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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뱅이 출현! 가난뱅이 출현!
    지식 공유하기(기타)/시네마 떼라피: 위안을 주는 영화 2022. 11. 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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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석권하고 있을 때 '조용히' 2등을 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조용한 희망' 이라는, 다소 재미 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이 붙은 드라마다. 웬 가난한 싱글맘 이야기, 라고 하기에 흥미를 두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시험 삼아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았다가 완전히 빠져들어서, 마지막 회까지 단숨에 정주행하면서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최근 약 15년 사이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외국 드라마는 HBO 역사 초기에 제작된 극사실주의 형사 드라마, '와이어'였다. 하지만 '조용한 희망'을 보고 나서 가장 재미있는 외국 드라마가 바뀌어 버렸다.

    이유는? 첫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받을 수 밖에 없게 된)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국가로부터 사회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적나라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둘째,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처참한 현실을 충분히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리면서도,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어디에 털나는 다소 민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의 속마음을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참말로 많다. 어쩌면, 가난과 절망을 기본적으로 달고 있는 클라이언트의 마음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가 힘들다. 사회복지사가 모든 어려움을 경험할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일 첫 번째 노력으로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믿는다. 보면서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조용한 희망' 함께 읽기. 드라마 주요 장면을 함께 보고, 의미를 깊게 음미하는 글을 나눈다. 오늘은 제 4화 첫 번째 이야기.


    알렉스: 정말 폐가 되는 거 아니에요?

    네이트: 아뇨, 그냥 차고에서 썩히는걸요. 날 도와 주는 셈이죠. 

    알렉스: 계속 버스 탔는데, 이걸로 새 세상이네요. 진짜 신나요. 차에 뽀뽀할까 봐요. 

    네이트: 그래도 돼요. 세차했어요. 

    알렉스: (딸, 매디를 차에 태우면서) 카시트도 고마워요. 

    네이트: 네 브레이디한텐 작아져서요. 매디한텐 맞을 거예요. 

    알렉스: (말없이 네이트를 돌아본다.)

    네이트: 왜요?  

    알렉스: 돈 모을 때까지만이에요. 

    네이트: 필요한 만큼 써요. (차에 탑승한 매디에게 친절하게) 매디, 칠면조 데이에 뭐 할 거야? 

    매디: 아빠 집. 

    네이트: 오! 아빠네 집, 잘 됐네. 둘 다 아빠네 가요? 아니면... 

    알렉스: 아뇨, 매디만요. 

    네이트: 그렇군요. 추수감사절에 갈 데 없으면... 부모님이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리시거든요. 환영해요. 

    알렉스: 고마워요, 난 일해요. 어쨌든 고마워요. 

    네이트: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추수감사절인데 일해요? 

    알렉스: 네. 짬 날 때마다 일해요. 매디 없을 떄요. 

    네이트: 그렇군요. 언제 우리 집에 털털이 끌고 와요. 차요. 전엔 털털이라고 불렀거든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게... 데이트 신청한 건가 봐요. 하지만... 

    알렉스: 아뇨, 저기... 조건이 붙은 거면 차는 안 받을래요. 

    네이트: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알렉스: 지금 내 인생에 데이트할 여유는 없어요. 

    네이트: 지금 데이트할 여유 없죠. 알겠어요. 

    알렉스: 정말 굉장히 감사해요. 

    네이트: 네, 열쇠 드려야죠.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낸다) 자요. 

    알렉스: 고마워요, 네이트. 

    네이트: 천만에요. 

    알렉스: 진심이에요. 

    네이트: 언제든요. 

    알렉스: 네. 

     

    <해설> 

    얼마 전, 선착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렉스와 매디를 도와 주었던 '친절한 남자' 네이트. 사실, 네이트는 과거부터 알렉스를 좋아했다. 말하자면, 짝사랑했다. 여성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알렉스 주변에는 여러 남자가 꼬였을(?) 텐데, 네이트도 알렉스 주변을 맴돌던 위성 중 하나. 그런 네이트가 차를 빌려 주겠다고 나섰다. 교통사고가 나서 차를 폐차시킨 알렉스에게, 할아버지 때부터 사용하던 차를 빌려주기로 했다. 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 알렉스는 네이트가 보여주는 친절과 배려가 아주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차를 받으려 한다. 

    그런데 네이트가 자꾸 선을 넘는다. 전 부인과 이혼해서 현재 싱글대디인 처지니 아리따운 알렉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 알렉스 처지에선 차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은근슬쩍 데이트 제안을 해 오는 네이트가 부담스럽다. 이 지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해 본다면... 극중 네이트 캐릭터는 착한 남자이니 대단한 흑심을 품고 친절을 베풀지는 않을 터. 그러나, 네이트 마음에는 알렉스에게 향하는 연심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본인은 부인하지만 흑심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알렉스는 추수감사절에도 일해서 매디를 먹여 살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인데, 어찌 연애할 생각을 하겠는가. 알렉스는 허술하고 어리석은 면이 있지만 적어도 '나쁜 엄마'는 아니다.


     

    알렉스: (임시 거주지 우편함에서 어떤 봉투를 발견한다)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쿠폰)" (매디를 내려다 보며) 엄마 뭐 받았게? 

    매디: 뭐? 

    알렉스: 음식, 오늘은 멋진 날이 될 거야. 감이 와. (신나게 어디론가 걸어간다.) 

     

    알렉스: (매디와 함께 슈퍼마켓에 왔다. 정부에서 빈곤층 한부모 가정에 매주 약 8만 5천원씩 식품류를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데, 이 쿠폰을 사용하러 왔다.) [자막]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 67달러 50센트 / 주(week)"

    알렉스: (매디에게) 블루베리 어때? 

    매디: 맛있어. 

    알렉스: 그래? 

     

    알렉스: (쇼핑을 마치고 계산하기 위해서 카운터로 와서 계산원에게) 안녕하세요? 

    계산원: (쇼핑 백으로) 종이요? 비닐요? 

    알렉스: 종이로 주세요.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 쿠폰을 꺼내며) 그리고 이걸 쓰려고 하는데요. 

    계산원: (갑자기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는데, 그 내용이 온 슈퍼마켓에 방송된다.) 가난뱅이 출현! 가난뱅이 출현! 

    알렉스: (쿠폰 허용 금액이 넘어서자 물건 몇 개를 빼며) 얘들은 다음에 살게요. 

    손님 A: (알렉스 뒤에서 '가난뱅이가 왜 여기서 걸리적거리고 있지?' 라는 표정으로 서 있다.) 

    계산원: 67달러 45센트예요. 카드처럼 긁어요. 서류에 있는 비번 누르고. (영수증을 알렉스에게 건넨다.) 

    알렉스: 고마워요. 

     

    <해설>

    알렉스는 빈곤층을 위해서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쿠폰을 받는다. 간만에 괜찮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딸 매디와 함께 슈퍼마켓으로 달려 왔다. 헌데, 다른 사람들이 쇼핑 카트 한 가득 물건을 채우는 동안 알렉스는 쿠폰 한계 금액, 주당 67달러 50센트를 맞춰야 한다. 말하자면, 빈털털이라서 먹고 싶은 만큼 음식 재료를 살 수가 없다. 아마도 마음이 이미 상당히 위축되어 있을 터.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정부 쿠폰을 꺼내드니, 계산원이 갑자기 마이크에 대고 방송을 한다: "가난뱅이 출현! 가난뱅이 출현!" 사람 키보다 높게 진열해 놓은 통조림 더미가 넘어지는 경우, 혹은 누군가 액체를 엎질러서 바닥이 더려워질 경우에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위급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릴 때나 사용하는 마이크다.

    아무리 알렉스가 국가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딱한 처지이지만 이렇게까지 취급받아도 되는 건가?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나? 맞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잠시 줄을 이어 떠오르지만, 웃프게도 이 굴욕적인 장면은 모두 알렉스가 상상한 내용이다. 계산원은 "가난뱅이 출현! 가난뱅이 출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돈을 내지 못하고 쿠폰을 내야 하는 알렉스의 쪼그라든 마음이 귀를 마비시켜서(?) 마치 환청같은 말을 듣게 되었을 뿐이다. '뼈를 때리는 연출'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가난한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을 시각적으로 대단히 생생하게 표현했다. 바로 이런 장면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를 사회복지사 필견 드라마로 소개한다. 돕는 자가 도움을 받는 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른다면 피상적으로 도울 테니까.

     

    <사회복지사 필견 드라마: "조용한 희망" 리뷰 목차> 

     

    사회복지사 필견 드라마: "조용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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