눈 앞에 닥친 하루살이가 녹록치 않은 거죠. 우리가 돕는 분들은 위기 상황에 처해 계시는데, 왜 나처럼 하지 못하느냐, 라고 답답해 하고 화를 내면 안되는 거죠."


    존경하는 A 사회사업가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무례하다'는 말 뜻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당신은 우리 도움을 받으니까 당연히 내 계획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그 분들이 도대체 왜 내 계획에 따라야 하는가? 저기 잘 살고 계시는 분께서 도대체 왜 억지로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끌려와야 하는가? 어쩌면 내가 이렇게 무례하게 그 분을 대하니까 그 분도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시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 강점은, '이렇게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현재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고 있는 힘'이다. 우리는 '자립'을 모든 사람들이 따라야 할 목표처럼 생각하지만, 어떤 분들은 '자립'이 어렵다. 보통 사람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그 분들에게는 벽, 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자립' 목표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이를 유연하게, 사람을 봐 가면서 적용해야 하는데, 무조건 정해 놓고 끼워 맞추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말이다.

    '내가 돕는 분에게서 강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시는 동료들이 꽤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강점을 찾아야 하는가?' 간단하다. 그대가 생각하는 강점 목록을 싹 다 지우고, 그 분 눈으로 다시 목록을 작성하라. 그대 눈높이를 그 분께서 처한 상황에 맞춰서 확 낮추라. 그 분께서 영원히 그 낮은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으실 테지만, 지금 어려운 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내 눈높이를 낮추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나도, 약 백만년 쯤 전에(?), 쓰레기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살아 본 적이 있다. 분노 때문에 몇 달씩 잠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몇 달을 살았다. 그때 나로 돌아가서 생각한다면, 하루 한 끼라도 제대로 챙겨 먹고, 어디 크게 아픈 곳 없이, 크게 돈 들어갈 데 없이 하루를 보낸다면 그게 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느낄 것 같다. 살아 있다는 게 어딘가. 그때 살아 남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존재한다.

     

    글쎄... 위 이야기에 나오는 B 사회사업가도 왠지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 너무 잘 돕고 싶어서, 진짜 좋은 계획을 짜 드리고 싶어서 저렇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완벽한 계획' 운운하는 말은 분명히 '무례한 언어'다. 대단히 좁은 시야 속에서 자기 위주로 생각한 결과물에 '완벽한 계획'이라는 말을 붙이다니... 섬뜩한 일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 정중한 태도가 없으면 누구나 이렇게 무례한 사회사업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최소한, 무례한 사회사업가가 되지는 말자.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