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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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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퀴즈 163회, '한우물 특집' 중에서> 

     

    유재석: 우리 작가님께서 원고 쓰실 때 특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고 그래요. 
    김신욱: 제일 나쁜 유형이 '쌀로 밥 짓는 이야기'잖아요.
    유재석: 아~ 당연한 이야기!
    김신욱: (그러면) 또 쌀로 밥 짓네. 오늘 밥을 또 안쳤구나, 네가.
    유재석: 으하하... 전문 용어예요. 
    김신욱: 쌀로 밥 짓지, 그럼 뭘로 밥 짓냐?
    유재석: 그러니까 이게 어떤 얘기냐면, 평범한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 버스를 탔는데 내렸어요.
    김신욱: 밥을 먹었는데요. 배가 불렀어요. 조세호 씨, 유퀴즈 초반에 걷다가 이렇게 묻잖아요? 어, 여름이네요. 덥습니다. 
    유재석: 이런 당연한 이야기!
    김신욱: (유재석 씨에게) 바로 혼났잖아요.
    유재석: 그런 이야기. 이게 쌀로 밥 짓는 이야기.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입니다. 
    김신욱: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제일 원고 쓸 때 제일 안 좋은 게, 모르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 아무런 흥미가 없잖아요.
    유재석: 한마디로 (사람들이) 관심없는 이야기. 
    김신욱: 그렇죠. 프랑스의 피에르씨가 살을 뺐습니다. 관심이 없잖아요. 프랑스의 피에르 씨가 살을 뺐는데 어떻게 하라고. 그 다음 안 좋은 게, 아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 조세호 씨가 살을 뺐습니다. 다 알잖아요. 다 아는데, 왜? 그래서? 
    유재석: 그러면 조세호가 살을 뺐는데 어떤 이야기가 (좋나요)? 
    김신욱: 제일 좋은 거는, 오세호 씨가 살을 뺐는데, 가끔 살을 뺀 거 후회해서, 밤마다 울면서 잠이 든대요. 뭐 이렇게.
    유재석: 그러니까 어찌 됐든 우리가 다 알 만한 분이 한,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최고인 거죠.
    김신욱: 쌀로 밥 지으면 안 되죠, 모르는 사람 얘기하면 안 되죠, 나 혼자 또 이거 관심 있어서 나 혼자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안 되고. 다큐 쓰냐? 그러면서 또 진지해지면 안 되고. 또 끝에는 또 뭔가 좀 재미로 끝나야 되잖아요?
    유재석: 재치 약간. 재치 한 수픈.
    조세호: 그러면 오늘 오픈닝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예를 들면?
    김신욱: 가장 좋은 거는 날씨하고 건강이에요. 요즘 콧물 흘리는 분들이 그렇게 많더라구요. 보시면, 콧물 흘리는 분들은 언제나 계십니다. 항상 계시기 때문에, 그걸 지금 얘기한다고 해서 '요즘 콧물 흘리는 사람이 어딨어?' 이렇게 항의하지 않아요. 맞아요. 요즘 환절기죠? 웬만하면 환절기에요. 그리고 그냥 끝나면 싱거우니까, 오늘도 건강하게 싱글벙글 Go Go Go! 마무리, 노래 쫙 나가고.


    좋은 글을 쓰는 과정은 요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선, 좋은 글을 쓰려면 재료(글감)가 신선해야 한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밋밋한 재료로는 진부한 맛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재료가 품은 맛을 제대로 내는 비법을 담은 레시피(글 구성)를 따라야 한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적절한 순서에 따라 절적한 양으로 조화롭게 조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요리하는 시기와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맞는 테마(주제)가 있어야 한다. 크리스마스인데 떡국을 내 놓을 수 없고, 설날인데 칠면조 요리를 내 놓을 수도 없다. 

     

    신선한 글감을 찾고, 상황과 맥락에 맞는 주제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구성한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이렇게 쓰는데 글을 못 쓰기가 어렵겠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컨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재료인 신선한 글감은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작년 가을 어느 날, 거의 언제나 흥미로운 tvN 토크쇼, '유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가, 아주 훌륭한 방법을 발견했다: MBC에서 24년 동안 방송작가 생활을 해 온 김신욱 작가가 등장해서 원고 쓰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데, 놀랍게도 내가 평소 생각하는 비법(?)을 거의 그대로 소개했다. 

     

    김신욱 작가는 원고 쓸 때 피해야 할 글감 세 가지를 언급한다: (1)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방송국 전문 용어로 '쌀로 밥을 짓는 이야기.' 예컨대, 누군가 돌멩이로 밥을 지었다고 말한다면 관심이 가겠지만, 쌀로 밥을 짓는 이야기는 너무 당연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2) 모르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 우리는 완전히 생소한 이야기에도 특별히 관심을 느끼지 못한다. (3) 아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 첫 번째 경우와 마찬가지. 쌀로 밥을 짓는 이야기처럼, 아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 역시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유재석씨가 슬쩍 정리하며 끼어든다: "그러니까 어찌 됐든 우리가 다 알 만한 분이 한,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최고인 거죠." 사람들이 어떤 글감(소재)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한 방에 정리해 주는 기가 막힌 문장이다. 글감을 선택할 때 우선은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대상을 선택한다. 예컨대, '태극기'를 선택해 보자. 태극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는 좋은 글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 예를 들어서 1882년 태극기를 처음으로 사용한 역관 이응준의 이야기라면? 충분히 좋은 글감이 된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서 준비할 때 힘들고 어렵게 글감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맬 필요가 없다. 문자 그대로, '전혀' 없다. 그대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그 안에서 읽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각을 찾아야만 한다. 글쓰기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사물에 관해서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지만 나는 아는(다시 말해서 나만 아는)' 부분을 세심하게 찾아내서 구체적인 글감으로 삼은 후에, 바로 그 부분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써야 한다. 

     

    김정선 작가는 글쓰기를 '나만의 언어를 모두의 언어로 번역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글쓰기를 '나만의 언어'와 '모두의 언어'라는 양 극단 사이에 이어져있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라고 가정해 보자. '나만의 언어'로만 쓴다면, 읽는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 반면에, 모두의 언어로만 쓴다면, 너무 뻔한 이야기가 나올 터이므로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 따라서 우리는 나만의 언어와 모두의 언어 사이에서 적절하게 타협을 보아야만 한다. 이 과업을 얼마나 부드럽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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