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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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세상 끝, 후앙코 (나의 까미노)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6. 11. 21:50
2014년 7월, 나는 죽기 위해서 세상 끝으로 날아갔다. 까미노 순례길(vo.la/DptI)을 조용히 걸으면서 내 삶을 정리하고, 마침내 세상(유라시아 대륙의) 끝이 나오면, 바다에 빠져 죽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서 돌아왔고, 여전히 살아 있다. 내가 아직도 살아 있는 까닭은, 까미노 위에 남아 있다. 28일 동안 850km를 걸었던, 뜨거운 그 여름의 기록을 다시 정리한다. (2020년 6월 11일, 이재원 기록) 1. 까미노는 사람이다. (2014년 8월 24일, 이재원 기록) (2) 나만의 세상 끝, 후앙코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첫째는, 세상끝 지점(Finisterre)까지 걸어가는 것이었고, 둘째는 마드리드나 바로셀로나를 구경하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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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귄터 아저씨! (나의 까미노)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6. 11. 08:27
2014년 7월, 나는 죽기 위해서 세상 끝으로 날아갔다. 까미노 순례길(vo.la/DptI)을 조용히 걸으면서 내 삶을 정리하고, 마침내 세상(유라시아 대륙의) 끝이 나오면, 바다에 빠져 죽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서 돌아왔고, 여전히 살아 있다. 내가 아직도 살아 있는 까닭은, 까미노 위에 남아 있다. 28일 동안 850km를 걸었던, 뜨거운 그 여름의 기록을 다시 정리한다. (2020년 6월 11일, 이재원 기록) 850km의 먼 길을 몇 줄의 글로 온전히 정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엄청난 경험이 기억 저편으로 그냥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기에 거칠게라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보를 주는 여행기를 쓸 생각도 했지만 객관적, 주관적 정보는 이미 넘쳐나기에 마음을 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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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 올라 06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6. 8. 08:25
오늘은 속하고진(리장에 있는 또 다른 나시족 고성)을 관광한 내용이 핵심이다. 이곳은 어제 둘러 본 리장 고성보다 200년 앞선 고성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고성에 흐르는 수로의 기원이 되는 장소가 있다. 호도협의 아버지인 옥룡설산에 쌓인 눈과 흐르는 물이 금사강을 따라 흐르다가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이곳 고성 방향으로 다시 솟아 오르는 것이다. 본격적인 속하고진 탐방에 앞서서, 내가 산 물건들을 정리한다. 우선, 마오저뚱 컵. 고성의 상점들은 대부분 민속물품을 팔지만, 현대적인 물품도 일부 파는 곳이 있었는데... 이 컵을 산 곳은 일종의 엽기상품을 파는 곳이었다. 주로 사회주의 문화(?)를 발칙한 상상력으로 바꾸어 컵이나 병따개 등 생활 소품을 파는 곳이었다. 이 컵은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딱 띄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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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 올라 05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6. 4. 16:48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5일차. 이날의 핵심은 석두성 마을을 떠나 리장 시내로 이동하여 고성을 관광한 것이다. 여행의 제목이 '트레킹'인데, 웬 고성? 웬 관광?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리 일행 중 어떤 분은, 일주일 내내 걷는 줄로 알고 오셨다는 분도 계셨으니까.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차마고도는 어마어마하게 길지만, 호도협 트레킹 코스는 20km가 채 안되며 난공불락의 난위도도 아니다. 길면 2박 3일, 짧으면 하루만에라도 걸을 수 있는(현지인들은 실제로 반나절에 이 코스를 주파하기도 한다) 거리다. 그래서 우리는 (하지만 나에게는 무쟈게 힘들었던... ㅠㅠ) 호도협과 석두성 마을을 뒤로 한 채 리장 시내로 향했다. 리장은 운난성의 성도로서,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시 정도 개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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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 올라04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5. 19. 07:25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여행기 (4일차) 4일차는 웅장한 호도협에 안녕을 고하고, 리장 지역의 고산지역에 위치한 나시족의 전통 마을인 석두성 마을로 향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석두성 마을의 기원은 13세기 운남성에 몽골족이 쳐들어 왔을 때 리장의 영주였던 목(木)씨가 굴복을 하자 이에 반발한 귀족중 일부가 금사강이 보이는 보산 골짜기에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석두성은 이름 그대로 돌출된 암반 위에 돌을 쌓아 건축된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나가는 출구 둘 밖에는 없다. 사실, 호도협 트레킹은 16km 길이로 2박 3일이면 넉넉하게 끝이 난다. 길이 좋고 각국의 여행객들도 만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사는(혹은 살아온)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별로 없다. 그래서 트레킹의 감동을 이어 원주민들과 그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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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 올라 03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5. 10. 16:41
3일차 일정의 핵심은, 호도협에 가까이 가 보는 것이었다. 동영상을 첨부하기도 했지만, 호도협의 장쾌한 물살은 직접 보지 않으면 진가를 알기가 힘든 것 같다. 물살과 멀리 떨어진 높은 길에 있어도 호도협의 물소리가 들릴 정도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갔을 때(5월 중순)는 아직 우기가 오지 않아서 물이 줄어있는 상태였다고 하며 우기에는 수심이 2미터 정도 더 높아진다고 한다. 덧붙여서, 고산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산병 하면 숨도 못 쉴 정도로 쓰러지거나 혼절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는데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증상이 나타난다. 평평한 길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조금만 오르막길을 걷게 되면 숨이 가빠진다. 숨이 가빠지다 못해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숨이 가쁘니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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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코고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운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5. 5. 06:43
https://vo.la/2Yq7 나의 까미노. 5. 코고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운. 한밤 중의 알베르게에서는 거의 언제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통상적으로, 작은 알베르게는, 한 방에 4~6명이 잘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작은 방들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고 이렇게 작은 규모로 자게 되면 코고는 소리를 듣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안심하고 잘 수가 있다. 하지만 보통 무니시팔(공립 알베르게)에서는 대규모(최대 약 100명)로 자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코고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다. 그냥 코고는 게 아니다. 알베르게가 떠내려갈 정도로 소리가 크다. 사실, 코고는 소리도 코고는 소리지만 스페인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장난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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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에 올라 0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이재원의 여행기 모음 2020. 3. 2. 07:38
차마고도 호도협 트래킹 (1일차 기록) https://empowering.tistory.com/129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2일차,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첫 날이다. 이날 가장 중요한 점은,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을 처음 걷게 된다는 부분이었다. 나는 백두산에 다녀온 경험이 있었지만 정상에 잠시 오르는 것과 그 정도 높이를 지속적으로 걷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일이었다. 더구나 여행 직전 교통사고를 당해 제대로 몸을 준비하지도 못했기에 걱정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르막길이 너무 힘들었다. 경사가 심한 길은 물론이고, 심하지 않은 길도 오르막이 시작되면 숨이 가빠왔다. 마치 폐를 손으로 서서히 움켜쥐는 느낌이랄까... 숨이 심하게 차니까 체력도 금방 고갈되는 느낌이어서 더욱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