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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아빠의 육아 일기 (D+251)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10. 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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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갈 때면, (1) 토요일 (2) 오전 7시에 출발한다. (3) 그리고 오후 4시 이전에 돌아온다. 남들은 한 주일 간 쌓인 피로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늘어지게 꿈나라로 향하는 토요일 오전, 어찌하여 우리 가족은 아빠부터 아기까지 부은 눈을 부비며 차에 오를까. 답은, ‘엄마, 아빠가 힘들어서. 여행은 가고 싶지만, 오후가 되면 벌써 방전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빨리 가서, 빨리 볼 거 보고, 빨리 돌아와야 일상을 또 견딜 수 있으니까.' 

     

    '이번 주는 어딜 가야 하나?' 토요일 새벽에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동물원에 가기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니, 말을 보러 가야지. 얼룩말. 안방으로 침투하여 새벽 여섯 시 반에 깨어난 딸 얼굴을 부비며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우리 얼룩말 보러 가자. 응?" 눈을 비비며 아내가 답했다: "동물원에 가자고?" 내가 말했다: "응! 과천 서울랜드가 우리 집에서 가까우니 거기로 가자. 우리 연애할 때 이맘 때 갔던 기억도 나고 해서." 

     

    밀린 빨래도 해야 하고, 집안 여기저기 청소도 해야 하고, 설겆이도 쌓여 있었지만, 그래서 이 모든 걸 어느 정도 정리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내이지만, 내가 하도 성화를 부리니 못 이기는 척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내도 안다. 나라도 이렇게 바삐 움직여야 우리 가족이 밖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럴 때 빨리 나가는 방법: 모든 걸 내려 놓고, 얼굴만 대충 씻은 채, 옷을 걸치고 가볍게~ 달려 나가야 한다. 정말로 그렇게 몸만 빠져 나왔다. 

     

    30여 분을 달려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도착해 보니, 아직 9시도 안 되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극소수, 이성친구와 연애하러 온 커플을 제외하면 입장객 90% 이상은 우리 부부처럼 아이를 데려온 가족. 코로나 사태도 어느 정도 끝났겠다, 날씨도 좋겠다, 아이들은 심심하겠다, 전국에서 아이 키우는 엄빠는 모두 이곳에 몰려 온 듯, 무척 시끌시끌했다. 역시 공립이라 저렴한 티켓 값을 가볍게 치루고 동물원 입구로 들어선다. 

     

    동물원 구경은 무척 재미있었다. 우리 딸을 모시고 동물원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향긋한(?) 타조 똥 냄새도 맡고, 내 눈마저 핑크빛으로 물들일 기세로 몰려 다니는 핑크 플라밍고도 카메라에 담고, 키가 크고 속눈썹도 장난 아니게 기다란 기린도 만났다. 헌데,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 딸 때문에 동물원에 갔는데, 우리 딸이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손가락질을 하면서 '저기 봐라, 저리 봐라' 말해도 소용 없었다. 관심 뚝! 

     

    그래도 어떻게든 동물원에 온 보람을 찾기 위해서, 핑크 플라밍고 우리 앞에서 미리 준비해 간 예쁜 머리띠를 씌우고 사진을 찍었다. 딸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웃는 표정을 잡기 위해서 아내와 나, 둘이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으나... 말이 필요 없다. 사진 속 우리 봄이 표정을 보시라. '엄마, 아빠, 이게 뭐예요? 재미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저 표정을 보니 동물원에 더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마침 딸 아이가 입고 있던 바지가 젖은 것 같아서, 가까운 벤치에 앉아서 살펴보니 오줌을 쌌다. 기저귀를 갈면서 아내에게 동물원 구경이 우리 딸에게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 왈: "맞아요, 오빠. 아직 동물에 관심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봄이가 엄마랑 아빠랑 이렇게 놀러 나온 기억은 아련한 느낌처럼 쌓인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동물원에 온 기억은 없겠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은 간직할 걸요?"

     

    언제나처럼, 아내 말은 진리다. 우리 부부가 육아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바로 '정서적 안정.' 우리는 딸이 엄마와 아빠가 자기를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정서가 안정된 아이는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있을 것이고, 자신감이 있는 아이에게 규칙을 잘 가르치면 사회성도 좋을 것이다. 자신감이 있고 사회성이 좋은 아이라면? 어디에서든 사랑받고 환영받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토요일 오전에 봄이를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 온갖 좋은 곳을 다닐 계획이다. 우리 딸 영혼에 켜켜이 쌓일 추억을 많이 만들 생각이다. 나중에 봄이가 커서 엄마, 아빠를 기억할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아~ 나 어릴 때, 엄마랑 아빠랑 나랑, 셋이서 정말 여기 저기 많이 다녔지. 내가 가족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따뜻함과 친밀한 유대감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노구(?)를 이끌고 다녀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해요.'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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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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