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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야, 네 이름을 꼭 기억할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4. 24. 21:02728x90반응형
제목: 팬지야, 네 이름을 꼭 기억할게
글쓴이: 박정은 (장애인보호작업장 빛과둥지 사무국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꽃샘 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봄이 슬며시 다가오면, 길가에 심어놓은 각양각색 꽃이 반갑게 인사한다. 우리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꽃은 팬지. 나는 팬지를 볼 때마다 10살로 돌아간다.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만지고 가면 따뜻한 햇볕이 조용히 따라와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봄이예요.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은이는 3학년이 되었어요.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침, 선생님께서 화분 두 개를 들고 교실로 들어 오셨어요.
“봄이 되면 많은 꽃이 길가에 피지요. 봄에는 어떤 꽃이 피나요?”
“개나리요”, “진달래요.”
“봄에 피는 꽃으로 개나리, 진달래를 많이 알고 있지요. 우리 봄에 피는 꽃 몇 가지 더 알아보기로 해요. 화분에 피어난 이 꽃은 데이지, 그리고 이 꽃은 팬지에요.”
선생님께서는 봄에 피는 꽃 이름을 가르쳐 주셨어요.
“내일은 오늘 알게 된 꽃 이름을 물어 볼게요. 이름을 기억해 오세요.”
“꽃 이름이 뭐였더라? 나비 모양처럼 생긴 꽃이었는데, 뭐였더라?”
오늘 은이는 수업시간에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꽃 이름을 못 들었어요. 내일 학교에 가면 꽃 이름 맞추기 퀴즈를 내신다던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집에 가서 신나게 놀았어요.
다음날 아침,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자, 어제 배운 꽃 이름을 맞춰보도록 해요. ‘이 꽃의 이름은 팬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
은이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친구들 모두 손을 들었어요.
‘어, 나만 손을 안 들었네. 저 꽃이 팬지였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들처럼 손을 들어야 하나? 내 생각에는 팬지가 아닌 것 같은데.’ 은이는 고민했어요.
“자, 그럼 이 꽃이 팬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
선생님께서는 손을 들지 않은 은이를 바라보셨어요.
”틀려도 괜찮아요. 자신이 생각한 이름에 손을 들어도 돼요.”
은이는 꽃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팬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어제 은이가 기억한 팬지는 나비 모양 꽃이었어요. 그런데 저 꽃은 보라색에 꽃잎도 크고 나비 모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혼자 손을 들었어요.
“자, 이 꽃의 이름은 팬지에요.”
결국, 반에서 은이 혼자 문제를 틀렸어요. 은이는 순간 ‘나 혼자 틀렸네’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혼이 날까 봐 겁이 났어요. 친구들이 ‘어머, 은이만 꽃 이름을 못 맞췄어’ 라고 수군거릴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 꽃 이름은 팬지에요. 모두 꽃 이름을 잘 맞췄어요. 그리고 오늘 꽃 이름을 맞추지 못했지만, 자신 있게 손을 든 은이에게 우리 모두 박수쳐 줍시다.”
짝짝짝! 친구들은 선생님 말씀에 따라 은이에게 박수쳐 주었어요. 그러자 은이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은이는 오늘 꽃 이름을 맞추지 못했지만, 아마도 우리보다 꽃 이름을 잘 기억할 거예요. 틀려도 괜찮아요. 틀리면 배우면 됩니다. 우리 이제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틀리면 배우는 어린이가 되어요.”
“네”
은이는 혼자 꽃 이름을 틀려 창피했어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을 듣고, 반 친구들이 쳐준 박수로 용기를 얻었어요. 그리고 ‘선생님 말씀처럼 틀리면 배우면 되니까 겁내지 말고 손들어 발표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쉬는 시간, 은이는 창가에 놓인 팬지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팬지야, 미안해. 이제는 네 이름을 꼭 기억할게!”
지금까지 소개한 이 작은 일을, 나는 30년이 지나도록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작은 일을 겪은 후로 내 삶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간단하다. 이때부터 나는 살면서 틀리는 일을 잘 견디고, 심지어 즐기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그만이고, 새롭게 배우면 그만이니까.
흥미롭게도, 팬지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다. 꽃말처럼, 나는 앞으로도 계속 팬지를 생각할 듯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3년 시절 담임 선생님이셨던 이인희 선생님과 당시 내 모습도 기억할 듯하다.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 틀리면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 은혜를 기억할 듯하다.
<이재원 선생 최종 피드백>
박정은 국장님! 작지만 아름다운 사연을 일반 버전과 동화 버전으로 나누어 쓰셨지요. 그런데 왠지 두 버전을 섞어서 배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일반 버전으로 시작해서 동화 버전으로 들어가고, 다시 일반 버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구조를 짜니, 일반 버전이 마치 과거로 들어가는 문(출입구)처럼 느껴지네요? 사실, 이 이야기에서는, '(성인이 된 내가) 틀리는 일을 잘 견디고, 심지어 즐기게 된' 사연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발전하신 폭만 생각한다면, 박정은 국장님께서 여러 학생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발전하셨어요. 처음에 자신 없어 하시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렇게나 짜임새 있게 동화 글을 쓰셨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장님께서는 참 맑은 분이시죠. 국장님 마음처럼 맑은 마음에는 동화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멋진 졸업 작품(심지어 동화!)으로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을 좋아하신다는 개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난히 맑고 곱다는 강점을 앞으로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 많이 노력하시고 공부하셔야겠지만, 고운 그림과 글을 함께 만들어 아이들 마음을 맑게 정화하는 동화 작가가 되시면 좋겠어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고운 글이 증거입니다. 자녀에게 읽어 주세요. 국장님께서 창조하신 동화를 듣고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많이많이 궁금합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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