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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뙤약볕 아래에서 등산하는 이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8. 07:16728x90반응형
내가 뙤약볕 아래에서 등산하는 이유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헉헉헉, 숨이 차오른다. 점점 숨이 짧아지고 가빠진다. 인적 드문 등산로에서 땅을 박차고 내딛을 때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린다. 완만한 길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오늘은 지름길을 택했기 때문에 더 가파른 길에서 숨이 차오른다. 다리가 뻐근하고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경사가 눈앞에 보인다. 마지막 저 경사진 계단만 오르면 탁 트인 도솔산 정상과 그 아래 아파트들 사이 갑천도 보이겠다. 재빨리 발걸음을 놀려보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숨이 턱끝까지 이르러 마음대로 안 된다. 서두른다고 서둘렀건만 해가 떠서, 때이른 여름날씨는 벌써 28도를 넘었다. 땀이 송글송글 차올라 등뒤로 또르르 흐른다.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 마지막 걸음을 떼고 나니 도솔산 보루 지표석이 보인다. 정상이다.
운동을 싫어하고 산은 더 싫어한 나였다. 25년전 겨울 치악산에 올랐다가 굴러서 죽을뻔한 뒤로 산을 오르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볼링과 헬스는 즐겁게 누렸는데 코로나팬더믹이 시작되고 사람들 많은 곳엔 갈 수가 없게 되어서 아예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우스개소리로 말하는 '확찐자'가 되었다. 체중이 무려 12kg나 늘어나자 여기저기에서 건강이 악화되는 신호가 나타났고, 살기위해 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등산을 시작했다. 나지막한 동네 뒷산을 오르기에 등산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해발 209m 정상에 서서 내려다 보면 마음이 탁 트이고 성취감이 돋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챙넓은 모자를 쓰고 눈만 빼꼼 내민 채 낑낑대며 도솔산을 오른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권송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점
글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글쓰기는 재미있다. 사진과 구도에 대한 수업을 듣고난 후 수업을 함께 듣는 사람들이 바로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공유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는 등산중이었기 때문에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단톡방으로 전송했다. 한여름 땡볕아래 등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저리 주저리 설명했더니 글이 너무 길어졌다. 그래서 단락을 나누어 다시 썼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남편에게 읽어주니 남편이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며칠간 묵혀두었다가 어느날 퍼뜩 생각이나 후루루뚝딱 썼다. 써놓고 내심 뿌듯했다. 남편도 칭찬일색이다. 며칠 동안 끙끙대며 쓴 글은 형편없고, 갑자기 끌리는 감정대로 쓴 글은 재미있다니 참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글쓰기는 재미있고도 어렵다. 어쩌면,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이, 찜통속 옥수수처럼 내가 쓴 글이 잘 포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2) 첨삭 지도를 받으면서 느낀 점
내 글은 항상 빨간펜이 가득하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조금 적게 빨간펜을 쓰시리라 내심 바랐는데, 아니다. 오늘도 검은색 글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이 가득하니, 언뜻보면 태극기를 흩어놓은것 같다. 부끄럽긴 해도 '선생님, 글 한 편 더 봐 주세요' 라며 손을 들었다. 왜냐하면, 첨삭을 받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서로 다른 학생이 쓴 글에 대해 칭찬하고 용기주고 응원해 줘서 좋다. 하지만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들으면 더 좋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 주고, 내가 알지 못하는 습관을 지적해 주면, 무릎을 탁, 치며 듣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재원 선생님께서 콕, 집어주시는 방향성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같다. 선생님께서 첨삭 지도해 주신 덕분에 글이 힘차게 일어난다. 그래서 오늘도 '선생님 첨삭해 주세요' 라고 말씀 드리며, 보여 드린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습관은 무섭습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쌓여서 퇴적된 깊은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습관을 고친 사람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맞아요.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지금까지 운명을 일부 바꾸셨고, 앞으로 더욱 많이 바꾸시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바꾸실 필요는 없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원장님 강점과 개성은 지키시길 바랍니다. 특히, 이번 글 첫 번째 단락에서는 권송미 원장님께서 뛰어난 표현력을 유감없이 잘 발휘하셨잖아요. 그래서 글을 함께 읽은 동료들께서도 입을 모아 말씀하셨지요: "원장님과 함께 도솔산을 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척 아플 수도 있는 빨간펜을 좋아하신다니, 앞으로 좀 더 꼼꼼하게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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