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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뿐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2. 14. 10:25728x90반응형
남는 건 사진뿐
글쓴이: 이정미(한국여성의집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팩을 했는데도 웃고 있다. 35년간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과 1박 2일간 친구 시골집으로 놀러갔다. 잠자기 전에 은수가 가지고 온 팩을 얼굴에 하나씩 붙이고 누웠다. 순영이가 “우리 사진 찍자”고 하여 가운데로 동그랗게 머리를 맞대었다. 작은 핸드폰 화면 안에 일곱 명의 얼굴을 담으려고 각을 잡고 팔도 길게 뻗으며 우리는 웃는다. “경미야, 더 들어와. 진주야, 옆으로 가.” “누구 얼굴이 큰 거야? 우리 다 들어갈 수 있어?” “다 들어갈 수 있어!” 이때 누군가 “웃지마. 주름 생겨” 라고 말하자, 모두 빵 터져서 깔깔깔.
몸이 아팠던 민정이가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손을 다 모으란다. 그리고 또 찰칵하고 찍고 발도 모으라고 하더니 또 찰칵하고 찍는다. 찍은 사진을 보면서 누구 손인지 누가 아직도 손이 예쁜지 이야기하며 또 웃는다. 사진 속 발 주인을 찾느라 또 한참 웃고 떠든다.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 사이, 이렇게 찍은 사진을 10년, 20년 후에도 다시 꺼내 보리라. 그리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추억하며 이 시간으로 돌아와 또 웃겠지? 민정이 말이 맞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뿐이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이정미 원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본 글에 사용된 사람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바꾸었습니다.
_ 이정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피드백 #1 (이재원 글쓰기 코치)
(1) 우와~ 놀랐습니다. 정말 잘 쓰셨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많이 발전할 수 있다니요! 정말로 고심해서 쓰신 티가 났습니다. 노력하신 과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2) (흥분을 가라앉히고) ‘적의것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역시 의식하고 쓰시니 좋아집니다.
(3) 문장이 간결한데도 포화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모든 내용을 구구절절, 장황하게 쓰지 않으셨는데도,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첫 번째 단락,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이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합니다. 첫 번째 문장은 완벽한 도입(소개) 문장입니다. 사진 속 상황을 단번에 전달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장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단히 길게 늘어놓을 수 있는 배경/맥락 정보를 단 한 줄로 요약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상황에 집중하셨습니다. 두 번째 문장 덕분에, 이 글 전체가 구원받았습니다.
(4) 누가 이 글을 보고 ‘글발’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이정미 선배님께서 제대로 각을 잡고 쓰시니 이 정도 글이 나옵니다. 앞으로 쓰실 글이 더욱 기대됩니다. 진심입니다.
피드백 #2 (유영덕 글쓰기 코치)
이정미 원장님 글을 보고 진짜 놀랐어요. 원장님께서 SNS 같은 곳에 본인 일상에 대해서 쓰실 때는 그냥 편하게 쓰셔서 그런지 잘 몰랐는데, 각을 잡고 제대로 쓰시니까 이렇게나 좋은 글을 쓰시네요! 이런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해 보았어요. 이정미 원장님 정도면 굉장히 많은 경험을 쌓으셨겠지요. 그리고 공부를 하면 정말 마음을 들여서 열심히 배우시는 분이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요.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다가 이번 기회에 폭발하듯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내용이나 다른 관심 있는 분야 주제를 잘 잡아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시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시리라 예상합니다.
본인 소감 (이정미)
일단은, 제가 제출한 사진을 계속 뚫어지게 들여다 보았어요. 그러던 중에 사진 속에서 웃는 표정을 발견했어요. 웃는 표졍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에는 이전 수업에서 배운 내용, 특히 이재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외우라고 강조하셨던 부분을 다시 봤고요. 시시콜콜 장황하게 쓰지 말고, 훅 하고 그냥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한참 고민을 했어요. 원래 저는 글을 쓸 때 과거 이야기부터 쭉 훑으면서 쓰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훅 들어가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원래 쓰던 방식으로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정말 훅, 들어가는 방식으로 첫 단락을 썼어요.
그리고 두 번째 단락을 쓰는데, 처음에는 사람 이름을 안 썼어요. 그냥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오늘 다시 읽어 보니 너무 이상하더라구요. 친구가 여럿 나오는데 그냥 친구, 라고 칭하니까 헷갈렸어요. 그렇다고 본명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명을 써 본 거예요. 그랬더니 오히려 더 낫더라구요. 그리고는 친구들이 한 말도 따옴표를 넣어서 생생하게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요. 이렇게 일단 초고를 완성한 후에, 여러 번 읽어 보면서 계속 수정했어요.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빼기도 하고, 표현도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요. (역시, 여러 번 보면서 수정하니까 더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오늘 서사에 대해서 강의도 해 주시고, 공식도 가르쳐 주셨잖아요. 강의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어디서도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단 말이예요. 그래서 막연하게 두렵고 제가 잘 쓰는지 못 쓰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글쓰기를 배우면서, 제가 그동안 글을 쓸 때 정말 생각없이 썼구나, 싶었어요. 문장 구조나 순서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썼던 거죠. 이번 글을 쓰면서 저도 깊이 생각하고 정리했는데, 저도 된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런 내용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글쓰기가 더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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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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