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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감을 선택하는 방법: 모르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3. 21. 13:04728x90반응형
좋은 글감을 선택하는 방법: 모르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
이재원(2023)
우선, 내가 쓴 글을 읽게 될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누자. 첫째, 나를 아는 독자. 말하자면, 나를 아는 지인. 가족이나 친구를 뜻한다. 둘째, 나를 모르는 독자. 다시 말해서, 불특정 다수. 예컨대, 기관 소식지에 글을 쓴다면, 기관 내부자도 읽겠지만, 기관 외부에 있는 사람들, 즉 나를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가 읽게 된다.
그러면, 첫 번째 범주에 속하는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쓸 때는, 어떤 글감을 선택해야 할까? 독자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를 쓰면 내 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야 한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란 독자가 몰랐던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친구가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만 보였는데, 알고 보니 소심하고 열등감이 많았다면? 평소 아버지께서 늘 도덕적인 말씀만 하셔서 고루하다고 느꼈는데, 젊은 시절 사진을 꺼내 보니 학교 앞에서 침 좀 뱉는(?) 청소년이었다면? 아는 사람 이야기라도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는 '아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다. 모르는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어두운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독자는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고 마음이 움직인다. 이는 인간 마음을 이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 마음에 공감하는 측은지심도 있고, 비교하면서 '나는 괜찮다'며 안도하는 존재니까.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불특정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쓸 때는 어떤 글감을 선택해야 할까? 독자에게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독자는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관심을 받으려면? 그가 관심있는 내용을 쓰면 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알고 그도 아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예컨대, 내가 딸 이야기를 쓴다고 치자. 오로지 내 딸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딸 키우는 모든 사람과 어린 여자 아이를 애정하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쓴다면? 그러니까, 딸만 가진 옷 취향이 아니라 모든 소녀가 좋아하는 옷에 대해서 쓴다면? 독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겠다. 다음 글은 군산나운종합복지관 차정숙 과장님께서 쓰신 글 중 일부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자매 관계 이야기를 글감 삼아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셨다:
제목: 언니가 나는 정말 좋다
<제 1단락>
세상엔 자매끼리 앙숙인 경우가 많다. 이런 자매는 자매는 입고 먹고 자는 일까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사건 하나로도 가열차게 다툰다. 성향이 비슷해도,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그랬다. 언니는 방정맞은 내가 한심했고, 나는 차분한 언니가 답답했다.
<제 2단락>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언니는 진짜 좋은 친구다. (생략)
제 1단락은 여자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매끼리 앙숙인 경우는 보편적인 경험에 가깝다. '우리도 그랬다'라고 쓰고 디테일한 에피소드를 상술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미 내가 펼치기 시작한 이야기 그물에 걸려 들어온 물고기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 방향으로만 계속 나아가면, 글이 지루해질 수 있다. '그래서 뭐?' 독자는 이런 질문을 마음에 떠올린다. 그러니 바로 새로운 이야기, 특수한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 과장님께서는 '그러나' 접속사를 표지판 삼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모르는 사람이 아는 이야기로 접어드니 흥미가 생긴다.
차정숙 과장님께서 쓰신 첫 번째 단락은 전형적인 '서론'이다. 자고로, 서론에서는 두 가지 내용을 반드시 써야 한다. 첫째, 내가 글에서 다룰 주된 글감을 소개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독자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글감에 대해서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기는 내용을 써야 한다.
위 예문에서 제 1단락을 살펴 보면, 서론에 들어가야 하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 첫째, 글에서 다루는 주된 글감인 '앙숙인 자매 관계'를 소개하셨다. 독자가 공감을 쉽게 하도록 디테일한 내용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둘째, 방정맞은 동생과 차분한 언니, 라는 흥미로운 구도로 독자 관심을 끌어당기셨다.
요컨대, 우리는 독자 유형에 따라서 두 가지 전략을 취해야 한다. 첫째, 아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를 쓴다. 독자가 모르는,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다. 둘째, 모르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를 쓴다. 불특정 다수가 독자일 때는 보편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아는 이야기'를 쓴다.<참고: 아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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