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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탕 껍질과 글쓰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2. 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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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 글쓰기를 요리에 비유해 보자. 예컨대, 떡볶이를 만든다고 치자. 식구가 많아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 가서 온갖 재료를 잔뜩 사 왔다. 밀떡, 쌀떡, 떡국떡, 오뎅, 양파, 고추장 등등. 재료를 씻고 자르고 다듬은 후에,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를 꺼낸다. 준비한 온갖 재료를 싹 다 때려 넣은 후에 끓인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맛이 없다. 돈을 많이 써서 제일 좋은 재료를 샀는데, 도대체 왜? 요리 비법, 혹은 레시피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요리는 밸런스가 중요한데, 그냥 다 때려 넣고 끓였기 때문이다.

    다시 글쓰기로 돌아와 보자. 생각나는 대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무작정 쓰면, 온갖 재료를 때려 넣은 떡볶이처럼 맛대가리 없는 글이 된다. 요리 비법 혹은 레시피에 맞춰서 적당량을 적절한 순서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요리해야 맛이 생긴다. 그렇다면, 글쓰기에서 꼭 필요한 요리 비법 혹은 레시피가 무엇일까? 글 내용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구성하는 원리다. 가장 고전적인 글 구성 원리는 '서론-본론-결론.' 아! 이거? 라며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서론-본론-결론, 이라고 언급하면 다들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모르니까.

    각설하고, 그대가 동네에서 어딘가로 바쁘게 뛰어가고 있는데 아는 분이 앞서서 걷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뒷모습이 너무 그 분 같아서 뛰어가다 말고 멈추어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고 치자. 헌데, 뒤돌아선 그 분, 내가 짐작했던 그 분이 아니다. 헐... 순간적으로 몹시 어색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감싼다. "하... 아니었네요. 제가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정말 이상하네... 뒷 모습은 영락 없이 그 분이었는데..." 그대가 이런 에피소드를 경험했다면, 그 후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어떤 일반적인 사고(주제)와 연결지을 수 있을까?

    몇 가지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신체 감각은 확실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주 착각을 일으킨다'는 주제를 세울 수 있다: "옛날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시각 만큼 활실한 감각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위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각은 틀릴 때도 무척 많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겠다. 혹은, '민망한 상황을 넘기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겠다: "웃음은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맹수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느껴지는 안도감에서 왔다고 한다. 그만큼 웃음, 유머는 선사시대부터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겠다.

    서론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인 에피소드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로 안내해 주는 실마리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주제)는 대개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면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사탕을 사서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탕 껍질을 까서 사탕 알맹이를 먹기 위해서다. 그 알맹이가 진짜다. 하지만 사탕 껍질이 밋밋하다면? 예컨대, 검은색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면? 사고 싶지 않을 터. 자고로 사탕 껍질은 형형색색 알록달록이 진리다. 비유하자면, 서론은 사탕 껍질 같이 독자의 첫 관심을 끌어 당기는 유인책과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사탕 껍질(서론)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구체적이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어떤 이야기가 구체적인가? 그대가 직접 겪은 체험이다. 지금 당장, 그대 휴대전화 속 사진 갤러리 어플을 열어 보라. 그 안에는 그대가 경험하고 있는 일상이 들어있을 터. 수백, 수천 장 사진 속에서 그나마 재미있는 사진을 골라 보라. 나 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흥미로울 만한 사진을 골라 보라. 그리고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보라. 적어도, 어떤 주장이나 생각부터 펼치는 방식보다는 흥미로울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에피소드만 적어 놓으면 글에 깊이가 없다. 사탕 껍질처럼 알록달록한 에피소드로 흥미는 이미 끌었으니, 단단한 사탕 알맹이를 내 놓아야 한다. 내가 경험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곰곰 생각해 보면서,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느낀 바, 다시금 깨달은 교훈, 정리된 생각 등을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 본다. 그 후에는 적은 내용을 들어다 보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고, 1번, 2번, 3번, 이런 식으로 번호를 붙여 가면서 정리해 보자. 이 중에서 중복된 내용은 합치고, 덩치가 너무 큰 내용은 번호를 구분해서 나누어 본다.

    그 후에는, 1번 생각에 살을 붙여 본다. 어떤 생각에는 추가적인 생각이 더 떠오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계속 쓰면서 붙여 나간다. 어떤 경우엔 문장 하나 이상 생각이 안 떠오를 수 있다. 그러면 그냥 두라. 애초부터 덩치가 그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계속 생각이 떠오른다면 계속 붙여 보라. 그 다음에는 2번 생각에 살을 붙여 본다.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적어 나간다. 당연히, 그 다음에는 3번 생각에 살을 붙이고, 4번 생각에 살을 붙이고... 이런 식으로 몸집을 불려 나간다.

    어느 정도 살이 붙은 것 같다면, 각 생각 별로 크기를 생각해 본다. 만약에, 각 생각 덩치가 그리 크지 않다면? 그냥 한 단락에 몰아 넣고 첫째, 둘째, 셋째, 이런 식으로 정리해도 괜찮겠다. 하지만 한 단락에 때려넣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읽는 호흡이 길어진다면, 각 번호에 할당된 생각을 새로운 단락으로 독립(?)시킨다. 글 시작점이 된 에피소드를 한 단락 정도로 간략하게 정리한 상태라면, 이 에피소드에서 파생된 생각이 많아질수록 후속 단락 개수도 늘어날 터: 구체적인 에피소드(1단락) + 에피소드에서 자라란 생각(2번 단락, 3번 단락, 4번 단락...) 에피소드가 구체적일수록 뒤에 붙는 생각 단락은 짧아질 것이다.

    내가 생활 중에 쓰는 짧은 일기와 정자세로 앉아서 긴 호흡으로 읽는 책은 구조가 다를까? 아니다. 기본 구조로 본다면 완전히 같다: 구체적인 실마리(사람들 관심을 끌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 그 실마리에서 시작되어 파생되는 다양한 생각(좀 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생각, 감정). 책은 껍질 속 사탕 알맹이가 거대할 뿐이다. 따져 봐야할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을 뿐이다. 기본 생각에 덧붙여진 추가적인 생각이 갈래갈래 다양할 뿐이다. 어미가 새끼를 치고, 그 새끼가 또 새끼를 치고... 생각이 계속 자식을 낳았을 뿐이다. 핵심을 정리하고 뼈대를 뽑아 내면, 결국 '구체적이고 재미 있는 실마리 + 그 실마리와 관련된 생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내가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두 단락 글쓰기'는 아주 작고 구체적인 경험에 대해서 쓸 때나, 너무나도 긴 호흡으로 책을 쓸 때나 본질적으로는 동일하게 적용하는 원리에 가깝다. '서론 +. 본론 +. 결론' 이라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3단 구조에서 결론 부분을 생략한 '서론 + 본론' 구조와 같다. 이 고전적인 구조를 아주 작은 단위에서 쉽게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개념/구조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진짜로 새로운 개념/구조는 아니다. 고전적인 개념/구조를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도록, 내 나름대로 소화해서 제시한 도구일 뿐: 알록달록 사탕 껍질과 단단한 알맹이.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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