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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편집에서 배우는 글쓰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2. 28. 14:45728x90반응형
보통 우리가 보는 장편 극영화는 러닝 타임이 90분 정도 된다. 이 1시간 30분은, 일부러 시간을 내는 관객 관점에서는 상당히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예컨대, 영화가 어떤 인물이 살다 간 내용을 담고 있다면(전기영화라면), 기본적으로 수십 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90분 안에 압축해서 표현해야 한다. 물론,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유명한 장편 소설을 영화 매체로 옮길 때 영화 감독이 채택하는 전략은 압축(혹은 생략)이다. 긴 시간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으니, 그 중에서 일부만 선택해서 강조하는 방법을 취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떤 전기 영화 주인공이 90년을 살다 갔다고 가정하면, 영화는 그 중에서 대단히 적은 시간에 불과한 딱 90분만 선택해서 보여주는데도, 관객은 대체로 그 사람의 삶을 어느 정도는 훑어 보았다고 느낀다. 그 사람이 살다 간 시간 중에서 0.1%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 보았는데도, 다 보았다고 느낀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야기'는 원래부터 '선택'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인공이 90년 동안 수많은 밥을 먹었더라도, 영화에서는 서너 장면만 선택한다. 이유는 해당 장면에서 '주인공 인생이 바뀐 사건'이 일어났거나, 그만큼 '중요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리라.
결국, 시간을 언어로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면, (더) 중요한 요소와 (덜) 중요한 요소를 가려낸 후에, (더) 중요한 요소는 '선택'하고 (덜) 중요한 요소는 '생략'해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요소를 서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가 대상을 제대로 표현할 중요한 요소를 제대로 '선택'해서 연결한다면, 대단히 적은 시간(영화 러닝타임 90분)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긴 시간(주인공 인생 90년) 전체를 다 지켜보았다는 (시각적, 정서적, 인지적) '착각'을 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는 영화 '명량' 한 편만을 보고도 이순신의 삶을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왜냐하면 감독이 대단히 적절하게 시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생각하고 통통통' 원칙으로 넘어오자. 어떤 행사에 관한 글을 쓸 때, 우리는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무엇을 생각하나? '이 행사는 본질적으로 어떤 행사인가?', '이 행사를 개최한 취지(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이 행사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이렇게 '중요한 요소를 선택하기' 위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스스로 답해 본다.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했다면, 다음에는 선택한 요소를 글로 옮기면서 서로 연결짓는다. (덜) 중요한 부분을 적절하게 생략했다면, 탱탱볼이 통통통 튀어 다니듯이 글 내용이 (더) 중요한 부분 사이를 뛰어 다녀도 독자는 해당 행사를 전체적으로 다 지켜 보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상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행사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절대로 '그냥' 혹은 '생각나는 대로' 쓰면 안 된다. 불필요한 찌꺼기 혹은 군더더기가 남거나 붙어서 독자가 글을 쉽고 재미있게 읽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일부만 보았는데도 전체를 훑어 보았다고 '착각'하게 되는, 고전적인 이야기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통통통'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글을 쓴다면, '뭔가 많이 쓰기는 했는데, 흐름이 뚝뚝 끓기고, 전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라는 답답한(?!) 피드백은 받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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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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