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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i, (프랑스) 아비뇽에서 자랐죠
    지식 공유하기(기타)/시네마 떼라피: 위안을 주는 영화 2023. 1. 2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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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석권하고 있을 때 '조용히' 2등을 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조용한 희망' 이라는, 다소 재미 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이 붙은 드라마다. 웬 가난한 싱글맘 이야기, 라고 하기에 흥미를 두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시험 삼아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았다가 완전히 빠져들어서, 마지막 회까지 단숨에 정주행하면서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최근 약 15년 사이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외국 드라마는 HBO 역사 초기에 제작된 극사실주의 형사 드라마, '와이어'였다. 하지만 '조용한 희망'을 보고 나서 가장 재미있는 외국 드라마가 바뀌어 버렸다.

    이유는? 첫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받을 수 밖에 없게 된)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국가로부터 사회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적나라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둘째,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처참한 현실을 충분히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리면서도,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어디에 털나는 다소 민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의 속마음을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참말로 많다. 어쩌면, 가난과 절망을 기본적으로 달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마음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가 힘들다. 사회복지사가 모든 어려움을 경험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일 첫 번째 노력으로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믿는다. 보면서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조용한 희망' 함께 읽기. 드라마 주요 장면을 함께 보고, 의미를 깊게 음미하는 글을 나눈다. 오늘은 제 4화 두 번째 이야기.


    알렉스: (해변가에 사는 부유한 변호사인 레지나의 집을 청소하다가 말고, 멋지게 보이는 레지나의 삶을 들여다 본다.) 

     

     

    알렉스: (부유하듯, 집안 곳곳을 살피다가 레지나 옷방에서 고급 캐시미어 옷을 꺼내 입어 본다.) 

     

     

    알렉스: (급기야는 냉장고를 열어서 고급 화이트 와인을 꺼내 마신다.) 

     

     

    알렉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설치된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알렉스: (최근에 데이트 앱에서 알게 된, 아주 잘 자란 부잣집 청년, 웨인이 알렉스에게 보낸 문자를 발견한다.) 

     


     

    웨인: 원주민의 날,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알렉스: 다른 날이랑 똑같죠, 뭐. ‎당신은요?

    웨인: 아, 식구들 때문에 돌겠어요. ‎집에 온 지 48시간밖에 안 됐는데, ‎당장 비행기 표 바꿔서 ‎갈까 싶어요. ‎당신은요?

    알렉스: 마찬가지예요. ‎프로필 보니까 뉴욕대 다니고, 반은 프랑스인이네요? 

    웨인: 위(맞아요), 아비뇽에서 자랐죠. ‎뉴욕대 대학원 다녀요, 영화 전공. 

    알렉스: 난 몬태나 예술대 3학년이에요. ‎문예창작과죠. 

    웨인: ‎작가구나. 

    알렉스: ‎게임 할래요?

    웨인: 당신이랑은 어떤 게임이든 하죠. 아님 당신한테, ‎아님 당신 곁에서, 아님, 뭐든 당신 맘대로요. 

    알렉스: 직접 만나는 건 어때요?

    웨인: 어디서 만나죠?

    알렉스: 여기서 봐요. 우리 집에서. 

     

    <해설> 

    해변에 멋지게 서 있는 레지나의 거대한 집을 청소하던 알렉스. (이 거대한 집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힘을 고려한다면 파출부, 라는 명칭보다는 하녀, 라는 명칭이 좀 더 잘 어울린다.) 하녀, 알렉스는 빠른 속도로 청소를 하다가 문득 레지나 집을 즐기기(?) 시작한다. 가난 때문에, 입학 허가를 받은 대학 생활도 포기하고, 온갖 일로 고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듯한 집 주인 레지나. 알렉스가 느끼기에, 레지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을 터. 

    느긋하게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목욕까지 마치고 난 알렉스. 얼마 전 데이팅 앱을 통해서 알게 된, 잘 자란 부잣집 아들 웨인에게서 문자를 받고, 레지나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은 모습처럼, '레지나의 인격을 입고' 웨인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마치 레지나가 된 듯, 대담하게도 웨인을 레지나의 집에 초대까지 한다. '우리 집에서 보자'는 말까지 하면서. (간이 부어도 단단하게 부었다.) 

     


     

     

    알렉스: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웨인: ‎난 여자 주인공이 좋아요.

    알렉스: 크고 멋진 집에 살죠. ‎잡지 표지에 나올 만한 집. ‎개인 트레이너에 투자 자문에, 개인연금도 있죠. ‎루브르 박물관을 ‎한 번 이상 가 봤고, ‎토요일은 종일 ‎핫스톤 마사지를 받으며, ‎초판본들을 읽어요. 캐시미어 스웨터가 있는데 ‎그걸 입으면 ‎아기 양 천 마리에 안긴 것 같죠. 매일 바다가 보이는 창을 보며 일어나는데, ‎꼭 자신만의 바다 같죠. 

    웨인: 디테일이 근사하네요

    알렉스: 그녀는 시간 여유가 많아요. 긴 줄을 설 필요도, 근무 시간을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 원하면 파이를 7개나 구울 수도 있을 정도죠. 

    웨인: 극적 갈등은 뭐죠?

    알렉스: 없어요. 부자는 모든 걸 갖고 있으니까. 

    ‎웨인: 그렇진 않아요. 난 펠러톤(가정용 운동기구) 있지만 비참한걸요. 

    알렉스: 펠러톤이 있어요?

    ‎웨인: 펠러톤 있는 것처럼 생겼어요?

    알렉스: 그걸 의자로 쓸 것 같이 생겼어요. 

    웨인: (알렉스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알렉스 감정을 눈치 채고, 알렉스 손등에 자기 손을 얹는다. 그리고 키스를 하려고 다가오는데...)

    알렉스: 씨발. 

    웨인: 네?

    ‎알렉스: 씨발! 씨발! 가요, 얼른 가요. 

    웨인: 네? 어서요, 코트 입어요. 

     

    <해설> 

    진짜로 웨인이 레지나의 집으로 왔다! 젊고 아름답고 인성마저 보드라운 청년. 웨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알렉스는 자신의 마음에 레지나의 부를 반반씩 합쳐서 또 다른 알렉스를 창조한다. 그리고 평소 꿈꾸던 우아하고~ 있어 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을, 자기가 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소설 이야기라고 꾸며서 웨인에게 말한다. 웨인은 이미 알렉스에게 빠져 있었고, 키스로 마음을 확인하려고 다가오는데... 아뿔싸, 레지나가 집에 와 버렸다. 레지나가 몰고 온 차 엔진 소리를 들은 알렉스 입에선 '평소처럼', '씨발(fuck)'이라는 말이 마치 따발총처럼 다다다다~ 나와 버리고, 웨인을 한 순간에 쫓아내 버린다. 

    웨인과 나눈 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알렉스) 부자는 모든 걸 갖고 있으니까." "(웨인) 그렇지 않아요. 난 펠러톤 있지만 비참한걸요." 가정폭력으로 삶이 박살난 후, 절대 빈곤선 아래로 떨어져가고 있는 알렉스 처지에선, 돈만 있으면 당장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웨인은 촌철살인, 아주 간단한 말로 알렉스 말을 부인한다: "그렇지 않아요." 웨인이 배가 부른 소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렇게 들리진 않는다. 웨인은 가식적이지 않다. 어리석지도 않다. 

     


     

     

    레지나: 웃긴 게 뭔지 알아요? ‎그가 전처를 떠난 건, ‎내가 젊기 때문이었어요. ‎자식들과도 사이가 안 좋아서 ‎새로 시작하길 원했죠.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내 난소 나이는 50세가 됐어요. ‎당신은 애쓰지 않아도 임신 됐죠? ‎

    알렉스: 대답을 원하세요?

    레지나: ‎그래요, 대답해 줘요. 

    알렉스: ‎임신은 쉽게 했어요. ‎하지만 다른 건 전부 ‎온갖 고생을 해야 했죠. 

    레지나: ‎그랬겠죠. ‎어디 보자… ‎5년간 6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한 번은 임신 9주 차까지 갔죠. ‎심장도 뛰었는데 정말 황홀했어요. ‎그 모든 일을 겪은 뒤엔 ‎명상 수행도 하고 멕시코까지 가서 마야식 자궁 마사지를 받았어요. ‎30만 달러를 쓰고, ‎지금은 ‎오리건에 있는 조애나라는 여자가 ‎5달 된 우리 아들을 임신 중이죠. ‎내 아들. ‎그 말은 가볍게 하죠. 기증 받은 난자를 썼으니까. ‎아기를 만드는 데 전부 합해서 여자 셋이 필요했어요. ‎난자 제공자, 자궁 제공자, 물주(인) ‎나.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도, ‎바라볼 때 사랑을 못 느끼겠어요. ‎사랑 받는 느낌도요. ‎그저 절실함뿐이에요. ‎이런 걸 혼자 ‎감당할 줄은 몰랐는데... 

    알렉스: ‎혼자라뇨? ‎제임스가 이혼하재요. ‎이럴 줄 몰랐던 건 아니에요. ‎유산할 때마다 그는 조금씩 멀어져 갔어요. ‎맙소사,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해설> 

    알렉스가 따발총처럼 외치는 '씨발' 소리를 들으면서 도둑이 도망치듯 웨인이 사라진 후에, 알렉스는 레지나와 대화를 나눈다. 알렉스 보기에, 모든 것을 소유한 듯 보였던 레지나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진 않다. 알렉스처럼 나라에서 제공해 주는 허름한 집에서 살면서, 나라에서 제공해 주는 식량 쿠폰을 받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삶이 행복하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니까 극적인 설정을 그렇게 해 두었겠지만, 레지나는 알렉스에게 없는 경제적 안정이 있지만, 알렉스는 레지나에게 없는 딸이 있다.) 

    과거에 레지나는 젊음과 능력을 무기로, 조강지처와 살고 있던 남편(제임스)을 빼앗았다. 하지만 이제 레지나는 나이가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소도 나이가 들어서, (정작 필요하게 되니까) 아이를 낳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남편이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남편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레지나를 떠나려고 한다. 아니,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상태다. 말하자면, 레지나의 남편 제임스는 레지나 그 자체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떠났던 사람은 또 다시 떠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제임스는 레지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알렉스: (생각으로 독백) 내가 딸과 함께 살고 싶은 집은 ‎크고 물건이 가득 찬 곳이 아니다. ‎각자 침대가 있고 ‎내가 글을 쓸 탁자가 있고 ‎크고 멍청한 개를 키울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공간은 집이다. ‎그 안에서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해설>

    알렉스는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레지나로 살았다. 레지나 옷을 입은 채 웨인을 만났다. 하지만 이내 아주 중요한 교훈을 깨닫는다: (여전히 사회경제적 안정은 알렉스에게 너무도 중요하지만) 부자라고, 집이 크다고, 좋은 물건이 많다고 곧바로 행복하진 않다. 집이 집이 되려면,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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