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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가르치려고 '나의 아저씨'를 인용하시다니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2. 27. 22:29728x90반응형
실용적 글쓰기 기술을 배워 보겠다고 전국에서 온라인으로 모인 월요일 클래스. 오늘(2023년 2월 27일)은 설명 중에서도 상술(詳述-뜻풀이) 기술을 배웠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상술(詳述-뜻풀이)이야말로 글쓰기 엔진과도 같은 중요한 기술이다. 평소에 내가 쓴 글에 관해서 사람들이 '술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평가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상술(詳述-뜻풀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기술이다.
오늘 수업 내용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 어떤 사진, 어떤 동영상을 활용해야 학생들이 이 개념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머릿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예전에 무척 인상적으로 보았던 '나의 아저씨' 한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사랑하는 남자가 출가해서 스님이 되어버려서 20년 동안 방황해 온 정희가, 바로 그 장본인(겸덕 스님) 앞에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
정희: 나, 온 몸이 다 아파. 안 아픈 데가 없어. 아침에 눈 떠지는 게 싫고, 눈 뜨면 눈물부터 나. 네가 오면 안 아플 것 같아. 그니까, 와. (이제) 그만 와. 그만 와~ 나 혼자 늙어 죽기 싫어.
겸덕: 밥 먹자. 가자.
정희: 염소 새끼도 사랑하고, 풀떼기도 사랑하면서, 나는 왜 안 사랑해? 너, 너 여기서 득도 못해! 나 같은 지랄맞은 여편네랑 살아봐야 득도하지, 이런 산골에 처박혀서 득도 못해! 내려 와. 여기 확 다 불질러 버리기 전에! 내려 와!
이 장면에서 정희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간단하다. '널 사랑한다/네가 그립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희는 정확하게 이 말을 하진 않고, 온갖 표현을 동원해서 이 말을 다채롭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다! 상술(詳述-뜻풀이)이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채롭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상술 기술을 제대로 적절하게 구사하면 독자는 읽고 있던 글을 내용적으로 꽉 찬 글, 다시 말해서 포화된 글이라고 느끼게 된다.
수업이 끝난 후에, 내가 설명한 내용과 이를 위해 사용한 동영상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 수업 내용이 전반적으로 어땠는지 여쭈어 보면서 살며시 피드백을 요청했다. 물론, 돌아온 피드백 내용은 무척 좋았다. 학생이 내가 설계한 논리 구조를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이해했으니, 선생으로서 성공한 셈이다. 설명 방법 중에서도 정의와 상술을 배우는 수업이 끝나고 학생 제위께서 피드백 주신 말씀을 살펴보자.
A 원장님: 항상 수업 방식이, 그날 배울 내용을 설명해 주시고 그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되짚으니까 자연스럽게 복습이 되어 좋구요. 과제를 함께 리뷰하면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니까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재원 피드백: 제가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포착하셔서 말씀하셨네요.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 그냥 감사합니다.
B 부장님: 저도 비슷합니다. 저는 배운 내용을 내재화하려고 노력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서 어떤 문장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면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설명을 듣고 내가 쓴 결과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특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신감도 조금은 생기는 듯합니다.
이재원 피드백: 하라는 대로 하시면서 그냥 좇아 오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잘 해 오셨고, 그래서 성장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절대로 근거 없이 칭찬하지 않아요. 늘 실제로 잘 하셨기 때문에 칭찬했습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잘 쓸 수 있습니다. 부장님께서는 노력하시는 분이라서, 반드시 향상될 겁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C 원장님: 많이 어려운 개념이 나오는 부분을 쉽게 설명해 주셨어요. 특히, 신문에서 가져오신 예시 문장을 보면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로는 이렇게 적용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 배운 내용 까먹기 전에 얼른 숙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러닝메이트처럼 느껴져서요.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혼자 가면 지치는데,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서로 쓴 글을 보면서 서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원 피드백: 함께 성장하고 계신다는 말씀이 참 인상적입니다. 러닝 메이트, 라는 말씀이 딱 맞네요. 앞으로도 함께 나누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시길 원하고 기대합니다.
유영덕 선배님: 저는 딱 두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산고. 아마 이 글을 쓸 때까지 산고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고를 느낀 만큼 자신감도 생겼으리라 짐작된다. 다들 많이 성장하셨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성장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이재원 피드백: 적절한 비유,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이미 다들 성장하셨고, 앞으로도 더 성장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이재원: 오늘 사용한 동영상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시죠.
유영덕 선배님: 피아노 맨, 공연 실황 동영상은 서사와 묘사를 설명하는데 굉장히 적절한 자료였다고 생각하고요. 특별히, 나의 아저씨 장면은 상술 원리(뜻은 같게, 길이는 길게, 내용은 구체적으로)를 설명하기 전에 보여주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딱 맞는 영상을 골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A원장님: 나의 아저씨, 그 드라마 제가 다 봤는데요, '상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나의 아저씨 장면을 인용한다는 생각은 정말, 이재원 선생님이니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배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동영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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