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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만 바꾸면 되지 않냐?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7. 26. 13:55728x90반응형
김태원: "뭐, 늘 힘들었지만, 더 힘든 그런 상황에서 보컬을 구하러 다닙니다. 근데, 마침 대학로에 조명 기사 하시는 박순규 씨라고 있었어요. 공연을 하면 늘 같이 술을 마시고 했는데, 그 분의 동생이 노래를 한다고 해서 만나보자 해서 대학로에서 만난 분이 박완규 씨입니다.
이 박완규 씨가 박승규 씨의 추천으로 (불려)와서 '블랙 독'을 부릅니다. 그걸 보고 제 입이 벌어집니다. 로버트 플랜트보다 잘 부릅니다. 로버트 플랜트보다 잘 부를 수는 없지. 그 그 사람 노래인데. 하지만 그렇게 느꼈다는 거죠. 로버트 플랜트는 파워가 달리는데, 이 친구는 파워까지 겸비한 거죠. 근데 그 다음에 바로 '사랑할수록'을 부르게 했는데, 아예 아마추어보다는 노래를 못 하는 거야.
그래서 아, 가요는 안되는구나. 팝만 되는구나. 하지만, 그가 부른 '블랙 독'을 잊지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아니 그렇다면 저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나를 바꾸면 되지 않나? 어? 나만 바꾸면 되지 않냐? 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낚시터를 가기 시작합니다. 비오는 날 밤에. 그래야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면 그 비가 그냥 떨어지는데 요만한 모자 쓰고... 우산을 모자처럼 딱 쓰고 찌를 바라보면, 뭐 비가 오니까 보이지도 않지. 고기를 잡는 게 목적이 아니죠. 음률을 잡는 거죠. 거기서 '론니 나잇(Lonely Night'을 발견합니다.
원래 제목은 '레이니 나잇(Rainy Night)'이었는데, 사장님이 비오는 날만 튼다, 그러셔서 바로 제가 '론니 나잇'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요? '레이니 나잇'을 꼭 주장하는 거야? 아니에요. 그냥 뭐 론니 나잇이면 어떻고, 레이니 나잇이면 어떻습니까? 어쨌든, 여러분은 '레이니 나잇'을 들으실 뻔 했습니다.
'론니 나잇'의 원곡은 이번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온 버전처럼, 굉장히 슬픈 노래입니다. 굉장히 슬픈 노래예요. 사실은. '론니 나잇' 노래를 만들고 템포를 바꾸고 편곡을 가미했을 때, 슬픈 노래가 마치 그 억화심정이라든가, 너무 외로워서 신경질 나는, 너무 외로워서 신경질 나는. 캬~! 이 표현 죽이지 않아요? 그렇게 바꾼 겁니다.
왜냐하면 박원규가 늘 신경질을 냈거든. 방송국 가도 신경질, 국장이 내려와서 자네 이거 머리 좀 정리하게, 말했더니, 나한테 조용히 와서, '형, 부활 안 하겠습니다' 이러고 가. 멱살을 잡을 수도 없고, 묶어놓을 수도 없고, 망나니도 그런 망나니가 없어. 그렇게 중간에서 브로커가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PD님, 저 친구가요 장애가 좀 있어 가지고... 노래 외에는 하는 게 없습니다. 네, 생각은 굉장히 착해요. 근데 표현을 못 해요." 지금 사람 됐지. (그래서 그 곡이 느린 곡이었는데?) 느린 곡이었는데, 편곡의 완성이죠. 캬~ 그 브라스. 록 그룹에 브라스? 그 스타카토들이 아주 기가 막히잖아요 거의 안 들릴 정도 길이. 좋았어요."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 두었는데, 한참 비눗물을 몸에 뭍히고 있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김태원 클라쓰' 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록 그룹 부활에서 리더를 맡고 계신 김태원 씨께서 보컬 박완규 씨를 만나게 된 사연을 들었는데, 이 내용이 너~무~나~도~ '해결중심적'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해결중심모델은 '강점 등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강점 등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걸까? 이 모델을 만든 공동 개발자 6인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방식'보다 '언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그때 내담자가 가진 강점과 자원은 어떻게 발휘되는가에 알아내려고 시도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좀 더 옳다'가 아니라, '좀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들이 함께 세운 상담소에서 접한 임상 경험이 그랬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에서는 '강점/자원 등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보다, '무엇이, 어떤 접근법이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가 개선되는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한 마디로 해결중심모델을 개발한 사람들이 중시한 요소는 '강점(당위)'보다는 '실용성(효과)'였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을 진정으로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강점/긍정적인 부분'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정리한 해결중심 원리가 바로 '통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시도한다(If it doesn't work, do something else)'이다.
김태원 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태원 씨는 박완규라는 걸출한 보컬을 만났지만, 박완규가 가진 음색/창법이 부활이 추구하고 있던 음악 방향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박완규의 음색/창법에 워낙 독보적인 강점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다시 그를 찾는다. 그리고 자기가 고집해 오던 음악적 관점과 부활 음악 색깔을 '처음으로' 바꾼다. 보컬을 부활 음악에 가져다가 맞추는 게 아니라, 부활 음악이 보컬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한 셈. 이를 해결중심모델에 빗대서 말하자면, '내담자를 상담자가 추구하는 방향에 가져다가 맞추는 게 아니라,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다가서야' 한다.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현장에서 당사자를 만나면 강점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없는 경우가 많음. 예를 들어 현재 만나고 있는 당사자의 경우 불면증으로 오전에는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나 활동하고 있음. 안부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불면증으로 휴대폰을 꺼놓는 경우가 많음. 또, 돈이 없어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정지가 반복되고 있음. 그렇다 보니 전화 안부확인이 안 돼 이틀에 한 번씩 당사자 집에 방문하나 매일같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임. 과연~ 이 당사자는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위 내용은, 내가 어떤 곳에서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칠 때, 어떤 동료께서 자문을 요청하신 내용이다. 이 짧은 글을 읽고, '아~ 안타깝게도 이 동료분께서는 말을 마차 뒤에 매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료께서는 내담자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를 쓰고 계신다. '비협조적이고, 매일같이 신경질적인 말투를 보이는' 내담자에게 찾아가고 연락을 이어가고 계신다. 그런데 행간을 잘 들여다 보면, 이 동료께서는 '강점관점으로(해결중심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당위로 마음 속에 품고 계시지만, '왜 강점관점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다. 만약, 내가 강점관점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모든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면(실용적이지 않다면)? 강점관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용적이지 않은데. 내가 사용하던 방법에 그 어떤 고귀한 가치가 있더라도 효과가 없는 방법을 계속 사용하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김태원 씨가 박완규 씨를 만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태원 씨는 상업적인 대중 음악을 하는 밴드 리더다. 대중 음악은 그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음악에 대해서 어떤 철학과 관점, 고집을 가지고 있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중은 직접 대중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대중 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 절대적 권위를 소유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대중이 좋아해 주지 않는 대중 음악은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다. 사람들에게 팔려고 만든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과 같다.
여러 번에 걸쳐서 거대한 성공과 심각한 실패를 교차하면서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 논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김태원씨는 음악에 대해서 지켜 왔던 자기 생각과 가치를 꺾는다. 박완규라는 걸출한 보컬을 부활 음악에 날개로 달고 날아 오르기 위해서 고집을 꺾은 셈이다. '론리 나잇(Lonely Night)'이라는 멋진 노래를 대중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템포도, 편곡도 바꾸었고, 결국 성공했다. 최종적인 권위를 가진 대중이 이 노래를 선택했고, 김태원 씨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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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 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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