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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제: 싫어도 해야 할 일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3. 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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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숙제, 싫어도 해야 할 일

     

    작성자: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초고>

     

    (소주제문)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해야 할 때가 있다. (상술) 오늘 하루 쉬고 싶지만 꾹 참고 일터로 몸을 이끌어야 하는 일, 먼지 덩어리를 보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청소기를 돌리는 일, 마감일이 코앞에 닥쳐서야 헐레벌떡 책상 앞에 앉는 일, 늦은 시간 퇴근하여 드러눕고 싶은 마음을 누른 채 아이를 씻기고 챙겨야 하는 일 등이다.

     

    (소주제문) 초2가 된 아이에게도 최근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생겼다. (상술) 매일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다. '~에게 감사하다. 왜냐하면 ~ 때문이다'를 써 내는 일을 2주째 계속하고 있다. 할머니로 시작하여 할아버지, 부모님, 이모, 이모부에 사촌동생들까지 매일 한 명씩 등장하더니 어제는 더 이상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친구나 선생님, 책에서 만난 위인도 있으며 동일한 사람에게 다른 내용으로 감사할 일을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생각하는 일조차 귀찮은지 놀고 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저만치 도망간다.

     

    오늘은 새로운 숙제로 '~라면 ~겠다'는 문형도 등장했다. 아이는 장난이 발동했는지 신라면 맛있겠다 라고 써놓았다. 장난치지 말고 다시 쓰라고 하니 이번엔 이렇게 써 놓는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숙제를 내주지 않겠다. 아... 더 이상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아이야, 너를 어쩌면 좋니?)

     

    아이는 숙제하는 일이 정말 싫다고 한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니 집에 오면 재미있게 놀아야 한단다. 집에서 노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노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게다가 숙제는 선생님과 약속한 일이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말해주었다.

     

    잔소리처럼 들릴 말을 잔뜩 늘어놓고 나니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기 싫어도 미루지 말고 하라는 저 말은 아이에게 할 게 아니라 나에게 해야 할 말이다.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지면 그제서야 벼락치기로 완성한다. 미룬 시간 동안 마음은 무겁고, 후회만 가득 남는 경험을 셀 수 없이 했다. 아이에게 그런 경험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야. 앞으로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때가 더 많아질거야. 어쩌겠니. 그래도 해야지. 하는 수밖에...


    <실시간 피드백> 

     

    박지선: 이재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 X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처음엔 습관, 루틴에 관해서 생각하고 쓰다가 구체적으로 쓰기가 어려워서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다시 생각하고 쓰느라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설명 공식을 다 갖추지는 못했고, 한 단락으로 정리하란 말씀도 지키지 못했지만, 원래 쓰려고 했던 습관과 루틴보다는 그나마 조금은 정리된 내용이라 생각하여 제출합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재원: 박지선 선생님, 이젠 하산하셔도 되겠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 나왔습니다. 역대급으로 좋습니다. 제가 처음 글쓰기 클래스에서 강조헀던 좋은 글 세 가지 기준 기억하시죠? 솔직한 글, 쉬운 글, 깊은 글. 이 세 가지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그리고 '적의것들'도 애써서 지워내시려고 노력하신 티가 납니다. 구성도 기가 막히고, 유머 한 스푼까지 덧붙이시고, 암튼 아주 좋습니다. '옥의 티'가 조금 있는데, 이 부분만 조금 고쳐 드릴게요.


    <첨삭본>

     

    (소주제문)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해야 할 때가 있다. (상술/예시) 오늘 하루 쉬고 싶지만 꾹 참고 일터로 몸을 이끌어야 하는 일, 먼지 덩어리를 보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청소기를 돌리는 일, 마감일이 코앞에 닥쳐서야 헐레벌떡 책상 앞에 앉는 일, 늦은 시간 퇴근하여 드러눕고 싶은 마음을 누른 채 아이를 씻기고 챙겨야 하는 일 등이다.

     

    (소주제문) 2 초등학교 2학년이아이에게도 내 아들에게도 최근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생겼다. (상술-서사) 매일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다. '~에게 감사하다. 왜냐하면 ~ 때문이다'를 써 내는 일을 2주째 계속하고 있다. 할머니로 시작하여 할아버지, 부모님, 이모, 이모부에 사촌 동생들까지 매일 한 명씩 등장하더니 어제는 더 이상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친구나 선생님, 책에서 만난 위인도 있으며 동일한 사람에게 다른 내용으로 감사할 일을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이젠 생각하는 일조차 귀찮은지 넌덜머리가 나는지 놀고 와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저만치 도망간다.

     

    [서사] 오늘은 새로운 숙제로 '~라면 ~겠다' 문형도 등장했다. 아이는아들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신라면 맛있겠다’ 라고 써놓았다. 장난치지 말고 다시 쓰라고 하니 이번엔 이렇게 써 놓는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숙제를 내주지 않겠다.’ 아... 더 이상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아이야 아들아. 너를 어쩌면 좋니?)

     

    아이는아들은 숙제하는 일이 정말 싫다고 한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니 집에 오면 재미있게 놀아야 한단다. 집에서 노는 일도 필요하지만 물론, 집에 오면 신나게 놀아야겠지만 이제는 노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여러 가지 일에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숙제처럼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 말해 주었다. 게다가 숙제는 선생님과 약속한 일이니 숙제를 열심히 하기로 선생님과 일단 약속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말해 주었다.

     

    (도입) 잔소리처럼 들릴 말을 잔뜩 늘어놓고 나니,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소주제문) 하기 싫어도 미루지 말고 하라는 말은 아이아들에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다 한다. (상술)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지면 그제서야 벼락치기로 완성한다. (상술) 미룬 시간 동안 마음은 무겁고, 후회만 가득 남는 경험을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그래서 인생 선배로서 아이아들에게 그런 경험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뼈저린(?) 지혜를 알려주고 싶었지도 모른다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이야아들아. 앞으로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때가 더 많아질거야순간을 많이 마주할거야. 어쩌겠니. 그래도 해야지. 하는 수밖에...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일단 감탄부터 해야겠습니다. 우와! 정말 잘 쓰셨습니다. 더 배우실 이유가 없어 보일 정도로 잘 쓰셨습니다. 선생으로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드립니다. 첫 문장부터 기가 막히고요.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내 이야기로 연결하시는 솜씨도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고전적인 전략입니다.) 그 다음에 서사로 넘어가서 아들과 함께 나눈 경험을 핵심만 뽑아서 잘 정리하셨고요. 후반부에 내 생각으로 넘어와서 통찰을 정리하시는 부분도 끝내줍니다. 심지어 마지막 부분에 여운을 남기시는 문장도 좋고요.

     

    2. 묘하게 생기가 떨어지는 문장이 여전히 많습니다. 박지선 선생님께서는 신중하신 분이라서, 문장을 생기있게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시면, 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례를 적어 두었습니다. 언제나, 주어를 사람으로 놓고 주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구성하시려고 노력하시며 좋겠습니다.

     

    집에서 노는 일도 필요하지만 물론, 집에 오면 신나게 놀아야겠지만

    숙제는 선생님과 약속한 일이니 숙제를 열심히 하기로 선생님과 일단 약속했으니

     

    3. ~하는 게, ~라는 게, 해야 할 게. 이 어구에서 ‘게’는 ‘것이’를 줄인 말입니다. ‘적의것들’ 생각 나시죠? 문장에 것이 들어가면 명사가 살고 동사가 죽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게’도 조심하세요.

     

    4. 정말 극찬하겠습니다. 잘 쓰셨어요.


    <실시간 피드백> 

     

    박지선: 아... 선생님, 칭찬받을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주신 말씀이 더 기쁘게 들리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블로그에 올리신 글 읽으면서 흉내를 내 보려 했습니다. 첨삭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쳐주신 글 읽으면서 어휘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사람을 주어로 만들어서 주체를 강조하기나 '적의것들'을 놓치고 있다니요. 스스로 꿀밤도 줬습니다. 아무쪼록 계속해서 잘 부탁드립니다. 

     

    이재원: 다시 읽어 보니, 마지막 부분을 조금 고쳐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좋아하라, 가 아니라 삶이 원래 그러하니, 대략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가면 좋겠다, 정도 톤으로요. 그리고 제가 쓴 글을 참조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글을 참조하셨는지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박지선: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를 여러 편 읽고 참조했습니다. 어느 하나는 아니고요. 

     

    이재원: 참고하셨다니, 영광입니다.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박지선: 늘 좋은 글 읽을 수 있도록 공유해 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 

     

    이재원: 이번 기수 학생을 가르치면서, 특히 박지선 선생님처럼 겸손하게 배우시면서 크게 성장하시는 분을 뵈면서, 제가 선생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더욱 명료하고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감사해요.

     

    박지선: 저는 배우고 익히는 속도가 느리거든요. 요령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학생에게 칭찬해주시면서 더 잘 쓸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재원: 음... 마지막 단락을 조금만 더 희망적으로 써서 제출해 주세요. 나중에 우리 현서가 엄마 글을 읽을 수도 있잖아요. 현서가 엄마를 좀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면 좋겠네요. (아빠의 마음)

     

    박지선: 예. 맞아요. 하기 싫은 일을 잘 해 내는 좋은 방법을 저도 깨우치지 못해 할 수 밖에 없다고 끝냈는데 찝찝했어요. 잘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원: 그러니까요. 음, 제가 전공한 해결중심에선 이렇게 이야기해요. '모든 부정적인 상황이나 일에는 그럴 만한 좋은 이유가 있다'고요. 

     

    박지선: 생각이 완전히 전환되네요. 갑자기 속시원한 느낌이... 

     

    이재원: 어쩌면 우리 사회 고질적인/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에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한다고 강제로 가르치는 문화나 태도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드님 말씀이 맞잖아요. 초등학교 2학년인데, 열심히, 신나게, 힘 닿는 데까지 놀아야죠. 

     

    박지선: 예, 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이예요. 그래서 아들에게 뭐라 말해줘야 할지 막막했어요. 

     

    이재원: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하기 싫은 일은 조금 해야겠지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 않게, 대체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발전하면 좋겠어요.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딸에게 밥 먹일 때, 제 마음대로 안 먹고 고개를 저으면 억지로 먹일 때가 있어요. 하하. 그리고 반성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싫을 때 싫다고 말할 수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억지로 해서 진짜로 잘 할 순 없잖아요. 

     

    박지선: 맞아요. 

     

    이재원: 음... 브라질 사람이 축구를 엄청 잘 하는데요, 어릴 때 축구는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래요. 재미있으니까, 정말로 열심히 하는 거죠. 제가 별 이야기를 다 하네요. 음... 하지만 이런 내용도 다 담아서 글을 발행해야겠어요. 글쓰기 함께 배우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박지선: 오~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재원: 마지막 부분만 조금 고쳐 보세요. 

     

    박지선: 네, 생각하고 고치겠습니다. 

     

    이재원: 일단 글은 발행하고, 고쳐 주시면 나중에 추가로 수록하겠습니다.


    <동료 피드백> 

     

    A 선생님: 저 이야기 들으면서, 저는 일단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이가 막 숙제하기 싫어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느껴지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또 그 모습이 내 모습하고 오버랩되는 엄마의 마음은, 아이를 생각할 때 참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는 다르게 살았으면, 잘 살았으면 바라는 마음도 느껴지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이재원 선생, 최종 피드백> 

     

    서론에서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만 알고 있는 특수한 이야기와 연결하여 본론으로 툭, 치고 들어오시는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우리는 나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 독자가 나만의 특수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론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경험한 특수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는 넓은 이야기 범주 안에 넣어서 풀어내야 합니다. 서론에서는 '사람들도 알고, 나도 아는 교집합'을 제시해야 합니다. 

     

    1. 서론 단락: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참고 해야 할 때가 있다. + 상술(예시) 

    2. 본론 첫 단락: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내 아들에게도 하기 싫은 일이 하나 생겼다. + 서사 

     

    그래서 서론 첫 문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글감 중에서, 내가 관심을 쏟은 글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해야 하거든요. 오늘 글에서 박지선 선생님께서는 머릿 속에서 떠 다니던 생각을 잘 잡아서 예리하게 자른 후에, 소주제문으로 바꾸시고 두괄식으로 서론 단락 앞에 탁,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서론 첫 문장만큼이나 본론 첫 문장도 중요합니다. 서론 첫 부분에서 간결하게 소주제문으로 제시한, 일반적인 글감을 나만의 특수한 이야기로 끌고 들어와야 하니까요. 박지선 선생님께서는 '우리가'에서 '내 아들에게도'로 툭, 하고 가볍게 들어오셨는데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두괄식 단락 전개 방법을 아주 잘 보여주셨습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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