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안됐다'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법륜 스님. 제 고민은 딸 아이가 엄마인 저를 너무 싫어해요. 현재 3년째 말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연락하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엄마, 라는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하네요. 아들이 전해 주었어요. 이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저도 딸을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작년에 결혼을 했다는데 저는 모르고 있다가 아들에게 들었어요. 아이는 현재 유럽에 살고 있고 저는 작년에 귀국했습니다. 제가 올 12월에 사무적인 일로 그곳에 가는데, 아이에게 연락을 하여서 만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아이가 저를 싫어하는 마음이 작아지고 저를 만나고 싶어 할 때 만나는 것이 나은지, 도저히 잘 모르겠어서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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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돈을 많이 들여서 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은 "봐라 내가 검진 안 하려고 했는데, 하라고 해서 돈만 버렸지 않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런 어리석은 것과 같아. 이왕 검진을 했으면 검사 결과가 좋으면 좋은 일이잖아. 왜 좋은 일을 만나놓고 이걸 갖고 불평을 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러면 되고, 암이든 뭐든 발견됐다면, 이것도 좋은 일이잖아. 발견하려고 돈을 그렇게 많이 들었으니까 발견돼야 될 거 아니에요. 잘 발견하셨습니다, 이러면 되고. 돈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없으면 더 좋은 일이잖아 이거는.

그런 것처럼 자식이 컸는데 엄마한테 달려가서 "돈 달라, 뭐 달라, 뭐 달라" 하는 게, 고민이면 고민이지, 지가 알아서 살겠다는데 그게 뭐가 걱정입니까. 스스로 알아서 가고, 스스로 알아서 남자 구해서 살고, 집 사 달라, 소리도 안 하고 돈 달라는 소리도 안 하고, 아기 봐달라 소리도 안 하고. 이거보다 더 효자가 어디 있어? 이 세상에 이게 세 가지가 다 같아요. (1) 엄마 아빠 서로 싸우지 마라, 하는 내 요구가 안 들어진다고 괴로워하고, 그래 가지고 뭐 할머니가 어떻고, 아빠가 어떻고, 엄마가 어떻고... 온갖 이유를 대면서 나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2) 또 내 몸이 내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자기 불쌍한 처지를 또 얘기하고. (3) 또 내 자식인데 내가 못 만난다고 또 이유를 얘기하고. 

이게 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중이 있습니다. 아, 저건 뭐 별 것 아닌 것 같고, 저거는 심각하다. 그렇지만 근본 원리로는 다 '자기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이렇게 다 힘들어 하는 거예요. 여기는 '내가 원하면 돼야 된다'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있는 '내가 원하는 게 돼야 된다' 이것 때문에 늘 전전긍긍. 남편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 부모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 자식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 직장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 이렇게 한 평생 '내가 원한다는 것'에 집착되어 평생을 끌려다니면서 살다가 죽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나는 돈을 백만 원을 원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된다고 괴롭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1억을 가지고 있는데도 괴로워하니까 좀 미친 놈이 되죠. 왜 괴로워하냐 1억이나 있으면서, 이러지만 그 사람은 10억을 원하는 거예요. 천 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괴로워요. 왜? 그 사람은 조를 원하는 거예요. 조를 그렇기 때문에 이 괴로움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것만 되면 될 것 같지, 그다음에 또 그 다음에... 그래서 이것이 괴로움이라는 게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집착 때문에 생기는 거구나. 그 집착을 놓아 버리면 괴로울 일이 없어진다. 감사할 일만 있다. 

제 얘기 들으니까 너무 현실에 안 맞는 얘기 같아요? 이렇게 살면 여러분들은 죽을 때까지 날 괴로워하다가 결국 죽게 된다. 이 이치를 딱 깨달으면 그냥 오늘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돼요. 뭐 많이 안 먹어도 사는 데 지장 없고, 뭐 배고프면 그냥 가서 먹을 거 찾으면 되고, 뭐 먹고 싶으면 먹고 두드러기 나서 밤에 좀 긁으면 되고, 어제 저녁에 긁어 보니까 이거 너무 힘들더라 그럼 먹고 싶더라도 오늘은 안 먹으면 되고. 이렇게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과보를 받는 겁니다. 근데, 그게 여러분들에게 체득이 되려면 많이 겪어봐야 돼요. 그래서 이 이치는 머리가 좋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나이가 좀 들어야 그래도 겨우, 아~ 살아보니 그렇구나! 이렇게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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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저는 불교도가 아니며, 본 포스트는 특정 종교 가르침을 설파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따져 보자면, 해결중심모델은 MRI 모델에서 나왔습니다. MRI라고 하면 병원에서 찍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우선 떠올리시겠지만, 여기에서 언급한 MRI는 의학 영상 기법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가족치료 연구소 MRI(Mental Research Institute: 정신건강연구소)를 지칭하는 명칭입니다. (가족치료는 1950년대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MRI는 가족치료가 처음 시작되었을 시절부터 이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MRI에서는 가족치료할 때 세 가지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1) 안 통하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2) 통하는 방법을 좀 더 많이 시도한다. (3) 내담자가 문제시 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첫 번째 원리에 등장하는 '안 통하는 방법'이란 가족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방법을 뜻합니다. 예컨대, '잔소리' 사이클을 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 볼까요? 처음에 잔소리는 '상대방이 내 말을 듣도록 만드는 정보 전달'이라는 의미가 있었겠지요? 처음에는 통했을 겁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아,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상대방은 잔소리를 듣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더 이상 효과가 없어져 버린 이 방법을 계속 고수합니다. 어차피 잔소리를 하면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없이 잔소리를 합니다. MRI에서 가족치료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했습니다. 내담자 가족이 서로 상대를 대하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관계 개선에 전혀 효과가 없는데도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상대를 자극하고 화를 돋우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실제로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드는데도 계속 집착하고 있는 의사소통 사이클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MRI 연구진은 이 치료 방식을 '안 통하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라는 원리로 표현했던 겁니다.) 그리고 만약에 MRI 연구진이 제시한 전략이 통한다는 게 증명된다면? 그 새로운 전략을 계속 시도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이 내용은 '통하는 방법을 좀 더 많이 시도한다'라는 원리로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MRI 모델과 해결중심모델은 어떻게 다를까요? MRI에서 가족치료할 때 활용한 세 가지 원리를 다시 보세요. 해결중심모델은 MRI 세 가지 원리 중에서 첫 번째 원리와 두 번째 원리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즉, MRI에서 가장 먼저 활용한 원리('안 통하는 방법은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를 후순위로 바꾸고, MRI에서 두 번째로 활용한 원리('통하는 방법을 좀 더 많이 사용한다')를 앞순위로 배치했습니다. 해결중심모델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바로 '내담자에게서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요소(강점/자원/경험 등)'에 초점을 맞춰서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바꾸었냐고요? 한 마디로, 좀 더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윤리적으로 좀 더 옳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좀 더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결중심모델을 만든 사람들은 원래는 MRI 방식으로 상담을 했습니다. 즉, 가족이 잘못된 방식(효과가 없는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있을 때, 그 잘못된(효과가 없는) 의사 소통 방식을 중단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잘 되고 있는(이미 통하고 있는) 방식, 쉽게 표현하자면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자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상대적으로 좀 더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MRI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동한 겁니다. 내담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좀 더 윤리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채택한 겁니다. 결국, 이 전환 맥락에서 중요한 요소는 '강점/자원'이 아니라 '실용성'이었습니다. 

 

이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강점 관점'을 추구하되, 과도하게 집착하지는 말고,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강점관점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하여 내가 쓰고 있는 방법이 만약에 효과가 없다면? 안 통하는 방법을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위 이야기와 법륜 스님 즉문즉설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제가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사회복지사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특히 사례관리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도대체 이 분은 강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해서 강점을 찾을 수가 없어요'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그렇겠죠. 찾을 수가 없으니까 찾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겠지요. 아무리 책에 '내담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써 있어도, 내가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가 없으니 그리 말씀하시겠지요.

 

그러면, 이 상황에 대해서 법륜 스님께서 강조해서 말씀하신 내용을 적용해 볼까요? 법륜 스님께서는 '사랑하는 딸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은데, 도무지 만나 주질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 놓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답변하십니다: "그대가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안되었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다. 이미 성인이 되어서 결혼까지 해 버린 딸은 결코 어머니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 어머니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니까 이렇게 힘들어지는 거다." 아울러 '어머니와 딸은 언제나, 무조건 서로 잘 지내야 한다'는 누구나 옳다고 믿는 전통적인 관념조차도, 집착 속에서는 '허상'이 될 수 있다고 설법하십니다. 

 

'내가 돕고 있는 주민/당사자에게서는 강점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회복지사는 어떨까요? 사실, 이런 말을 하는 사회복지사는 대개 '내담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강점관점실천 원리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만약 사회복지사가 조금만 도와 준다면, 혹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준다면) 내담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씌여 있는데, '도대체 왜 내가 돕고 있는 내담자는 그렇게 안되냐(?!)' 라고 생각하는 거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 화를 내고 있는 거죠. 그리고 내담자를 이미 내려다 보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인데 내담자에게서 강점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당연히, 찾을 수 없지요.

 

누구든, 내가 (마음 속으로) 경멸하고 있는 상대에게 강점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경험해 온 바로는, '내가 돕고 있는 주민/당사자에게서는 강점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회복지사는, 얼핏 보기에는 주민/당사자가 가진 강점에서 출발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점관점실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론에 대한 이해가 얕고 실제 경험도 부족합니다. 본인이 왜 강점관점실천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점관점으로 실천할지, 혹시라도 어려움이 있거나 불가능할 때는 어떻게 대안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 비유로 이 상황을 설명해 볼까요? 자동차 운전은 대단히 어려운 고급 기술이 아닙니다. 남녀 노소 누구나 조금만 배우고 익히면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운전을 오로지 책으로만 배웠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사람이 차를 운전해서 서울에서 출발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가려고 한다면, 과연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성공하기 어렵겠지요? 왜냐면 운전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강점관점실천'은 책으로만 배워서 할 수 있다고 보는 걸까요? 강점관점실천이 자동차 운전보다 배우기 쉬운 기술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걸 책으로만 배워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냉정하게 말씀 드리자면, 기지도 못하는 아기가 뛰어 다니겠다고 나서는 모양입니다. 

 

제대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려면, 단순히 내담자가 가진 강점/자원을 발견하거나 주목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본적으로 체계론적인 관점에도 이해가 깊어야 하고, 흑백 논리보다는 스펙트럼 사고에 능숙해야 하며, 실제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숭상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전통이나 관습에 매이지 않는 창의성과 때로는 통하지 않은 방법을 포기하고 통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과감성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내담자를 도울 수만 있다면' 내가 옳다고 믿는 바조차도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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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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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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