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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지고 보면,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제일 잘 한다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12. 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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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말 조련사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나 사람 손을 타면서 성장한 경주마를 조련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온 야생마를 조련하는 사람이다. 이 두 조련사 중에서 어떤 사람이 가진 능력이 더 우수할까? 

    경주마와 경주마를 조련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 보자. 경주마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기장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라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말이다. 이 말이 경마장에서 최고로 실력이 좋은 기수를 태운 채, 힘차면서도 섬세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대는 아마도 감탄을 내뱉을 것이다. 아울러, 이런 경주마에게 섬세한 경주 테크닉을 훈련시키는 조련사를 전문가로서 크게 인정할 것이다. 

    다음으로, 야생마와 야생마를 조련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야생마는 아무런 속박이 없는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자신만의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말이다.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달리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뛰어 다닌다. 이런 말에게 사람이 다가가서 안장을 얹거나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면? 당연히 재빨리 도망치거나 뒷발로 보기 좋게 걷어찰 터. 그러니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는 야생마를 조련하는 사람도 유형은 다르지만 전문가로서 유능한 사람이다. 

    비유하자면, 사회복지사는 야생마를 조련하는 사람과 같다.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를 활용한다면, 사회복지사가 만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Involuntary Clients)'가 대부분이다.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문제를 인정하고, 자기 발로 사회복지기관에 찾아와서, 자기 돈을 내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부인하거나 외면하고, 많은 경우 제 3자가 '이 분, 이대로 놔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서 의뢰하며, (당연히) 무료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회복지사는 이런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와 원활하게 대화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이는' 심리상담 기법을 배우고 싶어한다. 말하자면, 야생마를 길들이기 위해서 경주마 조련사를 찾아간다. '뭔가 있어 보이는' 경주마 조련사에게 수준 높은(?) 대화 기법이나 언어적 설득 기술을 익힌다면, 언제든 재빨리 도망치거나 틈만 나면 뒷발로 나를 걷어차려고 하는 야생마 같은 클라이언트를 '얌전하게 구워 삶고 협조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해결중심상담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보자. 많은 사회복지사가 잘 모르거나, 크게 의식하지 않지만, 해결중심상담은 원래 가족치료 영역에서 개발된 모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기본적으로, (1)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문제를 인정하고, (2) 자기 발로 전문가를 찾아와서, (3) 자기 돈을 내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을 만나서 상담하기 위해서 개발된 모델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a) 자신이 가진 문제를 부인하거나 외면하고, (b) 많은 경우 제 3자를 통해서 기관에 의뢰되며, (c) 무료로 상담을 받는 사람을 도우려고 개발된 모델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다시 세상에 나온 2019년 이래로 사회복지사 동료를 참 많이도 만났다. 이분들께서 나에게 그렇게도 배우고 싶어한 기술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어떻게든 넘어오게 만들어서 사회복지사가 짜 놓은 그럴 듯한 계획을 따르도록 만드는 '고급진 질문 기술'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위에서 설명했듯이, 해결중심상담은 수없이 많은 상담 모델처럼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처음부터 전제하고 개발된 모델이 아닌 걸. 말하자면, 내가 만났던 가족치료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어쨌든 내 문제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가족 평화를 위해서 다소 수동적으로라도 나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방향을 정반대로 돌려서 질문해 보자. 사람을 돕는 원조 전문가 직종 중에서,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제일 많이 만나는 전문가는 누구일까? 사회복지사다. 그렇다면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맺고 돕는데 성공한 경험이 제일 많은 전문가는 누구일까? 사회복지사다. 그렇다면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제일 잘 도울 수 있는 전문가는 누구일까? 사회복지사다. 그렇다면 야생마 같은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돕는 법은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 사회복지사다. 

    세상에 어떤 전문가가 클라이언트 집에 찾아가는가? (*예전에는 의사도 왕진을 다녔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구나 의사는 치료비를 두둑히 받고 일한다.) 사회복지사가 거의 유일하다. 세상에 어떤 전문가가 수 개월씩 문전박대를 당해도 끝없이 찾아가서 소통을 시도하는가? 사회복지사가 거의 유일하다. 세상에 어떤 전문가가 10번 전화하는데 겨우 2번 받아주는 클라이언트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우려고 애쓰는가? 사회복지사가 거의 유일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글에 '따지고 보면,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제일 잘 한다' 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사회복지사는 야생마를 조련하는(실제로는 야생마가 야생마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꾸 경주마를 조련하는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 무척이나 고급져 보이는, 국내외 무슨 무슨 교수가 쓴 경주마 조련 관련 책을 읽으면, 야생마를 돕는데 도움이 될까? 경주마에게 어떤 밥을 어떻게 조리해서 먹이는지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야생마에게 초원에 나 있는 풀을 먹이는데 도움이 될까? 당연하게도, 아. 니. 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지식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잡힌 야생마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지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이고 좀 더 경험적인 지식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언급하자면,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Involuntary Clients)가 가지는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고,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에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노하우다. 해결중심 질문 기술? 물론, 너무 좋은 상담 기술이다. 당사자 중심으로 실천하려는 원조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상담 기술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에 관한 체계화된 지식/정보/경험이 훨씬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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