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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미터 (응? 싫다고? 택시 타자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5. 25. 08:30728x90반응형
글쓴이: 홍유진 (인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2019년 9월 5일, 대학 동기 세 명과 공강시간에 영화를 봤다. 영화 제목은 '47미터'. 주인공과 친구들이 심해 47미터까지 빠져들어 상어에게 쫓기는 공포영화다. 영화는 서늘하게 잘 봤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
그렇다. 영화관을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영화 주인공들처럼 물에 쫄딱 젖어 폭우에 쫓길(?) 줄 몰랐다. 영화관에서 학교까지 900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 우리에겐 우산도 없다. 우리는 편의점에 남아있던 우비 2개를 사서 두 사람당 하나씩 뒤집어 썼다. 그리고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빗속을 미친듯이 뛰었다.
정신없이 뛰는 와중에도 우린 “우비를 좀 더 당겨도 돼”라고 말하며 서로 배려했다. 그래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기에 우린 이미 쫄딱 젖었고, 지금까지 뛴 거리가 아까웠다. 우리가 평소에 택시를 잘 타지 않는 빈털터리(!) 학생이라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절친이라서 생긴 즐거운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비슷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택시를 잡아 탈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피식, 웃게 된다. 호주머니는 비어 있었지만 친구들 우정 덕분에 마음은 든든했던 시절. 왠지 오늘은 그때 그 친구들과 함께 다시 비를 맞으며 신나게(?) 뛰어보고 싶다. 친구들아, 900미터 달음박질, 어때? 응? 싫다고? 택시 타자고?
<글쓴이 피드백>
사실, '900미터'라는 제목은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지은 제목이 아닙니다. 그 당시 우리 중 누군가(희미한 기억으로는 아마도 제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영화에서는 물 속에서 47미터를 헤엄쳤는데 우리는 빗속에서 900미터를 뛰었네." 이 말을 듣고 모두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웃었지요. 대학을 졸업한지 3년이 넘은 지금, 그리고 제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믿기지 않는 요즘, 이 글을 쓰면서 동기들과 폭우 속에서 학교 주변을 뛰었던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지난 번에 생활 속 사진을 택해서 글을 쓰는 과제를 받아서, 열심히 썼지만 너무 장황하게 썼지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많이 수정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했고, 결과물이 썩 괜찮네요. 물론, 이번에도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으면서 여러 모로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기본적으로 아주 잘 썼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칭찬을 받고 보니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제 글쓰기 실력에 마음이 설렙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현재 인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 중이신 홍유진 선생님(지역복지팀)은 패기 넘치는 젊은 사회복지사입니다. 청춘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잘 풀어내셨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간결하게 쓰셨지만, 내용적으로는 밀도가 높습니다. 이야기에서 불필요한 군살을 잘 발라내고 중요한 뼈대를 제대로 추려내셨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잘 포화(飽和)된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다들 자기 삶 속에서, 혹은 기억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찾아볼 듯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여름날, 우산을 폈는데 거꾸로 뒤집히고 찢어져서 그냥 버리고 빗속을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제 몸은 비로 흠뻑 젖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달렸기에 든든했던 마음, 저도 추억 속에서 다시 한 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유진 선생님께서 보여 주셨듯이, 글감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글감은 글쓴이가 만듭니다. 의미를 부여하면 좋은 글감이 됩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은, 글감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하고 다시 느껴보면서 마음을 정리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평범한 소재라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주제를 포착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생각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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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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