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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경씨, 이거 먹어요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5. 3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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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수경씨, 이거 먹어요.

     

    글쓴이: 배수경 (청학장애인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종현씨는 참 다정하다. 직원(사회재활교사)이 업무로 힘들어 보이면 늘 슈퍼에서 간식(커피, 과자 등)을 한아름 사서 무심히 건네준다. 2009년부터 그룹홈에서 일하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으로) 많이 의지했던 분이다. 첫 아이 출산과 동시에 퇴사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다시 일하게 되었고, 종현씨가 살고 있는 그룹홈 옆 그룹홈에서 근무했다. 창문만 열면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종현씨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시각장애인 시설로 이사갔다. 

     

    그리고 2개월 만에 종현 씨를 만나 야구장에 갔다. 함께 이동하는 내내 종현씨는 그곳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잘 하고 계신 듯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종현씨가 조심히 말했다. “수경 씨가 보고 싶어 혼났네.” 역시 종현씨는 내 속마음을 읽고 다정하게 말 한 마디 건네줄 수 있는 분이다. 그런데 종현씨는 야구장에서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와 등을 지고 앉아서, 치킨과 떡볶이를 먹을 때만 앞을 봤다. 속상해서 이유를 물어도 말없이 웃기만 한다. 

     

    어느덧 야구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종현씨는 여느 때처럼 평가와 격려가 담긴 이야기를 했다. “아~ 야구 재미있었네. (내가 응원한 팀이) 져도 재밌어. 수경 씨! 고생했어요.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종현씨는 어째서 경기 내내 등만 보여 줬을까? 그런데 함께 이동하는 동안 종현씨가 자꾸 배를 만졌다. 나는 물었다. “속이 안 좋으세요? 체한 것 같아요?” 머뭇거리던 종현씨는 이야기 했다. “마음이 쓰려요. 또 언제 봐요?” 이 말을 남기고 종현씨는 현 거주지로 들어갔다.

     

    마음이 복잡했다. 하루 동안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다. 오랜만에 종현씨를 만나서 참 기뻤다. 등을 돌리고 계실 때는 서운하며 화가 났다. 야구 응원은 즐거웠다. 마음이 쓰리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도 슬펐다. 예전처럼 자주 만나고 종현씨가 사주는 간식을 받기는 어렵다. 안부도 전화로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며, 또는 창문으로 매일 안부를 건네며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가 추억으로 남았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되면 언제든 가서 만날 수 있어 좋다. 종현씨! 우리 자주 만나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배수경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본 글에 등장하는 이름은, 글쓴이 이름을 제외하면 모두 가명입니다. 

    _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회전목마 클래스에 신청한 이유가 바로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그룹홈에서 지원하는 분들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잘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따뜻한 사람들인지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 중 종현 씨에 대해 글을 쓰려니,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아 정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장황하게 썼던 글을 지우고 고치며, 사람들에게 종현 씨를 잘 소개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종현 씨와 나눈 추억이 많기에 차고도 넘치는 글감이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이 글감을 계속 꺼내서 진솔하게 쓰고 싶습니다. 

     

    (2) 수업을 듣고 첨삭지도를 받으면서 느낀 점


    저는 글쓰기를 좋아해서 이재원 선생님께서 열정적으로 해 주시는 강의가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그래서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하지만 배운 내용을 적용해야 하기에 글을 쓰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통째로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봐야 한다는데 일에 쫓기다 보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매번 기쁘게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설렙니다. 기대됩니다. 좋습니다. '(김희애 목소리로)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이재원 선생 피드백> 

     

    저는 거의 언제나 제가 쓴 글이나 제가 가르친 학생이 쓴 글을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보여 줍니다. 그러면 제 아내는 읽자마자 솔직하게 평가를 해 주는데, 직관력이 매우 뛰어나서 정확하게 평가합니다. 이번에 배수경 선생님께서 쓰신 글도, 아내는 읽자마자 '좋다'고 평가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참 좋은 글입니다. 

     

    제 아내도 사회재활교사로 그룹홈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가 끝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울컥, 하는 지점이 있네." 종현씨께서 경기 내내 등만 보여 주셨다는 이야기, 자꾸 배를 만지셨단 이야기, 그 끝에 "마음이 쓰려요, 또 언제 봐요?"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 이 대목에서 울컥, 했답니다. 

     

    저도 다시 읽어 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배수경 선생님께서도 위 피드백에서 적으셨듯이, 우리가 어떤 글감에 대해서 글을 쓸 때, 무조건 많이만 쓴다고 우리 생각이나 감정이 독자에게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수록 오히려 적게 쓸 때, 그래서 여백을 남길 때 알 수 없는 여운이 짙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쌓은 수많은 경험을 글로 정리해서 사례집 등으로 묶어 내고 싶다고 말하는 동료를, 저는 많이 만납니다. 헌데, 실제로 글을 받아서 읽어보면, 내용은 너무 좋은데, 정리가 안 되어 있고 길기만 해서 아쉬울 때가 무척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쓰기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가치나 철학을 드러내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존재 자체가 가치와 철학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따로 강조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바는, 체계적으로 배운 글솜씨입니다. 국어 실력입니다. 재료가 좋으니 요리 기술과 레시피만 익히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솔하게 실천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시는 배수경 선생님께서 건강하게 방향을 찾으셨다고 확신합니다. 마음에 담겨 있는 수많은 종현씨를 제대로 표현하시려거든, 오히려 많이 쓰고 싶은 마음을 참고 적게 쓰시면서, 핵심 내용을 제대로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쓰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에 쓰신 기록처럼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제 4기 모집 안내>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제 4기(금요반)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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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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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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