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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4. 10. 06:45728x90반응형
이재원의 어법공부 #01
_ "제가 책임지고 교육시키겠습니다."
_ "해고시키면 가만히 안 있을걸요?"
_ "좀 더 빨리 도피시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시키다'를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아무 때나, 무엇이나 시킨다.
_ "제가 책임지고 가르치겠습니다."
_ "해고하면 가만히 안 있을걸요?"
_ "좀 더 빨리 피하도록 도웁시다."
이렇게 고쳐 쓰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곱게 들리는데, 여전히 시킨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보았다. 동사 '시키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누구에게)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 (예) 선생님은 지각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셨다. 전형적인 사역(부릴사 使/부릴역 動) 의미다. 둘째, '음식 따위를 만들어 오거나 가지고 오도록 주문하다.' (예) 어머니는 중국집에 자장면 두 그릇을 시키셨다. 일반적인 뜻에서 '음식' 쪽으로 파생된 뜻이다.
본동사 '시키다'가 문제가 아니다. 접미사인 '-시키다'가 문제다. 특히, 두 글자로 구성된 한자어에 붙어 있는 경우가 초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접미사 '-시키다'가 나온다. '사동'의미를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라고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례로 제시한 단어를 보자.
교육시키다.
복직시키다.
오염시키다.
(1) 교육시키다
분명히, '-시키다'는 사역 의미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육시키다'를 둘러싼 의미 맥락은 이렇다: (ㄱ)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 A가 있다. (ㄴ) A가 배워야 하는 지식/정보 Z가 있다. (ㄷ) A를 교육할 수 있는/교육해야 하는 사람 B가 있다. (ㄹ) B에게 명령 내지는 권고할 수 있는 사람 C가 있다. 따라서, (ㅁ) C가 B를 시켜서 A에게 Z를 가르치다.
헌데, 조금 이상하다. 우리가 보통 '교육시키다'를 사용할 때는, 누굴 시켜서(간접적으로) 교육한다는 사역 의미가 아니다. 본인이 직접 교육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제가 교육시키겠습니다' 라고 말할 때는 내가 직접 가르친다는 의미다.
(2) 복직시키다
마찬가지다. 만약에 '(내가) 아무개를 복직시키겠다'라고 말한다면, 두 가지 뜻이 된다: (ㄱ) 누군가(실무자)를 시켜서 아무개가 복직하도록 하겠다. (ㄴ) 내가 직접 움직여서 아무개가 복직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이 말을 사용할 때는, (ㄴ) 의미로 많이 쓴다. 사역 의미가 아니라 그냥 타동사 의미로 사용한다.
(3) 오염시키다
마찬가지다. 만약에 '독극물이 한강을 오염시켰다'라고 말한다면, '독극물이 누군가를 시켜서 한강이 오염되도록 만들었다'라는 뜻이 아니다. '독극물이 직접 작용해서 한강을 더럽혔다'는 의미다. 사역 의미가 아니라 그냥 타동사 의미로 사용한다.
글머리에 든 사례로 돌아간다.
_ "제가 책임지고 교육시키겠습니다."
_ "해고시키면 가만히 안 있을걸요?"
_ "좀 더 빨리 도피시키면 좋겠습니다."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A) 한자어 단어에 접미사 '-시키다'를 붙였다. (B) 원래 '-시키다'가 품은 '사역' 의미는 증발해 버렸다. (C) 그냥 타동사가 되었다.
결국, 모두 잘못 썼다. '-시키다'를 빼고 그냥 타동사를 써도 자연스럽다. 이때 순우리말을 살려쓰면 더욱 좋겠다.
_ "제가 책임지고 가르치겠습니다."
_ "해고하면 가만히 안 있을걸요?"
_ "좀 더 빨리 피하도록 도웁시다."
<덧붙임>
'있을 걸요'가 맞을까? 아니면 '있을걸요'가 맞을까? '있을걸요'가 맞다. 'ㄹ-걸요' 자체가 어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띄어 쓰면 안 된다.
<이재원의 어법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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