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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이 되어줄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 07:55728x90반응형
제목: 디딤돌이 되어줄게
글쓴이: 전양희(해피홈 보육원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한 아이를 돌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나처럼 보육원에서 아이 50명을 돌보는 사람 심정은 어떠랴. 매일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이 무겁다. 한편, 누구에게나 삶은 쉽지 않겠지만,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절대 녹록치 않다. 애착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자기 표현이 미숙하여 종종 싸우다가 폭력 사건으로 번질 때도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육원에 산다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의기소침해 한다.
A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일을 하러 나간 아버지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아 OO살 때 보육원에 맡겨졌다. 초등학교 다닐 때 OOO 수술을 받았으나 건강하고 귀엽게 웃는 아이로 잘 자라주었다. 하지만 A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진심으로,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비행 청소년’이 되어 갔다. 오토바이를 훔치고, 학교 폭력에 가담하고, 여러 번 가출하면서, 치료보호시설로 옮겨가게 되었다.
나는 보호자로서 격주로 면회를 다니면서, 지금은 비록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아이가 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길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아이는 그곳에서 잘 적응했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나는 아이가 말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라고 믿었고, 새롭게 출발을 다짐하면서 시설로 돌아왔다.
A는 재입소한 후 한동안 잘 지냈다. 그리고 검정고시에서도 합격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젠 키도 커지고 힘도 세져서 도무지 통제할 수가 없었다. 소년보호 관찰대상으로 지켜야 할 야간 외출 제한, 가출 금지, 불량 교우 만나지 않기, 야간 전화 인증하기 등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A는 보이지 않는 위협 요소가 되어, 함께 사는 동생들이 불편해하고 불안해했다. 직원들과 팀장마저 리더인 나에게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힘들어했다. 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세대주이며 법정대리인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도왔지만, A가 거듭해서 비행을 저지르자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입소를 반대한 직원들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다. ‘내가 올바로 결정했나?' 그렇다. 동일한 상황에서 다시 결정해도 동일하게 결정했으리라. 나는 언제나처럼 '잘못을 했어도 내 아이니까 기회를 줘야지'라고 생각한다.
A가 고등학교 1학년생일 때, 어린시절 헤어진 엄마가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이혼하기 위해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보증을 서 달라는 목적. 이 일로 법원 조사관이 방문 면담을 요청했다. 이 상황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 엄마도 본인 나름대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안 그래도 힘든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하는지... 아이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워하고 힘겨워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A라도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끝없이 불안해하면서 방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는 아이들이 믿고 밟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 ‘사랑과 존중으로 가치 있는 성장’이라는 우리 보육원 비전처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아무 것도 줄 수 없어도, 이 자리를 절대로 뜨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을 대표하는 A에게도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A야,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서 있을 거야. 나는 너의 디딤돌이니까.”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전양희 원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전양희 원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사회복지 경력 23년 중 아동복지시설에서 4년 넘게 일했다. A는 보이지 않게 공을 들였던 아이다. A와 함께 동해 바다로 여행갔던 일이 떠오른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드넓은 바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열려고 애썼던 기억.
A는 분명히 여러 모로 잘못을 저질렀다.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많이 무시했다. 그래서 내 동료들이 반발한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좀 더 A편에 서서 강하게 아이를 옹호했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나는 여전히 아이가 거쳐온 역사와 온갖 사연을 개별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믿는다.
(2) 첨삭 지도 받으면서 느낀 소감이재원 선생님께서는 문장을 쓸 때 사물보다는 사람을 주어로 쓰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래야 우리말스럽고 생동감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이야기를 쓰면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자칫하면 독자가 클라이언트가 문제덩어리로 인식할까봐 걱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물을 주어로 썼다.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한편, 글을 쓰면서 주제를 충분히 견고하게 세우지 못했는데, 이재원 선생님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용을 정리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 쓴 글을 여러 번 읽어 보면서 간결하게 줄이려고 노력했는데, 정리가 잘 된 듯하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좀 더 많이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전양희 원장님, 잘 쓰셨습니다. 그동안 A에게 생긴 일을 있는 그대로 적으시면서도, A를 마음 깊이 사랑하시는 마음이 행간에 잘 드러납니다. 특히, 어째서 동료들이 공동체 안에서 질서를 세우시려는지도 잘 아시고, 어째서 A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도 잘 아시기에,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시는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그래도 최후에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A를 원장으로서 끝까지 보호해주시려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신념을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 앞에서 고뇌하신 과정을 잘 그려 내셨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좋은 이유'
제가 가르치는 해결중심상담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장 핵심적인 가정입니다. 사실, 심지어저도 사람들이 보이는 부정적인 언행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긴 합니다. '그래도 비열한 사람, 사이코 패스 같은 사람이 존재하잖아요?' 하지만 행동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을 묻고 나면, 그 너머에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좋은 이유'가 존재합니다. 결국, 동료 분들도 잘못하지 않았고, 원장님께서도 잘못하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끝까지 믿고 내디딜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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