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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부장님께서 자연스럽게 기적질문을 보여 주시다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7. 11. 12:21728x90반응형
처음에는 나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자주 복지관 동료들과 계약을 맺고 8회기에 걸쳐서 해결중심상담 교육을 실시한다. 대개는 팀장 직급에 계시는 분이 팀원분들과 함께 교육을 들으신다. 그래서 나도 마음 편하게 가르친다. 그런데 대구 황금복지관 클래스에는 부장님(이상열 사회사업가)께서 함께 해 주고 계신다...고 쓰고 부담감이라고 되뇌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 하자면, 내 교육에서는 교육생들에게 상담 기술을 해 보라고 시키는, 다소 부담스러운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님께서 들어오셨다면, 일단 시키기도 부담스럽고 평가를 하기는 더욱 부담스러워진다. 잘 하시면 문제가 그나마 적은데... 잘 못하신다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부장님께서 내 클래스에 함께 들어와 주신 일이,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부장님께서 뛰어난 원조 전문가이심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르치려고 애쓰는 '정중한 호기심'을 상담 연습 과정에서 거의 완벽하게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이다. 역시! 학생이 잘 해야 (결과적으로) 선생 능력이 증명된다. 부장님께서 내 주신 과제물을 찬찬히 읽으면서, 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지는 않았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부장님 과제를 세상에 보이기로(말하자면 자랑하기로) 결심했다. 말이 필요 없다. 아래 대화록을 읽어 보시라. (내가 붙인 해설을 함께 읽으면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상담자: 이상열(황금복지관 사회사업가, 부장)
내담자: 이병우(남, 초등학교 5학년)
이상열: 병우야, 병우는 여행을 좋아해?
이병우: 응, 좋아해.
(이재원 피드백)
처음부터 상담자가 얼마나 정중한 태도를 가지고 질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담자는 여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터인데, 구체적인 계획을 물어보기 전에 내담자가 여행 자체를 좋아하는지 여부를 물어보고 있다. 대화 중에 그대가 상대에게 하늘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상대가 하늘에 관심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물어본 후에, 하늘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다면,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상열: 그래, 병우 표정을 보니까,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면 병우는 여행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
이병우: 여행은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
(이재원 피드백)
상담은 대화인데, 대화는 대화 내용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분위기나 태도가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하다. 위 대화 내용을 읽어 보면, 상담자는 내담자가 보이는 작은 반응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쏟고 있다. 위 대화에서는 아마도 내담자가 밝은 표정(예컨대 웃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짓는 표졍을 놓치지 않고 상담을 이어가는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보이는 반응(몸 자세, 얼굴 표정, 제스쳐 등)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느껴야 한다.
이상열: 또 어떤 느낌이 들어?
이병우: 어... 즐거워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 그래서 유투버들이 여행 갔다온 이야기 재밌게 봐.
(이재원 피드백)
긍정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테크닉은 '또 있나요?' 질문이다. 위 대화록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여행을 생각하면서 마음 속에 떠올리는 느낌 한 가지(설렘)을 들었지만, 쉽게 만족하지 않고 긍정적인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또 물어본다. 내담자가 내놓은 긍정적인 답변(여행을 생각하면 설렌다)을 확장하기 위해서. 그랬더니, 역시나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해결중심적인 대화를 나눌 때 가장 필요한 태도가 바로 이렇게 부드럽지만 끈질긴 태도!) 지금 상담자는 내담자와 더불어서 여행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대화 결과) 내담자는 여행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상담이 술술술 잘 진행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상열: 그래, 그런데 누나가 고3이라서 이번 여름에 가족들이 같이 여행을 못가게 되어 너무 아쉽고 섭섭하겠네. 혹시 여행을 못 가서 어떤 기분이 들어?
이병우: 음... 이해할 수는 있는데 그래도 좀 많이 아쉬워.
(이재원 피드백)
지금 상담자는 겉으로 오고 가고 있는 대화 너머에 존재하는, 내담자가 품은 감정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감지하고 있다(아마도 내담자가 아들이기 때문에, 즉 깊은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하겠지만). 상담자는 대화 중에, 내담자가 늘 가던 여름 여행을 올해도 기대하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내담자 반응을 보면 사실이다). 그래서 내담자가 (이번에는 가지 못하는) 여름여행에 대해서 느끼고 있을 실망감과 아쉬움을 터치해 주고 있다.
이상열: 그래 병우가 정말 섭섭할 것 같아. 그런데 만약에 말이야. 상황이 달라져서 여름에 우리 가족이 같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병우는 어떤 여행을 가고 싶어?
(이재원 피드백)
대화 방향에서 중요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대목이다. 상담자는 (여행을 좋아하는) 내담자에게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지 묻는다. 현재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내담자는 매년 여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내담자에게 여행은 설레는 경험이며, 즐거워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은 활동이다. 요컨대, 내담자에게 여행은 '하고 싶은 활동'이다. 그런데 현재 내담자는 (여름)여행을 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누나가 3학 수험생이다). 따라서 내담자에게 (여름) 여행은 '많이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비현실적인) 바람'이다. 그런데 상담자는 내담자가 원하는 여행에 대한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싶다. 그래서 상담자는 '그런데 만약에 말이야, 상황이 달라져서 여름에 우리 가족이 같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라는 말을 도입함으로써, 내담자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비현실성)'을 제거한다. 이렇게 되면, 내담자는 '원하는 것은 있지만 비현실성 때문에 이야기 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자, 주목하시라! 그대는 조금 전에 '기적질문'이 무엇인지를 배운 셈이다. 기적질문은 책에 나오는 '대단히 괴상한' 질문이 아니다: "오늘 집에 가셔서 피곤해져서 주무시는데, 원하시는 바가 모두 이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주무시는 동안에 일어나서 기적이 일어난지 모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아침에 깨어나서 제일 먼저 뭘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까요?" 이 기적질문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위 사례에서 상담자가 구사한 질문('그런데 말이야, 상황이 달라져서 여름에 우리 가족이 같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병우는 어떤 여행을 가고 싶어?')과 비교해 보라. '원하는 것은 있지만 비현실성 때문에 말하지 못하던 바를 이야기 하도록 돕는다'는 기본 논리와 취지는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위 사례에서 상담자는 '기적질문'을 던진 셈이다. 외적인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기본 논리가 완벽하게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병우: 우리 여행가?
이상열: 음. 이번 여름에는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아빠는 지금 병우랑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병우가 정말 원하는 여행이 어떤 여행인지 알고 싶은 거야.
이병우: 아... 그러니까 혹시 다음에 여행을 가면 어떻게 갈지 이야기 해 보는 거야?
이상열: 그렇지. 그런 거지.
(이재원 피드백)
내담자는 약간 혼란스러워한다. 상담자(아빠)가 이렇게까지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비현실적으로 여기던 여름 여행을 갈 수도 있다는 건가?'라고 생각한 듯 싶다. 상담자는 (안타까웠겠지만) 비현실성을 확인해 주면서, 그러나 질문을 던진 취지를 솔직하게 나누면서 여전히 호기심을 놓치지 않는다. 다행히, 내담자는 상담자가 한 말을 빠르게 이해하고, 이 가상적인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병우: 음. 일단 가족이 다 같이 가면 좋겠어.
이상열: 아하, 병우에게 가장 중요한 여행의 조건은 누구랑 가는 거구나?
이병우: 맞아. 가족이 다 같이 가야 좋아. 한 명도 안 빠지고.
(이재원 피드백)
똘똘한 내담자에, 명석한 상담자다. 상담자는 위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이 내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채고, 이 부분을 확인한다. 내담자가 보기에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는, '누구랑 가느냐?' 이고, 여름 여행을 함께 가고 싶은 대상은 '(사랑하는) 가족'이다. 이 지점에서는 '모든 가족이, 한 명도 안 빠지고, 함께 가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상열: 그래, 그럼 병우의 여행을 즐겁게 하는 게 또 어떤 게 있을까?
이병우: 음... 어려운데...
이상열: 예를 들면 누구랑 갈지,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뭘 먹을지, 어디에서 잘지... 뭐 그런거 있잖아.
(이재원 피드백)
사실, 이 대화록에 등장하는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가 일반적이었다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가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물어봐야 한다. '모두 함께 가는 것이 내담자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 깊이 파고 들어서 상세하게 물어보고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부자지간)이므로, 상담자는 더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내담자가 원하는 여행에 대해서 좀 더 물어 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내담자가 답변을 어려워 한다. 아마도 내담자는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 봤으리라. 혹은 받아 봤더라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답변을 요청받지는 않았으리라. 아무튼, 상담자는 내담자가 답변을 조금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러나 지나치게 개입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
이병우: 음.. 나는 가족이랑 같이 가고 싶고, 그 다음 숙소가 중요해. 특히 깨끗한 화장실. 하하하하하(같이 웃음) 그리고 다른 건 그때 그때 다른 것 같아.
이상열: 그렇구나. 병우에게 여행에서 중요한 건 누구랑 갈건지, 어디서 묵을건지가 우선 중요하구나.
이병우: 맞어.
(이재원 피드백)
(여름)여행 계획에서 (내담자에게) 중요한 두 가지 가치가 도출되었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 그리고 '어디에서 묵느냐(특히,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한가).' 해결중심 질문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명제: "해결중심 질문은 주로 미래를 묻지만, 내담자가 미래에 대한 질문에 관해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거가 소환된다." 여기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내담자의 과거가 소환된다: (1) 내담자는 가족 여행을 자주 다녔다(내담자는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에 기꺼이 동참하고 즐거워한다). (2) 그 중에 화장실이 더러운 경우가 있었다. (3) 열악한(?) 화장실을 경험하면서 내담자는 '청결한 화장실'이 여행 만족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 내담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담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할 정도로 상담자를 신뢰한다.
이상열: 그러면 병우야, 다시 물어 볼게. 이번 여름은 아니지만, 누나의 시험이 끝나서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디를 가고 싶어?
이병우: 제주도.
(이재원 피드백)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해서 '강렬한 호기심'을 쉽사리 거두지 않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좋아하는 (여름) 여행에 대해서 조금 더 묻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고 싶은가' 질문을 추가적으로 구사한다. 내담자에게 '어디로'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상담자는 조금 더 나아간다. 해결중심 질문에서는 '구체적으로 묻기'가 '긍정적인 내용으로 묻기'보다 좀 더 중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묻기에만 신경쓰다 보면,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내담자 마음을 놓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렇게 꼬치꼬치 물을 때는 말을 정중하게 구사하는 일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가 내담자에게(내담자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 호기심을 발동시킬 때는 '정중한 태도'가 있어야 쉽고 편하게 질문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상열: 아... 제주도. 제주도는 한 번 다녀왔잖아. 다시 제주도를 가면 뭘 하고 싶어?
이병우: 바닷가 예쁜 까페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싶어.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가족들이랑 바다에 돌을 던지고 싶어.
(이재원 피드백)
내담자가 답변한 내용을 주의 깊게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라. 내담자가 원하는 상황에 대한 그림이 마음 속에 그려지는가? 그렇다. 내담자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 시각 면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내담자가 이렇게 마음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상황은 무엇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걸까? 내담자는 가족과 함께 본인이 말한 그림처럼 해 본 적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이토록 빨리, 이토록 자세하게 언급할 수 있다. (역시, "해결중심 질문은 주로 미래를 묻지만, 내담자가 미래에 대한 질문에 관해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거가 소환된다.")
이상열: 아, 바다를 좋아하는구나. 병우는 바다가 왜 좋아?
이병우: 그냥 좋은데. 바닷가 가면 파도를 보는 게 좋아. 파도가 와서 팍~하고 (이상열 : 부서지는거?) 응! 파도가 팍 부서지는 모습이 너무 좋아. 통쾌해.
(이재원 피드백)
상담자는 계속해서 호기심을 나타내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방금 전에 답변한 내용("바닷가 예쁜 까페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싶어.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가족들이랑 바다에 돌을 던지고 싶어.")에서 '바다'라는 공통 요소에 집중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본다. 그러자 내담자는 왜 바다를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바다가 좋은지 비교적 상세하게 답변한다.
이상열: 그렇구나 병우가 파도 부서지는 걸 좋아하는 구나. 또 바다를 보면 뭐가 좋아?
이병우: 응... 파도가 부서지고 뒤에 더 큰 파도가 밀려오는걸 기다리는 게 좋아.
이상열: 병우는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부서지는 걸 보면 기분이 통쾌해져서 좋은 거구나. 알았어.
(이재원 피드백)
상담자는 '또 ...?' 질문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또 ...?' 질문은 내담자에게 어떤 답변을 들었는데, 그 답변에 머물면서 좀 더 풍부하게 확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상열: 그러면 돌을 던지고 싶다고 했잖아. 돌던지는 게 좋아?
이병우: 응, 좋아. 저번에 경주갔을 때 바닷가에서 같이 돌 던졌잖아. 그때 너무 좋았어.
이상열: 돌을 던지는게 재미있었어?
이병우: 재미있었어. 음... 가족들이 서로 멀리 던지려고 시합하는게 좋았어.
이상열: 음... 가족들이랑 같이 막 집중해서 뭘 하는 게 좋았던 거구나. 병우는 가족들이랑 같이 뭔가를 하는 게 좋은가 봐. 그래서 돌던지기도 하고 싶고.
이병우: 응. 또 하고 싶어.
(이재원 피드백)
이 대목에서는 상담자가 정중한 태도로 차근차근 질문해 나가는 기세를 잘 느낄 수 있다. 본 대화록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특변한 관계(부자지간)이지만, 이를 일반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우리가 가족이 아닌 내담자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그와 깊은 신뢰 관계를 맺고 있다면, 이 신뢰 관계 바탕 위에서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내담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상열: 알았어. 그러면 다음에 누나 시험치고 우리 가족여행을 가게 되면 혹시 병우가 우리 가족의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이병우: 아니,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이상열: 다 세우라는 건 아니고 혹시 병우가 체험이나 장소, 음식 같은 걸 추천할 수는 있잖아. 유투브에서 본것도 좋고,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도 좋고. 어때?
이병우: 한 두 가지 정도는 해 볼게.
(이재원 피드백)
이 지점에서, 상담자는 (아빠로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지금까지 내담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여름) 여행에 대해서 물어 보았는데,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 계획을 내담자에게 짜 보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담자는 여행 계획을 짜 보라는 상담자 요청을 다소 부담스럽게 느낀다. 하지만 상담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단히 해결중심적으로 질문을 이어 나간다: 부담스러운 목표는 잘게 쪼개고 작게 설정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예컨대 3박 4일 여행 계획을 전부 짜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도, 혹은 아주 세부적으로는 아니라도, (상담자 말처럼) 하고 싶은 바, 원하는 바를 제언할 수는 있다. 그러자 내담자는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수용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상담자가 보여준 유연한 해결중심 방식을 예컨대 복지관 사회사업가가 사례관리를 할 때 내담자와 개입 목표를 합의하는 과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내담자는 너무 부담스러운 목표를 실행하지 못한다(않는다). 하지만 목표를 쪼개고 부담스럽지 않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략)
이상열: 병우야, 아빠랑 여행 이야기 했는데 이야기하면서 어땠어?
이병우: 재밌어. 기분이 좋았어. 약간, 학교 선생님과 상담할 때 느낌도 났어.
이상열: 그랬구나. 아빠랑 앞으로 이런 대화 종종 나누자. 이야기 나눠 줘서 고마워.
(이재원 피드백)
'분명히' 내담자는 위 대화를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왜 그랬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세 가지 때문에 그랬다: (1) 본인이 원하는 바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할 기회였다. (2) 상담자는 내담자를 대단히 정중하게 대했다. 상담자는 대화 내용과는 별도로 내담자가 대화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를 유심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내담자 태도에 민감하게(정중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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